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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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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학회 “‘ASML RE100 선언’은 사실 왜곡”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4.02 09:06

학회 “국내 언론이 인용한 ASML 연차보고서 어디에도 ‘ASML은 천연가스나 원전 없이, 재생에너지만으로 넷 제로를 달성하겠다’는 문구 없어. RE100이라는 표현도 사용 안해”

“ASML은 에너지 인증서 구매량을 재생에너지 전기량인 것으로 장부상 상계 처리했을 뿐”

한국원자력학회(회장 정범진)가 2일 네덜란드 반도체장비업체 ASML이 RE100을 선언했다고 보도한 일련의 기사와 사설에 대해 '사실 왜곡'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학회 측은 “국내 언론이 인용한 ASML 연차보고서 어디에도 'ASML은 천연가스나 원전 없이, 재생에너지만으로 넷 제로를 달성하겠다'는 문구가 없으며 RE100이라는 표현도 사용한 적이 없다"며 “또한 ASML은 에너지 인증서 구매량을 재생에너지 전기량인 것으로 장부상 상계 처리하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다른 해법이 불가능하다면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자는 것이지 원자력 등 효과적인 탄소배출 억제 수단이 있다면, 굳이 재생에너지를 고집하지 않는다는 ASML측의 의견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학회에 따르면 최근 일부 언론은 ASML의 '2023년도 연차보고서'를 인용해, “ASML이 2040년까지 고객사를 포함한 모든 생산·유통 과정에서 '넷 제로(탄소배출량 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혔고 이에 따라 “고객사도 2040년까지는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해야 하고, 그러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라는 요지의 기사를 보도했다. 여기에 더해 “ASML이 탈원전을 선언했다"는 요지의 사설도 등장했다.


정범진 학회장은 “이는 일부 사실에 가짜뉴스를 보탠 것"이라며 “ASML이 '2040년 넷 제로 목표를 수립'한 것은 맞다. 연차보고서에도 '녹색에너지를 직접 구매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고 있으며, 이 비중을 100%까지 늘리겠다'고 돼있다"면서도 “그러나 이것을 모든 국가와 모든 업체가 천연가스나 원전 없이, 재생에너지 100%를 달성해야 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옳지 않다. RE100이라는 표현도 사용되지 않았다. 연차보고서 어디에서도 'ASML은 천연가스나 원전 없이, 재생에너지만으로 넷 제로를 달성하겠다'라는 말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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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ML 2023 연차보고서. 'ASML은 천연가스나 원전 없이, 재생에너지만으로 넷 제로를 달성하겠다'라는 문구는 찾아볼 수 없다. RE100이라는 표현도 사용되지 않았다.

정 회장에 따르면 ASML은 현재 자사의 시설을 가동하는데 천연가스를 사용하고 있다. '온실가스 프로토콜'에 따르면 이는 Scope 1 배출이다. ASML의 Scope 1 배출량(kt)은 2021년 19.3, 2022년 17.3, 2023년 19.2로 줄지 않고 있다. ASML은 에너지 인증서 (Energy Attribute Certificate)를 구매하고, 이 구매량을 실제 소비한 전기량인 것으로 장부상 상계 처리하고 있다. 이렇게 산정된 재생에너지 전기비중은 2021년 92%, 2022년 91%, 2023년 91%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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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ML 2023 연차보고서. ASML은 에너지 인증서 (Energy Attribute Certificate)를 구매하고, 이 구매량을 실제 재생에너지를 소비한 전기량인 것으로 장부상 상계 처리했다.

학회에 따르면 ASML은 원자력 배제도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ASML의 '지속가능성 정책선언 (Sustainability Policy Statement)' 3원칙 중 하나는 “다른 해법이 가능하거나 가용하지 않다면 녹색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것(Using only green renewable energy, unless no other solution is possible or reasonably feasible)"이다. 학회 관계자는 “이는 원자력과 같이 효과적인 탄소배출 억제 수단이 있다면, 굳이 재생에너지를 고집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뜻한다"며 “ASML의 미디어 담당자와 직접 통화로 확인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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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ML ESG Sustainability Policy. '다른 해법이 가능하거나 가용하지 않다면 녹색 재생에너지를 사용'한다고 명시돼있다.

정범진 학회장은 “실제로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면서 재생에너지 인증서를 구매해 장부상으로만 깨끗하게 만드는 것은 이산화탄소배출을 실질적으로 줄이는 방식이 아니므로, 실질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저감하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면서 “원자력을 포함한 무탄소에너지를 100% 사용하자는 CF100이 바로 그 대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ASML사의 이번 연차보고서가 RE100을 옹호하는 가짜뉴스의 발원이 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며, 이런 일이 반복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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