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인구 감소와 고령화 가속화로 증권업계가 위기에 봉착했다. 신규 고객 유치가 중요한 증권사로서는 해법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증권사들은 개인화 서비스 확대, 디지털 전환 등으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줄어든 대면 거래…영업점 통폐합 가속화
인구 감소 여파는 증권사의 오프라인 영업점 축소로 이어지는 추세다. 한때 1000개를 웃돌던 증권사 지점 수는 지난해 말 800여개로 급감했다. 증권사들은 지점 통폐합을 통해 경영 효율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24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국내 49개 증권사의 국내 지점(영업소 포함)은 803곳으로 지난해 870곳 대비 67곳(7.7%)이 사라졌다. 최근 5년간 증권사 지점 수는 매년 감소하는 양상이다. 국내 지점 수는 △2019년 1014곳 △2020년 969곳 △2021년 908곳 △2022년 870곳 △2023년 803곳으로 지난 2019년과 비교하면 5년 만에 20.8%가 감소했다.
과거 대면으로 계좌를 개설하는 고객들이 많았던 것과 달리 계좌 개설부터 주식 거래, 상담 까지 모두 비대면 거래가 가능해지면서 대면 거래 비중이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이에 증권사들은 지점 수를 줄이는 대신 여러 지점을 한 데 모아 대형화·거점화하면서 특화 지점으로 운영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서울 구로 자산관리(WM)센터를 폐점하고 서울 여의도 파크원 NH금융타워 본사에 위치한 영업부금융센터와 통합했다. KB증권도 기존 신설동지점, 종로지점을 광화문지점과 통합해 지난해 광화문금융센터를 개설했다.
대신증권은 지난해 말 기존 4개 지점(여의도 영업부와 광화문센터, 사당WM센터, 신촌WM센터)을 통합해 '여의도 금융센터'로 일원화한 바 있다. 미래에셋증권도 통영, 군산, 안동, 잠실새내, 용산 WM지점을 통폐합한 데 이어 지난해 서울산WM은 울산WM으로 삼성역WM은 테헤란밸리WM으로 통합했으며 명동WM지점을 투자센터광화문으로 통합해 운영 중이다.
대형증권사 한 관계자는 “요즘 지점에 가보면 고객들을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도로 오프라인 고객 비중이 줄어들고 있어 지점 축소는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다만 PB 규모는 늘려 지역 거점 점포를 통해 개개인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AI 활용' 디지털화로 인구 급감 위기 속 활로 모색
증권사들은 인구 감소 위기에 대한 대응책으로 개인화와 디지털화를 택했다. 인구 감소가 급격하게 빨라지는 데다 고령화도 가팔라지면서 세대 간 격차가 심해진 탓에 세대별 개인화 서비스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모바일 트레이딩시스템(MTS) 고도화다. 증권사들은 MTS에 생성형 인공지능(AI)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KB증권은 지난 3월 생성형 AI를 활용해 양방향으로 맞춤형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스톡(Stock) AI' 서비스를 개시했다. 투자자들이 스톡 AI에 투자와 관련된 질문을 하면 맞춤형 답변을 받을 수 있고 대화형 AI 서비스다. 기존에 증권사들이 제공했던 단(單)방향 정보 제공 서비스에서 한 단계 발전한 기술이다.
하나증권도 최근 AI 펀드 운용사 콴텍과 함께 '콴텍x하나증권 PB 플랫폼'을 선보였다. 챗GPT를 적용한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즘과 증권사의 프라이빗뱅킹(PB)을 결합한 서비스다.
증권사 내부적으로도 디지털화는 중요한 요소다. 인구 감소에 따른 생산성 향상과 노동 시장의 유연성이 요구되는 시점에서 디지털화는 인력 운영 측면에서도 부합하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자체 개발한 AI 에이전트가 기업 실적을 분석한 AI 리서치 자료를 발간하기도 했다. AI를 통해 과거에 기업 실적 발표 후 5시간 정도 소요되던 분석 및 리포트 작성 시간을 5~15분 이내로 단축할 수 있게 됐다. NH투자증권도 지난해부터 AI을 활용한 'GPT뉴스레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정지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국내외 증권사들이 투자정보, 해외자료 번역, 주요 종목 관련 뉴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챗GPT를 활용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향후에도 개인 맞춤형 서비스에 AI 기술이 폭넓게 활용될 것"이라며 “다만 리스크 관리를 위한 거버넌스 구체화, 관련 전문인력 양성 등이 수반될 필요성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