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카카오 주가가 연내 최저치를 기록하며 주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연초 카카오에 대한 희망적인 관측을 내놨던 증권가도 최근 목표주가를 연달아 하향 조정했다. 올 1분기 카카오가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는 실적을 거둘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주주친화정책 부재와 인적 쇄신 논란도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카카오 주가는 전일 종가 대비 200원(0.39%) 내린 5만1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로써 카카오 주주들은 연이틀 '악몽' 같은 나날을 보내게 됐다. 전날 카카오는 5만4000원선을 간신히 지키던 주가가 무너져 하루에만 4.83% 하락, 연내 최저치(5만1000원)를 기록한 후 소폭 반등해 5만1200원에 마감했다. 이날은 장 초반 소폭 상승 출발했지만, 결국 오후 하락세가 계속돼 장중 최저가 그대로 종가가 됐다.
카카오는 급락이 있던 전날에만 시가총액 1조1574억원이 증발, 한때 코스피 시총 순위 17위까지 떨어졌다. 이날 대형주의 전반적인 부진으로 다시 15위에 복귀했지만, 현대모비스(16위) 및 신한지주(17위)와 큰 차이가 나지 않아 얼마든지 순위가 뒤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이미 증권가에서도 최근 들어 카카오 목표주가를 내리기 시작했다.
지난 1월 카카오 목표주가를 8만2000원으로 제시했던 미래에셋증권이 최근 7만8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마찬가지로 키움증권(7만3000원→6만9000원), 삼성증권(7만3000원→6만6000원)도 모두 카카오에 대한 눈높이를 낮췄다. 이같은 증권가의 부정적인 전망도 전날 카카오의 주가 부진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각 증권사는 올 1분기 카카오 실적이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이는 점을 부정적 요인으로 꼽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카카오의 1분기 컨센서스는 매출 2조1024억원, 영업이익 147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각각 전년 대비 20.80%, 106.73% 확대된 규모다. 그러나 이는 1개월 전 전망치(매출 2조1494억원, 영업익 1550억원) 대비 줄어든 수치여서 '어닝 쇼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보고서를 낸 미래에셋증권은 카카오의 1분기 매출로 1조9000억원, 영업이익 1300억원대로 컨센서스 대비 부진한 예상치를 내놨다. 목표주가를 하향한 타 증권사도 비슷한 관측이다.
오랜 부진에 지친 주주를 달래기 위한 친화정책이 부족한 점도 문제다. 지난달 28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는 올해도 제주도에 위치한 본사에서 개최됐다. 카카오 개인주주가 186만명에 달하고 인구 대부분이 수도권에 몰려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접근성이 크게 떨어진다. 현행 상법 제364조에 따르면 주주총회는 본점 소재지 또는 그에 인접한 지역에 소집해야 하지만, 이는 정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얼마든지 변경될 수 있다.
또한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정신아 신임 대표가 배석하지 않았으며, 별다른 주주환원정책이나 구체적인 성장 로드맵이 제시되지 않았다. 수도권에 살고 있는 주주가 우여곡절 끝에 제주도 주총에 참석했더라도 신임 대표로부터 구체적인 사업 방향성에 대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던 상황인 것이다.
앞서 주총 전 일부 증권사에서는 카카오가 별도 기준 약 2조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점을 들어 확장된 주주 친화 정책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지만, 그 기대를 저버린 결과가 됐다.
최근에는 정 신임 대표가 과거 스톡옵션 '먹튀' 논란에 연루됐던 정규돈 전 카카오뱅크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본사 CTO로 임명 강행해 주가 부양을 위한 인적 쇄신 의지가 애초에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경영진 교체로 변화의 계기가 마련되었다는 점은 긍정적이나, 성장에 대한 명확한 로드맵이 제시되지 않은 만큼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카카오 측 관계자는 “정신아 대표가 이제 갓 취임한 만큼 현재 주가 부양 방안 등에 대해 여러가지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며 “정규돈 CTO에 대한 구체적인 주주들의 반발은 들어본 적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