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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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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수장들 ‘수난시대’…실적 부진·긴축에 줄줄이 낙마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4.03 14:49

신세계건설 등 주요 건설사 수장 연달아 경질

수장 교체 통해 실적 위기 타개, 새로운 성장동력 모색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건설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건설사들이 수장을 교체하며 새판 짜기에 나서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와 무관.사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건설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건설사들이 수장을 교체하며 새판 짜기에 나서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픽사베이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주요 건설사들의 수장들이 '수난 시대'를 맞고 있다. 긴축 경영과 실적 확보를 위해 기존 경영진을 대거 교체하며 분위기 쇄신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 사례는 신세계건설이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2일 정두영 신세계건설 대표이사와 함께 영업본부장과 영업 담당을 전격 경질했다. 불과 10일 전 주주총회에서 연임이 결정된 대표이사를 해임한 후 허병훈 경영전략실 경영총괄 부사장을 발탁했다. 허 신임 대표이사는 1962년생으로 1988년 삼성그룹에 입사해 구조조정본부 경영진단팀, 삼성물산 재무담당과 미주총괄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을 역임한 재무통이다. 신세계건설은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분양 실적 부진 등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어 왔다.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손실만 1878억원에 달했다. 이는 모기업인 이마트의 사상 첫 연간 영업손실의 원인이 됐다. 당분간 공격적 경영 대신 긴축·구주조정을 통해 내실을 기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도 포스코 그룹차원의 인사교체에 따라 전중선 전 포스코홀딩스 사장이 대표로 지난달 22일 취임했다. 전 대표는 포스코스틸리온 사장, 포스코 전략기획본부장, 포스코홀딩스 전략기획총괄 등을 거친 '재무·전략통'으로 그룹내에서 인정 받아왔다. 포스코이앤씨도 전 대표의 취임을 계기로 재무구조 개선작업에 착수하는 한편 지나치게 공격적인 경영을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이앤씨는 2021년 5.3%였던 영업이익률이 2022년 3.3%, 지난해 2.0%로 매년 떨어졌다. 전 사장은 최근 부임 이후 여의도 한양을 통해 첫 수주전에 나섰지만 석패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업계에선 전 사장의 건설업 경험 부족이 약점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있다. 수주전에서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이 직접 현장을 방문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것과 대조적이라는 것이다.


DL이앤씨도 최근 마창민 대표이사가 사직 의사를 밝히면서 마 대표이사를 포함해 임원 10여 명을 교체하기로 했다. 차기 대표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으나 외부 인사 발탁 가능성이 제기된다. 업계에선 마 대표이사가 수년째 반복된 실적 하락에 책임을 졌다는 평가다. 2021년 지주회사 전환과 건설사업부문 인적분할로 재상장한 DL이앤씨의 영업이익은 2021년 9572억원, 2022년 4969억원, 지난해 3306억원으로 지속 하락했다. 아울러 중대재해 사고가 잇따랐던 것도 사임의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중대재해 처벌'이 2022년 1월 시행된 후 DL이앤씨 시공 현장에선 지난해 8월까지 8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이로 인해 마 대표는 재임 기간 이해욱 회장과 함께 국회에 연이어 소환된 바 있다.


책임경영 강화를 위해 오너 일가가 경영 전면에 나선 경우도 있다.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의 아들인 오너가 4세 허윤홍 GS건설 사장은 지난해 11월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뒤 올해 3월 말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태영건설은 윤세영 창업회장이 워크아웃 직전인 지난해 12월 경영에 복귀했고, 29일 지주사인 TY홀딩스 이사회 의장에 선임됐다. 건설사들이 이처럼 책임경영 강화를 통해 위기 돌파에 나섰지만 업계에선 경영승계를 강화하거나 오너가 복귀하는 모습이 후진적 경영 형태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 밖에 진흥기업·HJ중공업·BS산업·KCC건설 등도 최근 수장을 교체했다. 효성그룹의 건설 계열사인 진흥기업은 김태균 부사장이 신임 대표로 올랐다. 그는 1990년 현대건설에 입사한 후 주택부문에서 30년 이상 경력을 쌓아 온 전문가다. HJ중공업에선 김완석 사장이 새 대표로 취임했다. 김 사장은 1988년 동부건설에 입사해 토목사업 부문에서 다양한 경험과 전문성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BS산업은 김만겸 전(前) 한화건설 개발사업본부 부사장을 신규 대표로 영입했으며 KCC건설은 지난해 물러났던 심광주 전 부사장을 다시 대표로 불러들였다. 이들 중견 건설사들은 수장 교체를 통해 주택, 개발분야에서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건설사들이 수장을 교체를 통해 위기를 타파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 찾기를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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