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한화투자증권의 주식 가치가 50%가량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4분기 비트코인 랠리로 두나무 지분을 보유한 한화투자증권의 수혜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올해도 가상자산 시장 흥행이 계속되고 있고, 증권업황도 개선될 것으로 보여 과거 2021년 한화투자증권의 화려한 성과가 재현될지 관심이 모인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은 작년 연간 영업이익 315억원으로 전년 대비 8.59% 하락했다. 매출(3060억원)도 0.41%에 축소됐다.
그러나 작년 한 해 한화투자증권의 주식 가치는 48.09%가 상승했다. 올해는 한 때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수혜로 주가가 상승했다가 기대감이 빠지며 도로 원위치했지만, 아직도 3500원대에 거래 중이다.
한화투자증권의 주식 급등은 실적보다는 '투자 실적' 때문이었다. 작년 4분기 비트코인 랠리가 시작되면서 국내 시장 점유율 1위 거래소 업비트 지분 6%를 보유한 한화투자증권이 수혜주로 떠올라서다.
여러모로 지난 2021년의 한화투자증권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한화투자증권은 당시 2월 두나무 주식 약 6%(206만9450주)를 5931억원에 취득했으며, 가상자산 랠리에 힘입어 이 장부가액이 6514억원까지 커졌다. 동년 한화투자증권의 주식은 증권업 호황까지 겹쳐 191% 급등해 증권주 가운데 주가 상승률 최고치를 달성했다.
당시 한화투자증권의 자기자본도 급격히 성장해 1억8606만원을 기록, 업계 11위로 대형사 대신증권을 턱밑에서 추격했다. 두나무 투자에 따른 기타포괄손익액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기타포괄손익액이란 자산의 공정가치평가에 의한 평가이익을 말하는데, 2020년 말 1195억원에서 2021년 말 5927억원으로 4배까지 커졌다.
하지만 그다음 해부터 증권업 불황이 시작됐고, 설상가상으로 가상자산 시장도 급격히 얼어붙어 한화투자증권의 겹악재가 됐다. 6000억원을 넘었던 한화투자증권의 두나무 지분가치는 지난해 말 3000억원대 수준으로 반토막이 났다. 자기자본 규모도 1억5000만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올해는 작년에 시작된 가상자산 랠리가 이어지는 분위기인 만큼, 향후 두나무의 지분가치 상승이 가시화될 경우 한화투자증권의 자기자본 및 주가도 큰 상승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두나무는 여전히 현재 한화투자증권이 보유한 타법인 출자 지분 중 가장 큰 규모(3247억원)를 유지하고 있다.
증권업황이 긴 터널을 뚫고 개선세를 보이는 점도 긍정적이다. 올 1분기 누적 일평균 증시 거래대금은 21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1% 증가했다. 신용잔고와 고객예탁금도 각각 증가해 증시대기자금도 확대돼, 증권가에서도 증권주의 전반적인 강세를 점치는 중이다. 한화투자증권이 기업공개(IPO)를 주관한 이에이트도 일반청약반청약에 증거금 1조원이 몰리며 흥행에 성공한 것도 고무적이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2024년 회사는 변화하는 시장상황에 대응력을 높이는 한편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제휴 영업 채널 및 글로벌 사업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