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여파로 국내 소비인구가 줄면서 유업계가 돌파구로 프리미엄 제품인 'A2우유'로 눈을 돌리고 있다.
A2우유가 일반 우유보다 소화 흡수력이 좋다고 알려져 수요가 늘면서 신제품 개발, 판매 확대에 나선 것이다.
14일 유업계에 따르면,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올 상반기 출시 예정인 A2우유 신제품으로 시장에 도전장을 낸다. 지난해 9월부터 서울우유 A2+, 서울우유 ABC우유, 서울우유 A2 Milk, 서울우유 A2플러스 등 4건의 관련 상표도 출원한 상태다.
통상 일반 우유는 우유 단백질 성분인 베타카제인 A1, A2 모두 함유하고 있다. A1은 배앓이를 유발하는 BCM-7 물질을 보유한 반면에, A2의 경우 해당 물질 없이 인간 모유와 흡사한 단백질 구조로 소화하기 부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A2인자 판별 기술 등 A2우유 생산에 필요한 해외 특허 문제 탓에 국내 생산이 불가능했다. 다만, 지난해 상반기 일부 특허가 만료된 데다 A2인자를 구분하는 기술이 국내에서도 확보돼 신제품 개발에 속도가 붙은 것으로 업계는 풀이한다.
서울우유는 대표 제품인 '나 100% 우유'를 잇는 차세대 상품으로 A2우유를 키운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호주산 A2우유를 수입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유한건강생활 등과 달리 일찌감치 A2유전자를 지닌 젖소도 사육해왔다.
문진섭 서울우유협동조합 조합장은 지난 2022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2020년부터 조합원 목장에 A2 정액을 공급해오고 있다"면서 “향후 3~4년 내 A2유전자를 보유한 젖소 두수를 70% 이상으로 끌어올려 A2우유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세브란스 A2단백우유'로 시장에 뛰어든 연세유업은 기대 이상의 수요와 함께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출시 당시 품절 사태가 벌어졌으며 이후로도 판매 문의가 지속되면서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팝업 공지를 띄우기도 했다.
대표 제품인 A2단백우유는 A2단백질 유전자를 가진 젖소를 선별하고 분리 집유해 얻은 우유다. 가열 처리를 제외한 추가 공정 없이 원유만 담아 고소하고 진한 맛이 특징이라고 회사는 말했다. 이 같은 장점과 함께 매출 확대를 위해 최근에는 유통망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연세유업 관계자는 “기존에는 홈플러스, 쿠팡, 가정배달, 자사몰 등으로 판매가 한정됐었다"면서 “다만, 최근 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 4대 편의점에 입점하는 등 채널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우유·연세유업 등 후발주자들이 빠르게 추격해올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업계 선두주자인 유한건강생활은 '초지 방목 우유'을 경쟁력으로 내세워 입지를 굳힌다는 전략이다. 이 밖에 남양유업·매일유업 등 경쟁사들은 “당장에 출시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2019년부터 유한건강생활은 호주 대표 유가공업체 'a2 밀크 컴퍼니'의 A2 우유를 수입해 판매중이다. 동물복지에 초점을 맞춰 호주의 넓은 초지에서 사계절 동안 방목해 얻은 것이 특징이다.
이 같은 장점을 바탕으로 매출 호조세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뉴오리진 a2밀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배 늘었으며, 출시 4년 만에 누적 300만개 판매량도 달성했다.
유업계 관계자는 “2026년부터 자유무역협정에 따라 수입산 우유과 무관세로 들어오면 안 그래도 저렴한 수입 멸균우유 가격이 지금보다 더 낮아져 수요가 몰릴 것"이라며 “업계도 가격으로 수입산 제품과 승부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A2우유과 같은 고품질 우유로 방어 전략을 펼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