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가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75%로 동결했다. 올해 들어 지난 2월 기준금리가 0.25%포인트(p) 하향 조정됐는데, 미국 관세 정책 등에 따라 불확실성이 커지자 시장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한은은 판단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향후 전개와 관련된 불확실성이 전례 없이 커졌다"고 말했다.
한은은 17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75%로 유지했다. 이날 신성환 금통위원만 기준금리 0.25%p 인하가 필요하다고 소수 의견을 냈다.
이창용 총재는 금리 동결 배경에 대해 “1분기 경기 부진, 글로벌 통상 여건 악화로 성장의 하방 위험이 커졌지만, 미국 관세 정책 변화와 무역협상 전개, 정부의 경기부양책 추진 등에 따른 전망 경로 불확실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며 “환율의 높은 변동성과 가계대출 흐름을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2월 이후 통상 여건이 크게 악화됐고, 향후 전개와 관련된 불확실성이 전례 없이 커졌다"며 “성장의 하방 위험이 상당 폭 확대된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 관세 정책의 강도와 주요국 대응이 단기간에도 급격히 변하고 있는 만큼 현재로서는 전망의 기본 시나리오조차 설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향후 성장 경로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고 했다. 또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로 갑자기 어두운 터널로 확 들어온 느낌"이라며 “이렇게 어두워진 상황에서는 스케줄을 조정하면서 밝아질 때까지 기다리는 게 좋지 않냐는 생각"이라고 부연했다.
3개월 후 금리 전망에 대해서는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이 모두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보다 낮출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5월에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가능성이 매우 큰 만큼 성장률 전망 수정치와 여러 금융·외환시장 상황들을 보여 적절히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더 낮아질 것으로 한은은 시사했다. 지난 2월 성장률을 기존 1.9%에서 1.5%로 0.4%p 낮췄지만 이마저도 낙관적이었다고 이 총재는 언급했다. 그는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봤을 때는 2월 전망 시나리오는 너무 낙관적이었다"며 “전망치에 더 크게 영향을 줄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해외 기관도 그렇고 다음 주 국제통화기금(IMF)도 새 전망을 발표하는데, 저희가 파악하기에는 모두 다 전망을 상당 폭 낮출 것"이라며 “특히 1분기에 정치적 불확실성이 생각보다 지속됐고 기타 요인이 있어 성장률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여기에 미국의 관세 효과도 더해져 성장률은 상당히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한은 예상이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4월 경제 상황 평가'에서 “1분기 성장률은 2월 전망치인 0.2%를 밑돈 것으로 추정되며, 소폭의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정부가 12조원의 추가경정예산을 발표한 것과 관련해 이 총재는 “성장률을 0.1%p 정도 올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재정 승수 평균치는 0.4∼0.5 정도로 분석했다.
앞서 이 총재는 15조~20조원 규모의 추경이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이에 이 총재는 “중앙은행 총재로서 이례적으로 추경을 말한 것은, 급작스럽게 일어난 계엄 사태로 경기가 많이 안 좋아질 것 같았고 추경과 같은 경기부양책이 발표되지 않으면 1월에 해외 기관들의 성장률 전망치가 너무 나쁘게 나올 것 같아 미연에 막았으면 하는 생각이었다"며 “한국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생기더라도 경제 정책만큼은 정치와 분리해 진행된다는 메시지와 신뢰를 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추경을 언급했다"고 했다.
이어 “지금은 그런 상황이 지났기 때문에 추경을 얼마나 하는 것이 좋다고 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추경은 양도 중요하고, 어떤 것에 지출하는 지도 중요하며, 특히 구조적으로 재정적자로 연결되지 않도록 일시적인 지출로 한정해야 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