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도 바꾸고 다시 사료회사로 돌아가야 회사가 살아날 수 있을거 같습니다."
자본잠식으로 거래 정지 중인 카나리아바이오의 나한익 대표가 우울한 소식을 주주들에게 전했다. 3월 29일 열린 카나리아바이오의 주총장에서의 발언이다. 회사를 2022년도 초 상황으로 되돌려야 거래 재개가 가능할 것 같다는 전망이다.
◇나한익 대표 “주가 20만원 간다는 발언은 실수"
이날 카나리아바이오는 충남 천안의 모 예식장에서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재무제표와 감사인 선임 등의 안건을 처리했다.
일부 주주들이 SNS 등을 통해 주총장에서 과격한 행동을 하겠노라 예고하기도 했지만 실제 카나리아바이오의 주총은 차분하게 진행됐다. 나한익 카나리아바이오 대표가 의장석에 자리해 주총 안건인 재무제표의 승인과 사외이사 선임, 이사와 감사의 보수한도 등을 처리했다.
주총이 끝난 뒤 진행된 주주간담회에서 개인 주주들의 하소연이 쏟아졌다.
먼저 한 주주는 “나 대표가 주가 20만원까지는 오를거라 한 말을 믿고 전재산을 투자했다"며 “현재 주가 900원대에 거래 정지 중인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라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 나 대표는 “주가 20만원 발언은 실수"라고 인정했다. 나 대표는 지난해 4월 열린 주주간담회에서 “임상 성공에 대한 확신이 있으며 카나리바아이오는 주당 20만원이 적정 가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당시 공언은 모두 허언이 됐다. 현재 카나리아바이오가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것은 난소암 치료제 오레고보맙의 임상에서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지난 1월 16일 카나리아바이오는 안전성 모니터링 위원회(DSMB)가 신규 난소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오레고보맙 글로벌 임상 3상의 무용성 평가를 진행한 결과 임상 지속을 위한 유의성 관련 수치(P value)를 달성하지 못해 임상시험 중단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 일로 1456억원 규모의 오레고보맙 무형자산 가치가 크게 훼손되면서 완전자본잠식이 발생해 결국 상장폐지 심사 대상이 된 상황이다. 자본잠식률은 386.8%다. 카나리아바이오는 이와 관련해 주가 994원에 거래 정지 중이다.
◇“최대주주 교체해야 가능성 있을 듯"
다른 한 주주는 “회사가 상장폐지 되지 않고 살아날 가능성이 얼마나 되고 그를 위해 어떻게 해야하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나 대표는 우선 회사의 최대주주가 변경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나 대표는 “한국거래소가 최대주주의 변경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며 “하지만 이는 대표 입장에서 추진 여부를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는 카나리아바이오를 둘러싼 사법적인 리스크 해소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분석된다.
현재 카나리아바이오의 지주사 카나리아바이오엠의 최대주주인 신재호 국도상사 대표와 검찰로부터 '주가조작 일인자'라로 불리는 이준민 고문 등은 구속 중이다. 이창현 카나리아바이오 공동대표도 최근까지 구속된 상태였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다. 이들은 카나리아바이오뿐만 아니라 에디슨EV(스마트솔루션즈) 주가조작 등으로 기소된 뒤 지난해 7월부터 재판을 받고 있다.
◇“거래 재개 위해 '오레고보맙' 분할 필요"
이어 나 대표는 회사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조건으로 인적분할을 통해 바이오 사업(오레고보맙)을 다른 회사로 옮겨야 한다고 밝혔다. 관련 자산이 손상차손으로 크게 훼손되면서 결국 회사의 재무상태를 악화시켰기에 필요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손상이 발생한 자산을 다른 곳으로 옮겨 기존 회사를 회생시키는 것은 이미 선례가 있다. 지난 2021년 코스닥 상장사 OQP(현 휴림에이텍)는 보유 중이던 오레고보맙의 자산 가치를 인정받지 못해 감사보고서 의견거절을 받자, 오레고보맙을 K-OTC 등록사인 두올물산(현 카나리아바이오엠)에 옮겨 재감사를 통해 회생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도 인적분할을 통해 OQP의 주주들을 두올물산에 '복사'하는 과정을 거친 바 있다.
반면 당시와 지금은 차이가 있다. 특수관계인 다수가 주가조작으로 수사를 받고 있어 다른 코스닥 상장사나 K-OTC등록업체를 활용하기도 어렵다. 일부 주주들은 그동안 주가상승용 모멘텀으로 활용했던 오레고보맙을 거래가 되지 않는 비상장사로 옮겨야 한다는 것에 대해 큰 반발을 하고 있다. 현대사료가 카나리아바이오엠에 인수되기 전 시가총액은 1000억원 내외였다. 현재 카나리아바이오의 시총은 1873억원이다.
이에 대해 나 대표는 “이 과정이 진행된다면 회사는 카나리아바이오엠 피인수 이전인 '현대사료' 시절로 돌아간다"며 “그나마 이런 조치 이후에 거래가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금투업계 “그룹 전체 동시다발 악재…해결 쉽지 않아"
이날 주총과 간담회를 진행한 나 대표는 지난해까지 주주들과 활발한 소통을 이어오다가 최근까지 개인사정을 이유로 소식을 전하지 않아 사퇴설까지 돈 바 있다. 이미 자회사인 카나리아바이오(옛 MHC&C)의 대표에서는 물러났다. 모회사와 자회사의 사명이 같아 많은 주주들이 오해했다.
이날 열린 주총에 이창현 카나리아바이오 공동대표와 유철근 경영지배인은 참석하지 않았다. 주주들에게 나눠 준 주총 보고서에서도 이들의 이름은 없었다. 회사 측은 오는 4월 1일 소액주주들과 간담회를 진행해 향후 계획을 더 자세하게 밝힐 예정이다.
주총장에서 만난 한 주주는 “주주는 열심히 달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회사가 거래재개를 위해 추진하고 보여준 조치는 아무 것도 없다"며 “침몰하는 배에 가만히 앉아있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주총에서 나 대표가 밝힌 향후 계획에 대해 금융투자업계는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날 카나리아바이오엠의 또다른 자회사인 세종메디칼도 감사보고서 의견거절로 거래가 정지되는 등 동시다발적으로 악재가 발생해 수습이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관련 세력이 재판까지 받는 상황에서 시장과 기관의 호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