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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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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기업, 글로벌 행동주의펀드 타깃 급부상”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3.25 11:00

한경협 ‘주주행동주의 부상과 과제’ 연구용역 결과

국가별 행동주의펀드 피공격 기업수('19~'23)

▲국가별 행동주의펀드 피공격 기업수('19~'23)

한국기업이 주주행동주의자들의 타깃이 되면서 지난해 행동주의펀드의 공격을 받은 업체 수가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대비 9.6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한국경제인협회가 김수연 법무법인 광장 연구위원에 의뢰한 연구 '주주행동주의 부상과 과제'에 따르면 공격적 행동주의로 수익을 올리는 헤지펀드뿐만 아니라 단순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들까지 한국기업에 대한 경영개입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데이터 리서치기관 Diligent 자료를 보면 작년 조사대상 23개국에서 총 951개 회사가 행동주의펀드의 공격을 받았다. 이는 2022년 875개사보다 8.7%, 2021년 773개사보다 23% 증가한 수치다.


특히 지난해에는 아시아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행동주의펀드 공격이 총 214건 발생했다. 전년도 184건보다 16.3% 늘었다. 같은 기간 북미는 9.6% 증가한 반면 유럽은 오히려 감소(-7.4%)했다. 김수연 연구위원은 행동주의 대응에 익숙하지 않은 아시아 기업이 글로벌 행동주의펀드의 손쉬운 먹잇감이 된 것으로 풀이했다.


글로벌 행동주의펀드의 공격을 받은 한국기업은 2019년 8개사에 불과했다. 작년 77개사로 9.6배 급증했다. 이는 Diligent가 조사를 실시한 23개국 중 세 번째로 높은 수치다. 일본의 경우 작년 103개사로 2022년(108개사)보다 다소 줄었으나 2019년 68개사보다는 1.5배 많아졌다.




피공격기업 급증 추세를 보이는 한국·일본과 달리 영국·독일 등은 감소세다. 미국·캐나다는 2021년까지 감소하다가 다시 증가하고 있어 글로벌 행동주의펀드의 공격이 아시아권에 집중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모펀드나 일반 기관투자자들도 수익률 제고의 수단으로 행동주의 전략을 활용하면서, 행동주의펀드와 일반 기관투자자들 간의 경계도 모호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일반 사모펀드들까지 행동주의펀드화하는 것은 행동주의 방식의 기업 공격이 펀드들의 수익률을 높여주는 요긴한 수단이 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헤지펀드, 행동주의펀드, 사모펀드 등 각종 투자자들 간의 수익률 제고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추세라 기업들이 받는 압박 수위는 더 높아질 전망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하나 이상의 행동주의펀드들이 타깃 기업을 동시에 공격하는 '스와밍(Swarming)' 사례가 2020년 7건에서 2021년 9건, 2022년 17건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과거 '울프팩' 전략 뿐 아니라, 스와밍 전략도 타깃 기업을 압박하는 손쉬운 수단이라는 것을 행동주의펀드들이 체감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기업들의 대응이 더욱 복잡하고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경우 글로벌 행동주의펀드의 집중공격에 시달리자 아예 회사를 비공개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비상장으로 전환한 일본 기업은 2015년 47개사에서 2022년 135개사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이들은 주요 전환 사유가 행동주의펀드의 공격이라고 답했다.


김수연 연구위원은 “한국 자본시장이 참여자의 자율성보다 정부 규제가 강하고 여기에 자본시장 큰 손인 국민연금도 정부 영향력 하에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행동주의펀드 압박까지 심화되면 일본처럼 상장폐지를 결정하거나 상장 자체를 기피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기업이 글로벌 행동주의펀드의 타깃이 되면서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나 경영권 위협이 늘어날 전망이다. 기업들에게 자사주 매입 이외에 별다른 방어수단이 없는 것도 문제로 지목된다.


김 연구위원은 “기업들도 기관투자자와의 소통을 활성화해야 하나, 정부도 행동주의펀드의 지나친 공격에 기업들이 대응할 수 있는 방어수단을 제도화해야 한다"며 “주주행동주의 부상 등 기업을 둘러싼 환경이 빠르게 변하는 만큼, 정부도 지배주주 견제와 감시 프레임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기업이 장기적 관점에서 성장하고 가치를 제고할 수 있도록 제도를 균형있게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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