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와 한미사이언스는 이번 지분 교환 과정에서 '공동경영'을 강조했다. 한국 M&A에서 전례없던 방식이다. 지배력의 변경과 무관하게 주주 간 계약을 통해 경영권을 보호하는 독특한 딜 구조다.
19일 투자은행(IB)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영권을 갖고 있다는 거는 이사회 구성원을 바꿔야만 경영권을 가져가는 건데 계약 구조상 불가능"이라면서 “주주간 계약을 통해 각 그룹의 전문성 있는 사업부문의 경영을 책임지는 구조를 설계했다"고 말했다. 이어 “법무법인 김앤장과 세종이 주요 내용을 공증했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을 요약한다면 OCI는 주주 간 계약으로 인해 한미사이언스의 지배력을 확보한다고 하더라도 경영권을 장악할 수 없기에 '공동경영'구조가 유지된다는 것이다.
경영권을 갖는다면 재무, 인사, 투자, 배당 등과 같은 회사의 의사결정권을 배타적으로 보유해야 한다. 통상적으로 지배력을 확보하고, 이사회를 장악하곤 한다. 지주사로 외연을 확대하더라고도 모자 관게를 통해 계열사의 이사회에 모회사 임원을 파견하면 되니 법인격이 다른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최대주주라고, 반드시 경영권을 갖는 것은 아니다. 주주총회란 절차가 필요하다. 이사를 추천하고, 선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OCI와 한미사이언스의 공동경영은 '이사 추천' 과정에 변화를 줬다. 주주 간 계약을 통해 OCI그룹 관계자가 한미사이언스의 이사진을 추천할 수 없게 한 것이다. 이 경우, 한미사이언스의 경영권은 기존의 성격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유사한 사례로는 LVMH가 거론된다. 명품 패션 그룹인 루이뷔통과 하이엔드 주류 그룹인 모엣 헤너시가 합병할 때 역시 양 측의 사업 관련 고유 권한은 침범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그 결과, 이종 산업의 결합으로 LVMH는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한 회사 내에서 독립 경영이 보장되는 문화는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삼성전자는 △DX(Device Experience)부문 △DS(Device Solution)부문 등 사업 부문 별로 독립 경영을 한다.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인 GM 역시 자동자 제조 부분장이 자동차 대출 부문장을 겸임하거나 각자의 사업 부문을 간섭하지 않는다고 전해진다.
다만, 경제 활동은 한정된 자원을 분배해야하는 과정의 연속이다. 곳간이 풍부할 때는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곳간이 부족하거나 자금을 집중해야할 때 등은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그렇기에 모회사 OCI홀딩스는 공동 이사회를 구성하고,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과 임 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이 각자 대표를 맡는다. 그룹 내 최고 결정 기구에 참여하면서 그룹 전반을 일정 부문 함께 경영하는 것이다. 또한 각자 대표란 방식으로 각자의 고유 업무 영역을 보호한다.
그는 “주주 간 계약으로 대부분 해결했다"면서 “미세한 부분은 PMI 과정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3자 배정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소송 결과에 따라 통합속도는 속도를 낼것으로 예상된다.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결과와 통합경영 주주 간 계약 체결은 엄연히 다른 독립적인 행위이나 법원결정에 따라 그 속도가 달라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