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과업계가 국내 감자칩 시장을 놓고 창과 방패처럼 팽팽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색 시즈닝(분말 스프)과 특이한 재료를 활용해 시장에서 입지 확대를 노린 업체가 나오는 한편, 같은 방식으로 점유율 방어에 나선 업체도 눈에 띈다.
17일 삼양식품에 따르면, 향후 선보일 신제품 감자칩에 적용될 분말스프 개발에 한창이다. 네 가지 치즈맛·오리지널·하바네로 라임맛 등 기존 불닭볶음면 라인업을 바탕으로 만든 시즈닝인 점이 특징이다.
구체적인 출시 시기와 제품명 등은 아직 결정되지 않은 가운데, 추후 생산에 돌입해 실제 제품에 스프를 입혀보는 작업 등을 남겨둔 상황이다.
삼양식품이 감자칩을 내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73년 삼양식품은 국내 최초로 식물성 기름을 활용한 '감자칩'을 선보였지만, 제1차 석유파동 여파로 1년 만에 생산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현재 취급하는 스낵과자류는 라면과자 뽀빠이, 구멍 뚫린 모양의 짱구, 팝콘 형태의 사또밥 등으로 해당 제형에 맞는 생산 설비만 갖춰진 상태"이라며 “감자칩 생산 설비가 부재한 만큼 이를 담당할 협력 업체를 물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태제과도 최근 새 전략 제품으로 '가루비(Calbee) 감자칩 오리지널'을 꺼내 들었다. 그동안 허니버터칩을 앞세워 단짠 감자칩 판매에 집중했다면, 건강한 짭짤함을 골자로 짠맛 감자칩까지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2011년 해태제과는 일본 가루비와 함께 합작 투자로 '해태가루비'를 설립했는데, 2014년 해태가루비에서 선보인 제품이 바로 허니버터칩이다. 사실상 짠맛 감자칩 첫 포문을 열게 된 이번 신제품은 기름기를 덜고 소금 함량도 30% 이상 줄이되 짭짤함은 살린 것이 특징이다.
주 재료로 일반 소금 대신 남극 바닷물로 만든 남극해염을 넣어 차별화한 것이 주효했다. 13일 출시 당시 “(남극해염은)햇빛과 바람으로만 2년 동안의 숙성 과정을 거치고, 큰 일교차로 가장 단단하고 순도가 높은 결정으로 만들어진 프리미엄 소금“이라며 "일반 소금보다 적게 넣어도 풍성한 짭짤한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해태제과가 내세운 장점이었다.
업계 추정대로라면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농심 30%대, 오리온 60%대로 각각 시장을 양분해왔으나 옛말이 된 눈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소매점 매출관리시스템(POS) 기준 지난해 국내 스낵과자 소매점 매출 상위 10위권 브랜드 내 오리온 포카칩·해태제과 허니버터칩은 이름을 올렸으나 농심 포테토칩은 찾아볼 수 없다.
이에 농심은 제품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이색 시즈닝을 활용한 제품군 확대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프랜차이즈와 손잡고 출시한 포테토칩 엽떡오리지널맛·잭슨페퍼로니맛, 자사 제품 레시피를 접목한 포테토칩 육개장사발면맛 등이 대표 사례다.
특히, 올 초에는 안주과자로 히트작 반열에 오른 먹태깡을 응용한 '포테토칩 먹태청양마요맛'을 선보였다. 이 제품은 출시 5주 만에 420만봉 판매고를 달성하며 먹태깡 초기 판매량을 넘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감자칩 시장 1위를 수성 중인 오리온도 포카칩 위주로 트렌드를 반영한 제품군 확장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 6월에는 블랙트러플맛·레드스파이시맛 2종을 출시하는 등 안주과자 열풍에 편승하는 움직임도 보였다. 이 같은 제품력 강화와 함께 지난해 포카칩 누적 판매량만 20억만 봉지를 달성하는 성과도 거뒀다.
오리온 관계자는 “정기적인 블라인드 테스트로 제품 품질을 꾸준히 모니터하고 있다"면서 “다양한 소비자 조사 활동도 겸해 고객 입맛에 맞도록 제품을 최적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