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토스뱅크가 적자 폭을 크게 줄이며 실적 반등에 시동을 걸었다. 케이뱅크는 대규모 충당금에 발목이 잡혀 순이익이 크게 줄었다. 인터넷은행의 희비가 갈린 가운데, 올해를 흑자 전환의 원년이라고 자신한 토스뱅크의 질주가 이어질 지 주목된다.
1일 은행권에 따르면 토스뱅크는 지난해 175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전년 적자(-2644억원) 대비 15분의 1로 적자 폭이 크게 줄었다.
토스뱅크는 지난해 3, 4분기에 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본격적으로 성장 국면에 진입했다. 지난해 3분기 순이익은 86억원, 4분기 순이익은 124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케이뱅크는 지난해 128억원의 순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전년(836억원) 대비 85% 순이익이 줄었다. 이자이익(4504억원·16.9%↑)과 비이자이익(338억원·420%↑)이 모두 늘었지만 역대 최대 충당금을 쌓으며 순이익이 급감했다. 케이뱅크의 지난해 충당금 규모는 2927억원으로, 전년(1361억원) 대비 2배 이상(1566억원) 증가했다.
단 토스뱅크의 경우도 지난해 2000억원 이상의 충당금을 쌓은 만큼 실적 개선 속도는 토스뱅크가 더 빨랐던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토스뱅크의 원화대손충당금 잔액은 3012억원으로, 전년(906억원) 대비 2106억원 더 증가했다. 이자이익 규모도 토스뱅크가 더 컸다. 토스뱅크의 지난해 말 기준 이자이익은 5548억원으로, 전년 동기(2174억원) 대비 155% 더 늘었다. 반면 토스뱅크는 수수료 이익이 -508억원으로 전년(-477억원) 대비 적자 폭이 더 커졌다.
두 은행 모두 여·수신 잔액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토스뱅크의 수신 잔액도 케이뱅크를 앞서 있다. 토스뱅크의 지난해 말 기준 수신 잔액은 23조7000억원으로, 케이뱅크(19조700억원) 대비 4조원 이상이 더 많다. 토스뱅크가 '먼저 이자받는 정기예금', '자유적금', '굴비적금' 등 다양한 예적금 상품을 출시하며 수요를 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토스뱅크의 저축성예금 잔액은 5조5000억원으로 2022년 말(3600억원)에 비해 15배 성장했다. 여신 잔액의 경우 케이뱅크 13조8400억원, 토스뱅크 12조4000억원으로, 케이뱅크가 1조4400억원 더 많은 상태다.
고객 수는 케이뱅크가 더 많지만 토스뱅크가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케이뱅크의 지난해 말 기준 가입자는 953만명인데, 지난 2월 말 기준 1000만명을 돌파했다. 토스뱅크의 지난해 말 기준 가입자 수는 888만명이며, 지난달 말 기준 983만명까지 가입자가 늘어 1000만명 돌파를 앞두고 있다.
케이뱅크가 아직 실적 등의 부분에서는 토스뱅크를 앞서고 있으나 토스뱅크보다 출범 시기가 4년 이상 빠르다는 점을 고려하면 토스뱅크의 성장세가 케이뱅크를 앞지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케이뱅크는 2017년 4월부터, 토스뱅크는 2021년 10월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토스뱅크는 올해를 흑자 전환의 원년으로 선포하며 성장 가도를 달리는 것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8일 공식 선임된 이은미 토스뱅크 행장은 “올해를 첫 연간 흑자 달성의 원년으로 만들고 동시에 1000만 고객 은행으로서 고객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재무적 안전성과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강화해 성장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본격적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한 후 지난해의 성장세를 지속한다면 토스뱅크가 케이뱅크보다 많은 순이익을 내는 것도 가능한 상황이다.
한편 인터넷은행의 경우 대환대출 인프라 출시에 따라 성장에 더욱 탄력을 받고 있는 만큼 은행권 내 입지는 더욱 강화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대환대출을 주도하고 있는 카카오뱅크의 경우 지난해 말 당기순이익은 3549억원으로 전년 대비 34.9%나 늘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말 이자이익은 2조481억원으로 전년 대비 58.3%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