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4월 들어 2700선을 내주는 등 이날까지 약세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최근 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유가 상승을 부추기는 중이다. 미국 내 고물가가 계속되며 금리 인하 시기 연기 가능성이 커지는 점도 증시에 추가적인 하방 압력을 제공하고 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유가증권시장은 전 거래일 대비 11.39(0.42%)포인트 하락한 2670.43에 마감해 2700선이 점차 멀어지고 있다. 이날 증시에서는 외국인이 2388억원, 기관이 268억원을 팔아치우며 하락세를 주도했다. 장중 한때 2650선을 하회하기도 했지만, 지나친 약세를 경계한 개인이 2473억원을 홀로 사들이며 어느정도 주가를 회복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기관은 이날을 포함해 9거래일 연속 매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주말(13~14일) 중동에서 지정학적 우려가 커진 것이 이날 하락장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란 정부가 시리아 주재 자국 영사관 폭격에 보복하기 위해 이스라엘에 수십 대의 드론 공습을 감행, 그에 따른 확전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주요 산유국이 많은 중동 지역은 전쟁 발발 시 국제 유가가 급격히 상승해 글로벌 경제의 고물가 현상을 더욱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이미 미국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은 지난 2월 2일 배럴당 72.28달러로 최저점을 찍은 후 줄곧 상승해 최근 85달러대에 거래 중이어서, 곧 100달러대까지 오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이스라엘-이란 간 확전 가능성을 경계하면서도 유가 상승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점치는 분위기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양국이 한번씩 공격을 주고 받은 후, 확전을 막기 위해 미국이 양국의 자제를 촉구했다"며 “유가는 상승 추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미국 제조업 경기가 반등하면서 유가가 오르고 있으며 전략 비축유를 많이 소진한 미 정부의 통제 능력이 충분할 지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미국 기준 금리 인하 시점이 뒤로 밀린 점도 국내 증시에 부담 요인이다. 최근 발표된 미국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 대비 0.4% 올라 예상치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이번주 발표될 미국 경기 평가 보고서 '베이직북' 및 3월 소매판매 지표에서도 부정적인 결과가 나올 경우 기존 6월경으로 예상되던 금리 인하 시기가 연기될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도 최근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는 중이다. 이달 초까지 달러당 1300원대 초반을 기록했던 환율은 최근 급등해 이날은 1384원에 마감했다.
실제로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를 보면 불과 일주일 전인 8일에는 시장참여자 중 51.3%가 오는 6월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점쳤지만, 현재는 21.5%로 크게 줄어든 상태다. 그나마 7월 금리인하를 예측하는 비중이 51.8%로 아직 높은 상태이며, 9월이 72.7%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여당이 지난 총선에서 패배한 것이 증시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여소야대 정국이 지속되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이 추진동력을 상실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다.
단 이날 제40차 금융산업위원회에 참석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밸류업 프로그램은 단순한 일회성이 아니라 국가의 장기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일관되게 어떤 정부라도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며 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리라는 의지를 보였다.
이같은 악재 속에서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국내증시의 단기 하락 가능성을 점치면서도 지나친 비관론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3월 CPI 결과에도 불구하고 지난 11일 하루만에 미 증시가 반등한 것은 인플레이션·통화정책 외에 경기, 기업 실적 등 중요하게 인식하는 변수가 있다는 것"이라며 “다가올 1분기 어닝시즌 결과에 따라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