4·10 총선 국면에서 더불어민주당 공천 파열음이 유독 거센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의원들까지 컷오프(공천 배제) 대상에 오르면서 그 배경이 주목된다.
당장 눈에 띄는 특징은 비명계는 '경합지'에 나선 경우에도 공천 패널티나 배제가 결정된 반면, 친명계는 주로 '양지'에 출마된 인사들이 주를 이뤘다는 점이다.
29일 기준 거론되는 주요 비명계 인사들은 하위 20% 이하 평가를 받은 김영주(영등포갑)·박용진(강북을)·김한정(남양주을)·설훈(부천을)·윤영찬(성남중원)·박영순(대전대덕)·송갑석(광주서갑) 의원과 컷오프 통보를 받은 홍영표 의원(인천부평을),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중·성동 갑 도전) 등이다.
이 가운데 김 의원과 설 의원, 박영순 의원은 아예 민주당을 탈당했고, 홍 의원과 임 전 실장도 거취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로 친명계로 분류됐던 인사들 가운데서는 이수진(동작을)·노웅래(마포갑)·안민석(오산) 의원 등이 컷오프됐다.
이들 대부분은 당에 양지로 분류되는 지역을 기반으로 뒀다는 점에서 같다.
앞서 언급된 12개 지역 중 직전 총선에서 당 후보가 2위 후보와의 격차를 15%p이상 벌리지 못한 곳은 동작을, 마포갑, 중·성동갑, 성남 중원, 대전대덕 등 4곳뿐이다.
이 가운데서도 서울 마포구 갑 지역은 4선 노웅래 의원이 선친인 5선 노승환 국회부의장에 이어 수십 년간 터를 잡은 곳이다.
결국 당이 '양지'를 위주로 교체를 진행하는 가운데서도 경합지 등에서는 친명계와 거리가 멀수록 교체 경향이 두드러지는 셈이다.
특히 비명계 박영순 의원 지역구인 대전 대덕구의 경우 지난 17~20대 총선까지 보수계열 정당이 독식해 온 '험지'로 꼽힌다.
또 국민의힘 중진 나경원 전 의원을 꺾었던 이수진 의원 역시 당초 당내 강성 모임 '처럼회'에 소속돼 친명으로 분류됐으나, 지난 전당대회 최고위원 선거에서 본 선거에도 오르지 못해 거리감을 노출한 바 있다.
실제 판사 출신인 이 의원은 컷오프 이후 당을 떠나면서도 이재명 대표 혐의가 “무기징역일 수 있다"고까지 비판하는 등 비명계 의원들 보다 거세게 반발했다.
임종석 전 실장 컷오프가 이번 공천 갈등 '뇌관'으로 꼽혀온 배경 역시 이와 유사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당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지역에 나선 임 전 실장을 컷오프 할 명분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홍익표 원내대표도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전략공천이라는 것은 사실 이기는 공천이지 않나. 그래서 저도 지속적으로 임종석 실장한테 성동을 무조건 주라는 게 아니고, 여러 주요 대상자들 중에서 여론조사 또는 경쟁력 평가를 해서 제일 좋은 사람한테 주는 게 맞지 않느냐, 이런 의사를 표현을 했었다"며 “어쨌든 과정 자체가 그렇게 썩 매끄럽지 않았다는 건 분명한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밖에 이 대표 본인이 공천 불이익을 받은 인사들에게 지적된 지점을 상당 부분 공유한다는 것도 공천 통제를 어렵게 하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양지 위주 공천 배제'를 원칙으로 보면 이 대표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도 해당될 수밖에 없고, '사법 리스크'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이 대표를 제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