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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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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플랫폼법 재추진에 “외국사만 득본다” 반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5.19 15:05

한기정 위원장 “의견수렴 대안 내부검토중” 밝혀

사전지정제 도입 등 추진강행 의지 표명 업계 해석

“EU·美·日 시행중” 제시에 국내환경과 달라 반박

국내진출 中이커머스와 역차별 등 시기상조 주장

공정거래위원장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 기자 간담회에서 윤석열 정부 출범 2주년을 맞아 공정거래위원회 정책 성과와 과제를 설명하고 있다.

정부가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의 사전지정제도를 포함해 다양한 대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혀 유통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플랫폼업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플랫폼법 재추진'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플랫폼기업들이 정부의 플랫폼법 추진에 강하게 반발하는 배경은 국내와 해외 시장의 상황이 다른 상황에서 플랫폼법 시행이 적절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한기정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6일 “(플랫폼법 관련) 의견을 수렴한 뒤 다양한 대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여야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 플랫폼법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플랫폼법은 매출, 이용자수, 시장점유율 등을 기준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플랫폼을 '지배적 플랫폼'으로 지정해 사전 규제하는 '사전지정제도'를 핵심으로 한다. 사전지정제도를 근거로 지배적 플랫폼을 규정한 뒤 △자사 우대 △최혜 대우 △멀티호밍(사용자들이 플랫폼을 목적에 따라 동시에 사용하는 행위) △끼워팔기 등을 규제하겠다는 게 공정위 내용이다.




그러나, 플랫폼업계는 이같은 내용의 법안 추진에 강력하게 반발했다. 그러자, 정부는 업계의 다양한 의견 수렴해 법안을 추진하겠다며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번에 공정거래위원장이 다시 법안 재추진 입장을 시사한 것이었다.


한기정 위원장의 발언은 해외 플랫폼법 사례 등을 참고해 플랫폼법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게 요지였다.


실제로 공정위는 해외 선진국들이 우리나라보다 앞서 플랫폼시장을 규제하는 법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유럽연합(EU)의 경우, 지난 3월부터 '디지털시장법(DMA)'을 본격 시행하고 있다. DMA는 시장지배적 거대 플랫폼기업들을 '게이트키퍼(Gatekeeper)'로 지정해 반독점 행위를 제재하는 법안이다.


시장의 문지기 역할을 하는 거대 플랫폼 기업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통행 규칙을 세우고, 시장을 입맛대로 주무르지 못하게 막는다는 의도이다. DMA를 근거로 구글 알파벳, 아마존, 애플, 바이트댄스,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6개 기업이 게이트키퍼로 지정됐다.


이웃나라 일본도 지난 2020년 5월 '특정 디지털 플랫폼의 투명성 및 공정성 향상에 관한 법률안(TFDPA)'을 통과해 2021년 2월부터 시행 중이다. 해당 법은 특정 디지털 플랫폼 사업자에게 정보공개 투명성 및 공정성 평가를 위한 자료 제출 등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플랫폼 규제법은 EU의 사전규제와 성격이 조금 다르다고 업계는 주장한다.


비록 일본 디지털시장경쟁본부가 지난해 6월 모바일 생태계 경쟁평가 보고서에서 앱 추적 투명성 정책의 경쟁 제한성, 인앱결제 등 모바일 생태계 등을 고려한 타깃형 사전규제 성격의 법률안 제정을 예고했지만 대상을 구글·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기업에 한정했고, 총리 산하 직속기구로 신설했다는 점에서 EU의 규제 방식과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었다.


국내 플랫폼업계와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와 해외시장의 상황이 다른 만큼 플랫폼법을 섣불리 시행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특히,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국내 시장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이커머스기업에 온전한 규제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기업 위주로 규제하는 것은 오히려 역차별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유럽·미국·일본 등 대부분의 국가들은 자국 기업들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유독 대한민국은 규제를 국내기업 위주로 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KC(국가통합인증마크) 미인증 상품에 직구를 금지한 것도 따지고 보면 이제서야 중국 이커머스에 규제를 시작한 것 아니냐"며 플랫폼법이 아직 시기상조임을 강조했다.


전자상거래 전문가인 이동일 학국유통학회장도 “플랫폼법 출발 사례가 외국과 우리나라가 너무 다른 측면이 있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유럽은 자체적으로 활성화된 플랫폼이 없기 때문에 플랫폼법을 통해 해외 플랫폼들의역내시장 활동을 제약하려고 하는 측면이 있고, 미국도 아마존 등 거대 플랫폼들의 입지가 너무 압도적이어서 독과점지배를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달리, 한국은 독과점 상황이라고 판단할 만한 플랫폼기업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주장이다.


이 학회장은 “자칫하면 플랫폼법이 국내 플랫폼기업에 과도한 규제가 되고, 막상 해외에 거점을 두고 있는 플랫폼에는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불균형 경쟁환경이 될 수 있는 이른바 '규제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드는 우를 범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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