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가계·기업 빚(신용)이 경제 규모(국내총생산)의 2배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더뎌지며 경제 규모 대비 비율은 2분기 연속 하락했다.
한은이 28일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4분기 말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자금순환통계상 가계·기업 부채 합) 비율은 224.9%로 집계됐다. 전분기 말(225.6%)보다 0.7%포인트(p) 낮다. 지난해 2분기 역대 최고점(225.7%)을 찍은 후 3분기(225.6%)에 이어 두 분기 연속 하락했다.
가계신용 비율은 100.6%로 지난해 3분기 말(101.5%) 대비 약 1%p 낮아졌다.
하지만 기업신용 비율(124.3%)은 0.2%p 상승했다. 1975∼2023년 장기 추세와 비교해도 기업신용 비율은 5%p 높은 수준이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가계신용은 주택거래 위축 등 영향으로 증가 폭이 둔화했으나, 기업신용은 증가세가 지속됐다"며 “가계·기업대출 연체율은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상승했다"고 했다.
금융시장 변동성 축소 등에 따라 금융시장 불안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들도 전반적으로 낮아졌다.
단기 금융 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실물·금융 지표를 바탕으로 산출된 2월 금융불안지수(FSI)는 16.9로 1월(17.3)보다 하락했다. 하지만 여전히 '주의' 단계(8 이상)다.
중장기 관점에서 금융 불균형 상황과 금융기관 복원력을 종합적으로 측정한 금융취약성지수(FVI) 역시 지난해 4분기 32.9로 3분기(37.1)보다 4.2p 하락했다. 2007∼2023년 장기 평균(37.7)을 밑도는 수준이다.
한은은 지표의 안정적 흐름에도 불구하고 △향후 부동산 경기 등에 따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확대 가능성 △긴축적 금융여건 지속과 함께 커지는 가계·기업 채무상환 부담 △주요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 조정에 대한 국내 금융기관 익스포저(위험노출액) 손실 발생 가능성 △기업신용 중심의 민간신용 확대 압력 등을 금융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한은은 “금융기관은 부동산 PF 사업장에 대한 질서 있는 정리를 유도하고 정책당국은 정책 공조를 통해 부동산 PF 시장의 연착륙을 도모해야 할 것"이라며 “기업부채 관리와 함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범위에 대한 적정성 검토와 개선 방안 마련을 통해 정책 유용성을 확보하려는 노력도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