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원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20조원 넘는 순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도체·자동차를 중심으로 수출 개선 조짐이 보이고, '밸류업 프로그램'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정책이 외국인들로부터 주목받고 있어서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0일까지 외국인은 코스피에서만 20조5447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1월 3조4828억원, 2월 7조8583억원, 3월 4조4285억원, 4월 3조3727억원 등 4개월 연속 순매수 행진도 이어지고 있다. 이달(10일 기준) 순매수 규모도 1조원을 넘어선 상태다.
강달러·원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자금 유입이 이어지는 것이다. 보통 원화 약세는 환차손 위험이 커 외국인 수급 및 코스피 방향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꼽힌다.
이는 우리 증시에서 반도체·자동차 등 수출주들의 이익 개선세가 뚜렷하고, 저 주가순자산비율(PBR) 업종에 대한 밸류업 수혜 기대감 등이 겹친 결과로 해석된다.
실제로 올해 외국인들의 순매수 상위 종목은 삼성전자(8조3069억원), 현대차(2조9149억원), 삼성전자 우선주(1조3104억원), SK하이닉스(1조2629억원), 삼성물산(1조2165억원), KB금융(7013억원), HD현대일렉트릭(6711억원) 등 수출주 및 밸류업 수혜주가 차지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아직 증시 불확실성이 크지만 밸류업 후속 정책이나 외환시장 선진화 추진 등에 따라 외국인 순매수 기조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한국 정부 정책 동향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정부에서 일관된 정책 방향성을 유지하는 한편, 다른 규제도 국제기준에 맞는지 점검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정부 역시 밸류업 프로그램을 보다 구체화하고 규제 개선을 이어갈 계획이다. 지난 9일 열린 '2024 삼성 글로벌 인베스터스 콘퍼런스'에서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배당을 확대하는 기업에 대한 법인세·배당소득세 감면 혜택이 곧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 주에는 금융위가 각 외국계 금융사와 만나 오랜 기간 개선이 요구된 망 분리 규제 개선 관련 의견을 청취한다. 더불어 오는 3분기에는 코리아 밸류업 지수 개발, 4분기에는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