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가 내달 보험료의 인상을 앞두고 있다. 새로 적용하는 보험생명표에 따라 암 보험료가 최대 10%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절판마케팅 성행으로 인한 부작용 발생도 우려된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내달 제10차 경험생명표가 도입된다. 경험생명표는 보험 가입자의 성별·연령별 사망률을 정리한 표다. 보험사로부터 질병·재해·상해·사망 등의 발생 확률을 수집해 성별, 연령 등으로 세분화해 통계자료를 만든다. 암 발생률, 평균 입원일수 등의 데이터도 포함된다.
보험개발원은 3~5년 주기로 경험생명표를 개정하고 있다. 산출된 데이터는 보험상품 요율 산정작업에 활용되며, 정해진 요율은 금융당국에 신고한 이후 다음 해 상품부터 적용된다. 데이터 개정은 연금이나 종신보험 이외에도 재해, 사망, 질병 등과 관련한 보험료 전반에 영향을 주게 된다.
앞서 지난해 말 보험개발원은 생명보험 가입자 통계를 이용해 평균수명 변동을 반영하는 10차 경험생명표 개정 작업을 마쳤다. 새 경험생명표에 따르면 보험가입자의 평균수명은 남자 86.3세, 여자 90.7세로 5년 전보다 각각 2.8세, 2.2세 증가했다.
업계에선 개정된 생명표를 적용한 보험료 변동을 예상하고 있다. 평균 수명이 증가하면 사망 시점 이연에 따른 보험금 지급 시점 이연, 생존 보험의 보험금 지급 기간 증가에 따라 보험금이 확대되는 영향이 있다. 특히 암보험의 경우 보장성 보험 중 보험료 인상 폭이 약 10%로 다소 클 것으로 전망된다. 암 발병은 고령일수록 확률이 높아지고 최근 소액암에 대한 보장 확대가 나타나고 있어 암보험의 손해율은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새로운 치료법을 지속적으로 적용하는 추세로 인해 보험료가 비싸지는 영향도 있다.
연금보험의 보험료도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연금보험은 가입자 수명이 길수록 보험금을 지급해야 할 기간도 길어지기 때문이다. 보험사 입장에선 동일한 보험료를 받아 연금을 길게 지급하면 가입자에 지급하는 연금액은 줄어들기 때문에 경험생명표 개정 전과 같은 보험금을 받으려면 보험소비자가 더 많은 보험료를 부담해야 한다.
반면 증가한 평균수명이 가격 산출에 반영되면 종신보험은 저렴해질 전망이다. 사망률이 줄어들면 일정 기간 내 보험사가 지급해야 할 사망보험금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보험사는 벌어들인 시간 동안 보험료를 운용할 수 있어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소비자가 내야 할 보험료를 깎아줄 여력이 생기게 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적용된 9차 경험생명표 개정을 통해 종신보험료는 평균 3.8%가량 인하됐다.
한편, 보험료 인상을 앞두고 업계가 펼치는 절판마케팅에 따른 우려도 제기된다. 암보험 가입을 계획 중이라면 4월 전에 가입하는 것이 보험료 절약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절판마케팅을 통한 급속 판매과정에 따라 불완전판매 발생이나 분쟁·민원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실제 판매 현장에서는 이미 올해 초부터 암보험 신상품이나 보장한도를 늘리는 등 경쟁에 나섰다. 보험업계와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손해보험사 법인대리점(GA) 채널 신계약은 358억원으로 전월 대비 4.7% 늘었다. 일평균 신계약 금액은 18억9000만원으로 전월 15억5000만원 대비 21% 증가했다.
이 같은 경쟁은 이달 말까지 치열하게 펼쳐질 전망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연초부터 보험사들이 가입자 유치에 나서 보장 확대와 새로운 수술법 등을 추가한 신규 암보험 상품을 쏟아내고 있다"며 “반대로 종신보험은 4월 이후에 가입하는 것이 소비자에게 유리할 수 있어 이와 관련한 경쟁도 본격화될 전망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