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고금리와 경기 부진에 따라 가계 여윳돈이 50조원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4일 공개한 자금순환 통계를 보면 가계(개인사업자 포함)와 비영리단체의 지난해 순자금 운용액은 158조2000억원으로, 전년(209조원) 대비 50조8000억원 줄었다.
순자금 운용액은 각 경제주체의 해당 기간 자금 운용액에서 자금 조달액을 뺀 값이다. 보통 가계는 순자금 운용액이 양(+·순운용)인 상태에서, 여윳돈을 예금이나 투자 등을 통해 순자금 운용액이 대체로 음(-·순조달)의 상태인 기업·정부에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지난해 가계 여윳돈이 줄어든 것은 금리가 오르면서 이자 비용이 늘었고, 경기 부진이 이어지며 전체적인 소득 증가율도 둔화했기 때문이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조달액을 고려하지 않은 가계의 전체 자금 운용 규모는 194조7000억원으로, 1년 전(283조5000억원) 대비 약 88조8000억원이 줄었다. 2019년(181조6000억원) 이후 가장 적었다.
자금 운용을 부문별로 보면 가계의 국내 지분증권과 투자펀드는 전년 31조7000억원에서 -4조9000억원으로 감소했다. 2013년(-7조원) 이후 최저 수준이다. 운용액이 음수(-)란 것은, 기간 중 금융자산 처분액이 취득액보다 많았다는 의미다. 가계가 위험자산을 축소하고 우량주에 집중하면서 절대적인 거래금액이 줄었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금융기관 예치금은 147조원에서 128조8000억원, 보험·연금준비금은 65조1000억원에서 41조4000억원, 채권은 34조5000억원에서 25조5000억원으로 운용액이 줄었다.
가계는 지난해 총 36조4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한은 통계 편제가 시작된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전년(74조5000억원)과 비교해 조달액은 38조1000억원 감소했다.
자금조달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금융기관 차입(대출)은 66조1000억원에서 29조6000억원으로 급감했다. 주택담보대출은 꾸준히 늘었으나 신용대출이 감소했고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세도 크게 둔화했다.
비금융 법인기업의 경우 지난해 순조달 규모는 109조6000억원으로, 전년(198조1000억원) 대비 88조5000억원 축소됐다.
자금 조달 방법 중 금융기관 차입은 208조5000억원에서 63조6000억원으로 줄었다. 채권 발행은 55조3000억원에서 26조5000억원으로 감소했다.
일반정부의 경우 순조달 규모는 전년 34조원에서 13조원으로 줄었다. 정부 지출 감소세가 수입 감소보다 훨씬 더 컸다고 한은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