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대책이 대형건설사 위주여서 건설산업 80%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건설업계들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입법이 필요하거나 부처간 협의가 요구되는 과제가 대부분이어서 실효성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분석이다.
◇ 적정공사비 적용 등 경기회복 방안 기대
지난 20일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배포한 'RICON 건설브리프 63호'에 따르면, 최근 건설시장은 지속되는 고금리와 공사비 상승,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축, 미분양 누적 등으로 하강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경제 침체, 취약계층 일자리 감소 등의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에 지난 1월10일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 방안' 발표 이후 후속 조치 차원에서 지난달 28일 '건설경기 회복지원 방안'을 내놨다. △적정 공사비 반영 △대형공사 지연 최소화 △미분양 등 건설사업 리스크 최소화 △건설·부동산 시장 규제 개선 등이 주요 내용이다.
여기서 적정공사비 반영 중 공공부문은 공사비에 '적정 단가' 산출과 '물가상승분'을 반영하는 것을 말한다. 민간공사 부문은 공사비 분쟁 예방과 조정을 적극 돕도록 했다. 아울러 PF 경색에 따른 자금조달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해 주택 PF 보증요건을 완화하고 비주택 PF보증도 상반기 내 도입한다. 부동산 시장 과열기에 시행되기 시작한 각종 비효율적 규제 혁파 방안도 조속히 마련해 원활한 주택공급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번 대책을 두고 건설업계는 최근 3년간 건설공사비가 30% 가까이 상승한 점과 안전관리 및 환경관련 비용이 증가했다는 점에서 적정 공사비 반영을 위한 조치가 포함된 점은 시의적절한 것으로 평가했다.
건정연 관계자는 “공사비 분쟁 예방과 조정을 위해 전문기관 지정, 건설자재 협의체 구축 등도 건설시장 안정화와 기업 애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지방 미분양 해소와 PF 유동성 지원을 위해 리츠를 활용해 지원하거나 LH 등이 부실 우려 사업장의 재구조화를 유도하는 등 건설사업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 역시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사에 대한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긍정적인 것으로 판단됐다.
◇ 정부 협업 필요해 시간 지연 우려…중소업체 대책 부재도 아쉬워
다만 일부 대책들은 법률 개정이 동반돼야 추진 가능하며, 정부 부처간(기획재정부, 조달청, 행정안전부, 중소벤처기업부) 협의가 필요한 경우도 많아 시장 안착 후 효과를 발휘하기 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다.
적정 공사비 반영을 위한 공사비 조정은 국가 재정이 투입되기에 계약예규 등의 개정에 앞서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등과 추가 협의가 요구된다. 공사비 분쟁 조정과 건설자재 수급협의체 구성은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이 선행돼야 하고 관급자재 납품 등은 조달청·중소벤처기업부와의 논의가 필요한 사항이다. LH 또는 리츠를 활용한 지원안 역시 '지방세법'과 시행령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
여기에 건설경기가 어려워지면 상대적으로 약한 고리라 할 수 있는 중소 전문건설업체에 대한 지원 대책은 부족한 상태다. 건설경기 악화로 인해 올들어 3월까지 부도처리된 9개 업체는 모두 전문건설업체였다. 같은 기간 폐업신고를 한 업체 998개사 가운데 전문건설업체는 864개(86.6%), 종합건설업체는 134개(13.4%)로 각각 조사됐다.
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대책에 중소·전문건설업에 특화된 사항이 부재한 점은 아쉽다"며 “연쇄부도 방지를 위해 하도급대금 보호를 더욱 강화하거나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안전관리자 자격기준 완화 등 중소건설업이나 하도급을 담당하는 전문건설업에 대한 지원 방안이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