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를 지속 가능한 회사로 만들어야 합니다. 더 나아가서는 세상을 풍요롭게 만드는 회사가 돼야 합니다. 건강한 회사를 만들어 가는데 전 임직원이 함께해야 합니다."
곽재선 KG모빌리티(KGM) 회장이 지난 2022년 취임 당시 한 말이다. 한때 존폐기로까지 갔던 KGM이 '곽재선 혁신 리더십'을 앞세워 쌩쌩 달리고 있다. KG그룹 인수 후 1년여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하는가 하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전기차 등을 성공적으로 론칭하며 고객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소통과 신뢰를 중시하는 곽 회장의 경영 철학에 임직원들의 땀이 더해져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 토레스 판매 호조에 해외 수출 확대···10년만에 실적 '턴 어라운드'
2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2년 11월 쌍용차가 KG그룹에 최종 인수되며 KGM 시대가 열렸다. 작년 3월에는 지금의 사명으로 간판을 변경했다. 곽 회장은 이후 꾸준히 고객 및 시장과 소통하며 'KG 신화'의 기틀을 다졌다. 중형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토레스의 출시다.
기술적 탄탄함과 디자인, 가성비로 모두를 놀라게 한 토레스는 'SUV 명가' KG 모빌리티의 존재감을 다시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토레스는 사전계약 첫날 기존 엑티언 모델 첫날 계약 대수의 4배 수준인 1만2000대의 계약 대수를 돌파했다. 출시 1년만에 누적 판매량 5만대를 넘어서는 등 무쏘, 코란도, 티볼리에 이어 전국민적인 사랑을 받는 'SUV 명작'으로 등극했다.
KGM은 토레스 등의 신차 호황에 힘입어 작년 1분기 영업이익이 25분기 만에 턴어라운드했다. 이를 시작으로 2분기와 3분기에도 실적 호조세를 이어나가 연간 영업이익 흑자까지 냈다.
주력 시장인 유럽은 물론 중남미와 아시아·태평양 등 글로벌 시장에 대한 맞춤형 신제품 출시와 전략적 마케팅이 수반되며 수출이 크게 상승, 지난해 '10억불 수출탑'을 수상하기도 했다.
곽 회장은 몸집 키우기와 내실 다지기 작업에도 집중했다. KGM은 글로벌 시장에 대한 맞춤형 마케팅을 지속하는 한편 평택공장 조립 2라인과 3라인의 통합공사를 마무리하고 라인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등 생산성 효율화에도 박차를 가했다.
이를 통해 기존 자동차의 다양한 상품성 개선 모델을 출시하는 한편 전동 모빌리티 야심작인 토레스 EVX 출시 등을 통해 지난해 11만6428대 판매라는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이는 2014년 7만2011대의 해외판매 실적을 거둔 이후 9년만에 기록한 최대 실적이다.
2022년 9월1일 취임한 곽 회장은 꾸준히 경영 정상화를 향한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곽 회장은 “그간의 많은 어려움은 직원들의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환경 여건이나 리더십의 부재로 겪은 어려움"이라며 “새로운 자동차 모빌리티 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솔선수범 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곽 회장은 취임 이후 다양한 직군의 직원들과 진솔한 대화를 통한 소통 및 현장을 자주 방문하는 스킨십 경영, 매주 본부장 회의 직접 주관 등 경영 전반에 걸쳐서 진두지휘하고 있다. 특히 빠른 의사결정을 통해 향후 미래 비전을 구체화하며 KG그룹에 대한 신뢰를 구축했다.
새로운 변모는 KGM이 되고 처음 맞이한 2022년 추석 연휴의 첫 날, 평택공장의 분위기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전통 중 하나인 명절 전 공장 정문 앞에서 인사를 나누는 장면이 코로나19 이후 다시 등장했다. 퇴근길 직원들의 손에는 KG그룹이 선물한 한우세트가 들려 있었다. 이는 임직원들에게 단순한 선물 이상의 의미, 앞으로 잘 될 것이라는 경영 정상화에 대한 희망과 꿈을 갖게 하는 초석이 됐다는 평가다.
또 현장경영을 몸소 실천하면서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자동차 생산에 차질이 빚어졌을 때 곽 회장이 직접 반도체 업체를 찾아가 긴급하게 반도체를 수혈해 온 뒤 회사 분위기가 크게 달라지기도 했다
작년 연초에는 부품협력사와의 상생 협력과 동반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200여개 파트너사와 함께 '파트너스 데이'가 개최됐다. 곽 회장 역시 직접 참석했다. 매년 '협동회 정기총회'라는 명칭으로 개최됐으나, 협력업체들을 KG 가족사의 동반자로서의 상호 존중의 의미를 담고자 '파트너스 데이'로 이름을 변경했다. 이날 행사는 함께 성장하겠다는 공동의 목표 달성과 수평적 관계로의 발전을 위한 첫 걸음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 더욱 뜻 깊었다고 전해진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브랜드 고유의 헤리티지를 나타낸 자동차라는 평을 받고 있는 토레스는 최근 유럽 시장에 진출했다. 곽 회장은 론칭 행사에 직접 참석해 현지 미디어와의 인터뷰 및 대리점 대표들과의 간담회 등을 진행하며 열정적으로 수출 시장 개척에 앞장서고 있다.
유럽 22개국 대리점 사장 및 판매 책임자들과 직접 만나 새로운 KG 모빌리티 CI와 기업 비전은 물론 중장기 제품 개발 계획 그리고 수출 전략을 공유했다. 또 부문별 우수 대리점 활동 발표 등 해외시장에서의 판매 확대와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논의했다.
곽 회장은 당시 “국내 시장에서 상품성이 입증된 토레스 론칭을 시작으로 새로운 기회와 성과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대리점 관계자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조를 당부했다. 폴란드 경제 TV와의 인터뷰에서는 “유럽은 전동화의 선두 시장으로 KGM의 비전 실현에 부합하는 매우 중요한 곳"이라고 했다.
KGM은 토레스 론칭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유럽 현지 판매를 강화할 예정이다.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 개발 및 현지 마케팅 전략을 통해 토레스 열풍을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 창립 70주년 KGM, 새로운 100년 위한 도약 준비
업계에서는 지난 70년간 무에서 유를 창출하고 새로운 자동차 시장을 개척해 낸 KGM이 미래 전동화 모빌리티 시장에서 대한민국 자동차 기술의 저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그를 통해 새로이 혁신을 일궈내고 전 세계적인 존경과 사랑을 받는 자동차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이다.
KGM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자동차 회사다. 1954년 한국 전쟁 직후 모든 물자가 부족한 상황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버스를 제작한 '하동환자동차제작소'를 시작으로 신진자동차, 동아자동차, 쌍용자동차, KG모빌리티로 변화를 거듭하며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 발전과 맥을 같이 해왔다.
'하동환자동차제작소'에서 제일 먼저 만든 자동차는 버스였다. 미군 트럭에서 떼어낸 엔진과 변속기에 드럼통 철판을 입혀 만든 버스는 전쟁 직후 공공 인프라가 부족한 당시에 꼭 필요한 자동차로 자리 잡았다.
자동차 업계는 100년만에 전동화라는 대변혁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KGM이 사명 변경 이후 처음 선보인 토레스 EVX는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새로운 도전을 향한 출발을 의미한다는 분석이다.
곽 회장은 “KGM이 'Korea No.1 e-Mobility Brand'를 목표로 차별화된 상품 개발은 물론 통합 모빌리티 서비스 제공을 통해 고객들에게 가치 있는 삶을 지원하는 기업으로 성장 발전해 나갈 것"이라는 경영 철학을 밝힌 상태다.
KGM은 지난 2여년간 거둔 성공을 바탕으로 Korea No.1 e-Mobility Brand라는 새로운 비전을 선언하며 차별화된 통합 모빌리티 기업을 위한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곽 회장의 진두 지휘 아래 사명 변경과 함께 전기차(EV) 전용 플랫폼,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자율주행차, 인공지능(AI) 등 모빌리티 기술분야에 집중해 나갈 비전을 발표하며 발 빠른 경영 정상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해 KG 모빌리티는 상반기 토레스를 기반으로 한 쿠페형 신차 및 코란도 EV·택시를 출시하는 한편 픽업트럭 시장의 활황에 맞춰 전동 플랫폼 기반의 픽업트럭 플랫폼 O100과 등 다양한 신차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또 지난해 4월 자사 차량의 특장점을 활용해 고객들에게 보다 나은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설립한 특장법인인 KG S&C 및 새롭게 전기버스 등 친환경 상용차 시장을 겨냥해 인수한 KGM커머셜, 자사 차량 고객을 Care하기 위한 신규사업인 중고차 인증사업 진출 준비 등 다양한 신규사업도 모색하고 있다.
KGM 관계자는 “70년간 이어진 KGM의 헤리티지인 혁신과 도전 정신으로 모빌리티 시장을 새롭게 그려 나갈 앞으로의 행보에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