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모빌리티(KGM, 옛 쌍용자동차)는 우여곡절이 많은 회사다. 1954년 '하동환자동차제작소'에 뿌리를 두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계 최장수 기업이다. 주인도 꽤 많이 바뀌었다. 쌍용그룹, 대우그룹, 채권단, 중국 상하이차, 인도 마힌드라 등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 겪은 수많은 '사건'들은 모두 나열하기 힘들 정도다.
KG그룹 품에 안긴 KGM 브랜드가 출범 1년을 맞았다. 작년 3월22일 주주총회를 통해 정식으로 사명을 변경한 게 기준점이다. 짧은 시기 많은 게 변했다.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매출액을 기록하며 16년만에 영업흑자를 달성한 게 특히 눈에 띈다. 전기차 신모델을 내놓으며 미래를 위한 변화의 물꼬도 텄다. 곽재선 KGM 회장은 “글로벌 판매 네트워크 다변화와 그리스, 중동, 아프리카 등 신시장 개척에 대한 공략을 강화할 것"이라며 외형 성장을 예고했다.
아직 갈 길은 멀다. KG의 지난해 판매는 11만6099대. 평택 공장 연간 생산가능 대수(24만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안방'인 내수 시장에서는 현대차·기아,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글로벌 최정상 기업들과 경쟁해야 한다. KGM의 올해 1~2월 국내 판매는 7510대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1만3915대) 대비 46% 빠진 수치다.
KGM가 지금 집중한 곳은 '고객'이다. 산전수전을 겪는 과정에서도 회사가 아직 살아남은 비결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명가'라는 핵심 가치를 잘 계승해왔기 때문이다. 업계에 이미 정립된 '신차 방정식'을 따르지 않고 KGM만의 차를 만들어왔다.
KGM은 그간 SUV에 대한 열정과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위기를 넘겨왔다. 티볼리를 내놓으며 '소형 SUV'라는 시장을 개척했다. 코란도 스포츠, 렉스턴 스포츠 등을 꾸준히 출시하며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던 픽업트럭 부문 입지를 다져왔다. '대박 신차' 반열에 오른 토레스 역시 겉멋 들지 않은 '가성비 SUV'로 주목받았다.
2024년은 KGM 창립 70주년이 되는 해다. 갈 길이 멀더라도 '고객을 위한 길'을 걸었으면 한다. 힘들게 돌아갈지언정 진정성 있게 회사의 가치를 지켜가길 바란다. 전기 픽업트럭 등 기존에 없던 각종 신차들이 어떤 모습으로 운전자들을 만나게 될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