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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효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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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정부 지원금, 어디 갔나 했더니…尹, 부자들 호주머니에 ‘쏙’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3.11 09:01
윤석열 대통령.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들어 세금 정책이 고소득층·대기업에 더 유리하게 추진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올해 연 소득 7800만원이상 고소득자가 혜택을 받는 조세지출은 15조 4000억원으로 전망됐다.


조세지출은 세금을 면제하거나(비과세) 깎아주는(감면) 방식 등 재정 지원으로, '숨은 지원금'과 다름없다.


고소득자 대상 조세지출은 2019∼2021년 10조원 안팎에 머물다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2022년 12조 5000억원, 2023년 14조 6000억원(전망)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고소득자에 들어가는 조세지출은 액수 뿐 아니라 '비중'도 커지고 있다.




전체 개인 조세지출 중 고소득자 수혜 비중은 지난해 34.0%, 올해 33.4%로 예상됐다. 이는 2019∼2021년 28∼30%대에서 급상승한 것으로, 2018년(34.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결국 중·저소득자 보다는 고소득자에 유리한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된 셈이다.


예컨대, 윤석열 정부 대표 청년 정책들 역시 수혜 대상을 고소득 청년으로 늘렸다.


수혜 가능 소득상한을 기준으로, 기존 '청년희망적금' 3600만원은 청년도약계좌 6000만원으로,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 3500만원은 청년주택드림 청약통장 5000만원으로 넓어졌다.


다만 이들 정책은 소득에 따라 혜택이 차등 적용된다.


출산지원금 역시 월 20만원인 비과세 한도를 아예 폐지했다.


기업이 제공하는 출산지원금은 중소기업 보다는 극히 일부 대기업에서 더 많은 액수를 제공할 공산이 크기 때문에, 사실상 고소득 부모들에게 비과세 혜택을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 출산지원금 비과세 한도는 2022년 기준 근로자 1명당 평균 67만 9000원으로 현재 연간 한도 240만원에도 크게 못 미쳤다. 대다수가 근로자가 출산 지원금을 월 6만원도 받지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비과세 한도는 지난해 약 20년 만에 월 10만원 상향됐는데 불과 1년도 채 되지 않아 '전액 비과세'로 급발진했다.


국민 다수가 하는 주식 투자 등에서도 고소득 투자자들에 대한 혜택이 특히 두드러진다.


지난해 말 정부는 상장주식 양도세를 내야 하는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10억원 이상'에서 '50억원 이상'으로 상향했다. 이에 11억~49억원대 주식 투자자들이 대거 세금 부담을 덜게 됐다.


정부는 내년 시행 예정이었던 금융투자소득세도 폐지하기로 고 다시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5000만원(주식) 이상 소득을 올린 투자자가 내는 세금이다. 주가 상승 등으로 5000만원 넘게 소득을 얻었어도 추가 세금을 내지 않게 된 것이다.


개인 외 기업계에서도 대기업이 혜택을 보는 조세지출 증가세는 더 가파르다.


올해 기업 대상 조세지출 중 대기업(상호출자제한기업) 수혜분은 6조 6000억원, 비중은 21.6%로 예상됐다. 지난해와 비교해 지출 규모는 2조 2000억원은 늘었고 수혜 비중은 4.7%p 껑충 뛰었다. 대기업 수혜 비중은 2016년(24.7%) 이후 가장 높다.


대기업 조세지출 수혜 비중은 2019∼2021년 10∼11% 수준이었지만 2022년 16.5%로 수직상승한 뒤 매년 증가세다.


이런 고소득자·대기업 중심 혜택 부여로 올해 조세지출 총액은 77조 1000억원,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정부는 이런 고소득·대기업 세제지원을 통해 소비·투자가 늘면 다수 구성원들도 혜택을 보게 되는 '낙수 효과'를 기대한다.


다만 역대급 세수 감소 영향으로 재정이 빠듯한 상황에서 조세지출까지 증가가 예상되지만 뚜렷한 재원 대책은 찾기 어렵다.


오히려 최근 총선을 앞두고 잇따라 고소득자·대기업 중심 감세 정책이 쏟아지고 있어 내년 재정 상황도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빈부격차, 이른바 양극화 대비에 대한 우려 역시 심각한 수준이다.


소득불평등이 가장 선명한 것으로 평가되는 고령층을 보면, 66세 이상 노인 인구 가처분소득 지니계수는 OECD 평균(0.306)보다 큰 0.376이었다.


가처분소득은 개인소득에서 세금 등을 제하고 소비·저축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소득을, 소득지니계수는 수치가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하다는 뜻의 소득불평등도 지표를 말한다.


아울러 점차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던 노인빈곤율 역시 되레 후퇴한 상황이다.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가처분소득 기준 65세 이상 노인 인구 상대적 빈곤율(노인빈곤율)은 38.1%였다. 상대적 빈곤율은 전체 노인 중 소득수준이 중위소득 50%(상대 빈곤선) 이하인 사람 비율을 뜻한다.


그간 한국 노인 빈곤율은 2016년 43.6%, 2017년 42.3%, 2018년 42.0%, 2019년 41.4%, 2020년 38.9%, 2021년 37.6% 등으로 감소 추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 수치가 지난해 재상승한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노인 소득 빈곤율이 40%대에 달할 정도로 높은 국가는 한국밖에 없다. 한국과 가까운 일본(20.2%)과 미국(22.8%)은 한국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프랑스(4.4%) 등 서유럽 국가들은 노인 빈곤율이 더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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