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E&A(전 삼성엔지니어링)와 GS건설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약 9조6000억원대의 대규모 가스 플랜트 공사를 따내면서 '제2의 중동붐'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수익성에 상관없이 양적 성장에만 치중해 저가수주전을 펼쳤던 과거와 달리, 굵직한 프로젝트 위주로 질적 수주를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국내 주요 건설사들은 국내외 금융기관들과 합작해 대규모 자본을 투자해 사회 인프라, 도시 등을 건설한 후 운용 수익을 챙기는 '민관합작투자사업(PPP) 사업'을 통해 안정성·수익성 등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서고 있다.
◇ 단순 도급 그만…PPP사업 집중해야
4일 해외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건설업체들은 해외건설 수주시 단순 도급공사 전략보다는 현지 정부 및 글로벌 파트너십 체결을 통해 리스크는 줄이고 수익성은 보장하는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다. 과거 도급위주 사업은 초기 투자비용이 크지 않았지만 공사비를 지급받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특히 중국 기업 등과의 저가 경쟁으로 수익성 확보까지 어려워지고 있었다.
이에 따라 주요 건설사들은 PPP(Public-Private Partnership) 사업을 통해 패러다임 전환에 나섰다. PPP는 해외 현지 정부와 민간기업이 상호 협력 하에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사업이다.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국내 건설사들이 기획과 설계, 조달, 시공, 유지보수, 운용 등을 책임져 수익을 내고, 현지 정부는 대규모 자금 투입없이 세금 감면이나 일부 재정 지원을 해주는 형태다.
최근 중동 등 여러 나라 국가들이 재원 부족을 이유로 이같은 국외 자본의 투자를 동반한 PPP 방식 입찰을 선호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건설사들도 이에 발을 맞추고 있다. 이미 전문 PPP기관인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카인드)와 PPP사업을 금융지원하는 한국수출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등 지원에 힘을 받아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기도 하다.
유럽과 아시아 대륙을 연결하는 현수교 '터키 차나칼레 대교'와 카자흐탄 '알마티 순환도로' 등이 PPP사업의 성공적 대표 사례다. 여기에는 DL이앤씨와 SK플랜트 등이 참여했다. 아울러 GS건설은 지난 2021년 10월 약 2조 7785억 원에 달하는 호주 노스이스트링크 도로 구축 PPP를 따낸 바 있다.
◇ 중동도 PPP 확장…파트너십·현지화 정책 관건
이번 사우디 '파딜리 가스 증설 프로그램'(72억 달러) 수주를 계기로 중동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PPP 사업 입찰에 국내 건설사들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동 지역 PPP 계약액은 전년 181억 달러 대비 17.7% 증가한 213억 달러로 집계됐다. 과거 5년(2016~2020년) 간 연간 최대치가 12억 달러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중동 지역 전반에 투자개발형 사업 발주가 크게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중 사우디는 계약액 전체의 54.5%인 116억 달러를 PPP로 계약액을 체결했다. 특히 올해부터는 네옴 프로젝트에서 상당부분 투자사업으로 발주가 나올 것으로 예상돼 PPP계약액은 지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쿠웨이트나 카타르에서도 PPP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어 업계가 중동시장의 PPP사업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다만 최근 건설경기가 악화한 상황에서 건설업계가 과도한 입찰비용이 요구되는 PPP사업에 참여하기는 쉽지가 않다. 현재 국내에선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정도만이 네옴 프로젝트에 가담하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요구되는 이유다. 업계에선 정부가 매몰비용을 지원하거나 대외협력기금(EDCF) 등을 활용한 인프라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있다.
정지훈 해외건설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과거 중동 붐 시절 수주액이 600~700억 달러였는데, 현재는 그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면서 “이제는 프로젝트의 수익성과 리스크를 잘 관리하는 것이 해외건설 수주 성공의 길이며, PPP 사업이 그 수단이 된만큼 글로벌 기업과 현지 기업간의 파트너십 체결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