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 과정에서 화석연료를 쓰지 않고 만든 철강인 '그린철강'의 수요를 촉진해 철강 기업들의 탄소감축을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내 철강 소비 기업 150곳 중 단 1곳만 그린철강 조달 목표를 세울 만큼, 그린철강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14.2%가 철강산업에서 나오는 만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철강산업의 탄소배출을 줄이는 게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은 18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보고서인 '한국 철강산업의 그린철강 전환'을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철강을 사용해 제품을 만드는 기업들은 탄소중립 과정에서 매우 뒤처져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철강 소비 기업 150곳에 물었을 때, 단 1곳만 '그린철강 조달 목표를 세웠다'고 답했다.
이번 사회책임투자포럼 조사엔 철강 소비기업 150곳과 50개 생산 기업이 참여했다. 이들은 그린철강 소비(생산) 경험과 의향, 향후 소비(생산)에 관련된 목표수립 여부, 그린철강을 위한 추가 지불 의향 등에 답했다.
조사 결과, 그린철강 준비는 소비기업이 생산기업보다 크게 뒤처져 있었다.
'그린철강에 대한 목표도 없고 향후 목표에 대한 계획도 없다'고 답한 비율이 소비기업과 생산기업에서 각각 90%와 58%로 집계됐다.
'목표를 세우지 않았지만, 향후 목표수립을 고려하고 있다'는 응답 비율은 생산기업에선 42%, 소비기업에선 9%였다.
보고서는 철강 소비기업에서 나타난 미약한 그린철강 구매 신호는 철강산업의 탄소중립 달성 노력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철강산업은 대표적인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이다.
지난 2020년 기준 9300만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했다. 국가 온실가스 총 배출량의 14.2%가 철강산업에서 나온 셈이다.
보고서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그린철강 도입이 필수적이며, 이를 외면하는 기업들의 탄소중립 목표는 현실적인 변화 없이 목표만 제시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국내 철강기업들이 그린철강에 소극적인 것은 가격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소비기업은 '비싼 가격 때문에 목표수립을 하지 않는다(62%)'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생산기업 역시 '원가 상승(31%)', '소비자 요구 없음(21%)' 순으로 소극적 대응의 원인을 가격에서 찾았다.
다만 생산기업과 소비기업 모두 '그린철강이 미래 경쟁력에 있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5점 척도로 조사한 항목에서 소비기업은 평균 3.57점, 생산기업은 3.72점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를 작성한 남나현 사회책임투자포럼 선임연구원은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그린철강 수요 촉진의 열쇠"라며 “그린철강 기준 확립과 공공조달 확대로 수요를 촉진하고, 그린철강 생산시설 투자에 대한 재정 지원과 그린수소 및 재생에너지 확대로 생산기업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