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1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에 대해 “향후 통화정책과 관련된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국은행은 외환, 금융시장 상황에 대해 각별한 경계심을 갖고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은행은 2일 오전 유상대 부총재 주재로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미 FOMC 회의 결과에 따른 국제금융시장 상황과 국내 금융‧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을 점검했다.
이번 FOMC 회의에서 연준은 시장 예상대로 정책금리를 현행 연 5.25~5.50%로 동결했다. 다소 호키시해진 의결문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양적긴축 축소 규모 예상치 상회, 파월 의장 발언 등에 영향받아 미 국채금리는 하락하고 미 달러화가 약세를 보였으며 주가는 혼조세를 나타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현 통화정책 수준은 긴축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올해 들어 지금까지 경제 지표는 우리에게 (인플레이션이 2%로 향하고 있다는) 더 큰 확신을 주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인플레이션 지표는 기대치를 웃돌았다"며 “현재의 기준금리를 적절하다고 판단할 때까지 오랜 기간 유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현재의 정책기조가 인플레이션 완화에 충분히 제약적이고,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유상대 부총재는 “이번 FOMC에서 파월 의장은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은 낮다고 하면서도 디스인플레이션과 금리인하를 위한 확신에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며 “이에 따라 연준의 향후 통화정책과 관련된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등 주요국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상당한 상황에서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등 여러 대외 불확실성 요인이 상존해 있는 만큼 앞으로도 외환·금융시장 상황을 각별한 경계감을 가지고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유 부총재는 “이 과정에서 주요국 경제지표 발표 등에 따라 외환·금융시장의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될 우려가 있는 경우 적기 시장안정화 조치를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과 괴리된 과도한 시장 변동에는 과감한 시장안정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이날 오전 아세안+3 재무장관회의·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출장 중 터키 이스탄불에서 화상연결로 관계기관 합동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개최했다. 회의에는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주요국 금리인하 시기와 폭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중동 분쟁 전개 양상 등에 따른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경계심을 갖고 관계기관간 긴밀히 공조해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최근 국내 금융시장의 경우, 중동 긴장 고조 등으로 주가와 환율 등 변동성이 다소 확대됐지만, 외국인 증권자금 순유입이 지속되고 자금시장에서도 신용스프레드 축소가 이어지는 등 비교적 안정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참석자들은 수출 호조세 지속, 내수 반등 등 우리 경제의 펀더멘탈은 견조하므로 이와 괴리된 과도한 시장 변동에는 과감한 시장안정조치를 시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최 부총리는 “우리 외환시장의 폭과 깊이를 제고하기 위한 외환시장 구조개선도 차질없이 지속 추진하는 한편, 올해 9월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을 목표로 6월 국채통합계좌 개통 등 제도 기반을 완비하겠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잠재 리스크 관리에도 만전을 기하는 동시에 고금리 지속에 따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약부문에 대한 맞춤형 금융지원과 구조적 정책 대응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부동산 PF의 경우, 최근 태영건설 워크아웃 과정에서도 보여줬듯이 '질서있는 연착륙'의 일관된 기조 하에서 정상사업장에는 자금이 원활히 공급될 수 있도록 대응해 나가고, 사업성 부족 사업장은 재구조화를 지속 촉진하기로 했다.
최근 시중 전반적 유동성과 자금조달은 양호하나, 중소기업·소상공인, 저신용 가계 등 취약부문은 어려움이 여전한 만큼, 정부는 선별적이고 맞춤형 지원으로 대응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