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투비소프트의 주주총회에서 통과된 감자 승인의 건에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법원에서 주총 결의 취소의 사유가 있음을 시사하면서, 투비소프트의 정기 주총 진행 과정의 논란은 경영권 분쟁 상황과 맞물려 쉽게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1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 50부(김상훈 부장판사)는 투비소프트 주총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을 인용했다. 주총에서 통과된 자본금 감소에 관한 안건 통과 효력은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효력이 정지됐다.
지난달 28일 열린 투비소프트 주총에서는 2대 주주인 벨에어조합 2호의 주식과 3대 주주는 카발로블란코 지분의 의결권이 인정되지 않았다.
회사 측은 의결권을 인정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3월 22일에 검사인선임 신청건 및 3월 27일에 주주명부열람등사가처분 신청건과 관련해 법원이 민법상 비법인 사단에 해당 '당사자 적격'이 없다고 판시를 내렸기에 주주총회에서도 의결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2대조합(벨에어조합2호)은 3월 25일 자 내용증명 등을 통해 이미 의결권을 행사할 자격이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법원은 회사 측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검사인선임 및 주주명부열람등사가처분 소에 관한 당사자와 주주총회 의결권은 별개의 건이기 때문이다. 각각의 건은 독립적이라는 것이다.
법원은 “이른바 조합대리에 있어서는 본인에 해당하는 모든 조합원을 위한 것임을 표시해야 하나, 반드시 조합원 전원의 성명을 제시할 필요는 없고, 상대방이 알 수 있을 정도로 조합을 표시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면서 “이번 주주총회에서 카발로블란코 조합(3대 주주)와 벨에어조합2호(2대 주주)의 조합원들이 보유한 주식에 관한 의결권의 대리행사가 적법하지 않다는 이유로 그 의결권의 행사를 허용하지 않은 겻은 위법하다"고 설명했다.
주총에 정통한 한 변호사는 “주총 의결권과 소송 당사자 요건은 완벽히 별개"라고 지적했다. 관련 내용에 정통한 한 관계자 역시 “내용증명 자체로 의결권을 제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경찬 대표, 투비소프트 경영권 사유화 우려↑
조합이 주총 의결권 인정 여부를 갖고 법원까지 간 이유는 투비소프트가 현재 경영권 분쟁 중이기 때문이다. 최대주주인 리얼인베스트먼트와 2·3대 주주는 이경찬 대표의 부인인 김모란희 이사의 이사회 진입 건을 두고 지난해부터 다퉈왔다. 김 이사는 투비소프트의 주업인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한 플랫폼 제공과 무관하다. 김 이사는 그간 보건복지부 행정사무관로 근무해 왔을 뿐이다.
이를 두고 2·3대 주주 측은 이경찬 대표의 '사법리스크' 회피 수단으로 이사진 하나가 전용됨을 우려했다. 이 대표가 김봉겸 와이퀸텟 대표에 21억 대여금 미지급 등으로 사기죄로 고소당하면서 이에 관한 심문이 이어지고 있다.
아울러 2·3대 주주 측은 주가 하락으로 큰 손실을 입고 있는터라 최대주주와 협조할 이유가 특별히 없는 상황이다. 이 대표가 경영권을 쥔 이후 투비소프트의 주가는 내리막길이다. 2021년 6월 25일 2950원이었던 주가는 지난 2월 29일 289원을 기록, 10분의 1토막이 난 상태다. 19일 현재 주가는 302원이고, 시가총액은 237억원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김 이사선임을 관철했다.
또한 2·3대 주주 측은 주주총회에서 최대주주 측을 진지하게 이기려 했다. 그리고 승산도 있었다. 2·3대 주주는 602만주(7.70%)를 보유, 최대주주의 677만주(8.63%)와 비교할 때 큰 차이가 없다. 아울러 2·3대 주주는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업체 시장에서 이름값있는 KDM메가홀딩스를 선임했다. 이는 의결권을 확보하기 위해 상당한 비용 투입도 마다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다.
재판부는 “조합원들이 보유한 주식에 관한 의결권의 대리행사가 허용됐다면 자본금 감소 안건에 반대한 의결권의 수가 찬성한 의결권의 수보다 많게 돼 자본금 감소 안건은 부결됐을 것"으로 판단했다.
◇법원 “주총 결의 취소 사유 있어"
법원은 감자 결의와 관련해 '투비소프트는 결손금 보전 목적을 웃도는 자본금을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말 기준 투비소프트는 78억원의 부분자본잠식이 있었지만, 감자 규모는 314억원에 달한 것.
자본금 감소의 결의는 결손금 보전의 목적일 경우에는 주총 보통결의로 통과되지만, 일반적인 경우는 주총 특별결의 사항이다. 즉, 특별결의사항 안건을 통과시켜야 할 부분이 상당한데 이를 모두 보통결의로 부의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법원은 주총 결의 취소 사유가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법원은 “결의취소의 사유가 있음에도 이 사건 자본금 감소에 관한 절차가 진행될 경우 채무자 회사 대내외적으로 상당한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총회의 소집절차 또는 결의방법이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하거나 현저하게 불공정했다는 의미이다. 주총 결의 취소의 소는 소급효가 있기에 법원의 판단에 따라 지난 3월에 있던 김 이사 선임 역시 취소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