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실적 시즌이 시작된 가운데 업종별로 희비가 극명하게 교차하고 있다. 지난해 적자 늪에 빠졌던 반도체가 턴어라운드에 성공하며 도약하는 가운데 정유·조선 업계에도 훈풍이 불 전망이다.
자동차 업계는 성장세가 다소 둔화된 모습을 보이고 철강·석유화학 기업들은 힘든 시기를 계속 보낼 것으로 관측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1분기 영업이익이 6조6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지난 5일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931.25% 뛴 수치다. 매출액은 71조원으로 11.37% 성장했다.
이같은 결과는 당초 증권가 전망치를 20% 이상 웃도는 '깜짝 실적'이다. 삼성전자의 분기 매출이 70조원대를 회복한 것은 2022년 4분기(70조4646억원) 이후 5분기 만이다.
반도체 분야가 흑자로 돌아선 게 삼성전자 호실적의 주요 원인이라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부문별 실적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최대 1조원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감산 효과로 D램과 낸드 가격이 바닥을 찍고 올라온 가운데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1분기 D램 평균판매가는 전 분기 대비 최대 20% 상승한 데 이어 2분기에도 3∼8%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낸드도 1분기 23∼28%, 2분기에는 13∼18%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SK하이닉스 역시 지난 1분기 1조5000억~2조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올렸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 회사는 지난해 4분기 5분기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하긴 했지만 이익 규모가 3460억원에 불과했다.
LG전자도 잘 달렸다. 글로벌 수요 부진에도 기업간거래(B2B)와 가전 판매 호조, 구독 사업 확대 등에 힘입어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LG전자는 1~3월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1조3329억원으로 집계됐다고 5일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11% 줄어든 수치다. 대신 외형 성장에 성공했다. 이 기간 매출액은 21조959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3.3% 증가했다. 1분기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매출액이다.
향후 전망도 밝다. 가전 사업은 프리미엄 제품과 중저가 라인업 판매 호조로 상반기 매출이 전년 대비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연간 영업이익의 55%가량을 차지하는 가전 사업의 올해 영업이익이 2021년 이후 3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국제유가가 올해 들어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정유사들도 웃고 있다.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 개선으로 지난해 부진을 털어낼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는 숨을 고르는 시기다.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낸 현대자동차·기아 판매가 올해 들어 다소 줄어서다. 글로벌 경기 위축 여파다.
양사 영업이익은 작년 1분기와 비슷하거나 다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고부가가치 차종 위주로 판매믹스가 개선되고 있고 미국 등 선진시장에서 여전히 선호도가 높아 기록을 또 경신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공존한다.
이차전지 업계 표정도 밝지는 않다. 전세계적으로 전기차 시장 성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가운데 1분기에도 전년 대비 성장폭이 크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LG에너지솔루션은 1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1~3월보다 75.2% 떨어진 1573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5일 밝혔다.
전방 산업 부진에 수입산 공세 '이중고'를 겪고 있는 철강 업계도 힘든 시기가 지속될 전망이다. 석유화학 업체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중국발 공급과잉이 계속되는데다 유가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까지 안게된 탓이다.
카카오 역시 1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30% 안팎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광고 사업 등에서 선전한 네이버는 기대 이상의 성적표를 받아들 것으로 예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