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전 시장을 둘러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봄바람이 불며 성수기가 시작되면서다. 양사 모두 상품성을 대폭 끌어올린 에어컨, 세탁·건조기 등 신제품을 쏟아내며 마케팅 활동에 한창이다. 전통적인 가전을 넘어 의류·신발 관리기 등 새로운 제품 부문에서도 정면 승부를 펼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 22일 '휘센 뷰 에어컨'을 국내 시장에 출시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바람의 방향과 세기, 온도 등을 컨트롤하는 'AI 스마트케어' 기능이 탑재된 게 특징이다.
LG전자는 특히 휘센 뷰 에어컨이 전면 패널을 열고 내부를 청소할 수 있는 '클린 뷰' 구조를 지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제품 상단을 쉽게 열어 직접 내부까지 깨끗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뜻이다. 기존 에어컨은 나사를 20개 가량 분해해야 패널을 열 수 있었지만 이 제품은 스크류 1개만 풀고 버튼을 누르면 제품이 열리도록 했다.
LG전자는 또 신제품 출시를 기념해 '뷰케이스'를 반값인 10만원에 추가할 수 있는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고객에게 최대 10만원의 캐시백, 포토리뷰 이벤트 등 다양한 혜택도 준다. 초기 부담은 줄이고 지속적인 관리를 받을 수 있는 구독 상품으로도 제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LG전자가 '에어컨 공세'에 나선 것은 삼성 무풍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2016년 데뷔한 무풍에어컨이 최근 국내 누적 판매량 1000만대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매일 평균 3300대 이상 판매된 셈이다.
삼성전자는 기세를 몰아 비스포크 등 라인업을 추가한 뒤 에어컨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스탠드형 제품인 '비스포크 무풍에어컨 갤러리'의 경우 2024년형 전 모델이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또는 2등급을 획득했다는 점을 알리고 있다. 스마트싱스(SmartThings)에서 AI 절약 모드를 설정하면 에너지 사용량을 최대 30%까지 절약할 수 있다는 점도 적극 홍보 중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일체형 세탁·건조기 시장에서도 승부를 벌이고 있다. 양사는 사실상 동시에 신제품을 출시한 뒤 고객 유치전에 한창이다.
삼성전자는 올인원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AI 콤보'가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어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고 공개했다. 광주사업장에 위치한 제품 생산라인은 현재 풀가동 중이다. 비스포크 AI 콤보는 출시 3일 만에 판매량 1000대, 12일 만에 누적 3000대를 돌파했다.
비스포크 AI 콤보는 세탁 후 건조를 위해 세탁물을 옮길 필요 없이 세탁과 건조가 한 번에 가능한 게 특징이다. 특히 세탁기와 건조기를 각각 설치할 때보다 설치 공간을 약 40% 절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LG전자 역시 지난 13일부터 올인원 세탁건조기 '트롬 오브제컬렉션 워시콤보'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시작 버튼만 한 번 누르면 세탁 후 세탁물을 꺼내지 않고 건조까지 마친다는 공통점이 있다. LG전자는 제품 크기를 유지하면서 충분한 건조성능을 확보하기 위해 세탁건조기 전용 인버터 히트펌프 건조모듈을 새롭게 자체 개발했다고 소개했다.
LG전자는 신제품 출시를 기념해 더 많은 고객들이 편리하게 신제품을 이용하도록 트롬 워시콤보 구입 시 20만원의 캐시백을, 미니워시와 함께 세트 구입 시 60만원의 캐시백을 제공한다. 또 LG전자 온라인브랜드샵(OBS)에서 제품을 구매하고 포토리뷰를 남기는 고객에게는 5만원 상당의 멤버십 포인트를 제공한다.
신가전 부문에서의 양사 경쟁도 뜨겁다. LG전자가 작년 3월31일 'LG 스타일러 슈케이스·슈케어'를 출시하자 삼성전자가 일주일 뒤에 '비스포크 슈드레서'를 내놓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LG 스타일러 슈케이스·슈케어는 명품 운동화나 한정판 신발 등을 더욱 돋보이게 보관하고 즐기는 동시에 최적의 방법으로 관리하는 새로운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슈드레서가 탈취·건조·살균 기능을 통해 집에서도 손쉽게 신발을 최적의 상태로 관리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의류관리기 시장에서는 후발 주자인 삼성전자는 작년 한 번에 9벌까지 넣을 수 있는 '비스포크 에어드레서'를 내놨다. LG전자는 올해 초 핸디 스티머를 내장한 '올 뉴 스타일러 오브제컬렉션'을 선보이며 맞불을 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향후 AI 기술을 적용한 로봇 집사 등 다양한 부문에서 양사 경쟁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