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쇼크에 이어 중국사업 침체로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이 조직 개편 등 과감한 체질 개선으로 '위기 극복' 반전을 꾀하고 있다.
조직 개편으로 연구개발(R&D)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글로벌 인지도가 높은 화장품 브랜드 M&A(인수합병) 효과로 반등 모멘텀을 노리는 있는 것이다.
20일 아모레퍼시픽에 따르면, 최근 회사의 R&D와 기술 혁신을 맡는 기존 R&I(연구혁신) 유닛 산하 조직으로 '혁신경영센터'를 신설했다. 전사적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혁신 전문 조직으로 고객 중심의 제품을 개발하고 브랜드 간 연계를 강화한다는 이유에서다.
신규 조직을 통솔하는 디비전(Division)장에는 외부 인사를 앉혔다. 글로벌 화장품 그룹 로레알 출신의 한은영 상무로 올 초 아모레퍼시픽에 합류했다. 한 상무는 미국 럿거스 대학에서 분자생물학과 생화학 학사학위를, 뉴저지 의치학대학교(UMDNJ)에서 생물통계학 석사학위를 받은 뒤 줄곧 R&D·고객혁신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온 인물로 알려졌다.
업계는 개발력 전문성 강화를 통해 아모레퍼시픽이 주력시장인 중국 사업을 강화하는 한편, 비(非)중국 지역 다각화에 속도를 내는 투트랙 전략에 힘주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주력 시장인 중국 사업이 주춤하며 당장에 실적 회복이 어려운 만큼 공백을 메우기 위한 해외 영토 다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그룹사 차원에서 '동반성장(Grow Togehter)'이란 경영방침 중 하나로 '글로벌 리밸런싱(재균형)'을 추진하고 있다. 성장 잠재력이 큰 지역 위주로 글로벌 사업 지형을 재편하는 것이 골자로, 미국·일본·유럽 등 집중성장 지역 중심으로 유통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다양한 사업 모델을 시도한다는 계획이다.
애국소비·경기 침체 등으로 침체된 중국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변화의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최근 아모레퍼시픽은 R&I센터 내 상해연구소를 중국연구소로 명칭을 변경했다. 조직 성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으나, 국가 단위로 확대 개편해 한국·미주·APAC(아시아태평양)·EMEA(유럽·중동·아프리카)·일본 등과 6개 핵심 거점 연구소 체제를 구축한 것이다.
이 같은 R&D 강화 행보에 업계는 지난해 아모레퍼시픽이 중국 사업 부진으로 아시아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서며 전체 실적마저 손실을 입는 등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한다. 지난해 연결기준 아모레퍼시픽 매출은 전년 대비 10.5% 줄어든 4조213억원,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4.1% 감소한 1081억원을 기록했다.
해외사업 매출은 전년 대비 5.5% 하락한 1조 3918억원을,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돼 432억원의 손실을 냈다. 미주·EMEA 지역 매출이 각각 전년 대비 58%, 62% 신장했으나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매출이 16% 쪼그라들며 실적 타격을 입은 것이다. 아시아 매출에서 중국 비중은 50% 수준이다.
이에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의존도를 줄이되 비중국 시장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지난해 10월 연결 자회사로 편입한 코스알엑스(COSRX)에 기대를 걸고 있다.
COSRX는 북미·유럽 등 전 세계 140여개국에 진출한 스킨케어 브랜드로, 최근 3년간 연평균 60% 이상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업계 추정대로라면 지난해 매출은 470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90% 이상이 비중국 시장에서 나온다.
특히, 코스알엑스 인수에 아모레퍼시픽이 투자하는 비용만 9351억원으로 그동안의 M&A 가운데 최대 규모다. 2021년 아모레퍼시픽은 1800억원을 투자해 COSRX 지분 38.4%를 확보하며 자기주식(4%)을 제외한 잔여 지분 57.6%에 대한 매수청구권(콜옵션)을 받았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10월 콜옵션을 행사해 잔여 지분을 7551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으며, 이달 말 6000억원대 거래대금 지급 이후 내년 1500억원 규모의 잔금을 납입할 계획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해외 사업 분위기는 중국이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나 북미와 일본, 유럽 등 비중국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면서 “코스알엑스 실적은 오는 6월부터 반영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