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에너지경제신문 강세민 기자 = '횡문근융해증(Rhabdomyolysis)'이란 대중적으로 다소 낯선 질병이 무더위와 함께 최근 우리 사회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군기훈련을 받다가 숨진 육군 훈련병의 사망 원인이 과도한 운동 탓으로 빚어지는 '횡문근융해증'일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크게 고조되고 있다.
'횡문근융해증'은 근육이 손상되었을 때 골격근세포가 녹거나 죽어 근색소인 미오글로빈이 혈중에 과다하게 유출되어 신장 폐색 및 손상시키는 질환으로 자칫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3일 부산 온종합병원 인공신장센터 최재혁 과장(신장내과전문의)은 횡문근융해증의 증상은 근육 손상 정도에 따라 경증부터 중증까지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이 질환의 증상으로는 대체로 근육 통증과 경직, 피로감이나 무력감과 함께 근육이 붓고 발열이 나타날 수 있다. 소변의 색깔도 갈색이나 적색 등으로 변할 수 있는데 특히 미오글로빈뇨증으로 인해 갈색 소변을 보는 게 특징적이다. 구역질과 구토가 동반되면서 심한 경우 △정신혼란 △방향감각 상실 △부정맥 △발작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횡문근융해증의 원인은 다양하다. 근육이 외부의 충격이나 압력을 받거나 과도한 운동이나 익숙하지 않은 운동을 할 때 발생한다. 근육질환이나 신장 질환, 전해질 불균형, 감염, 갑상선 기능저하증, 저체온증 등도 횡문근융해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여러 원인 가운데 특히, 고온 다습한 환경에서 운동을 하거나 땀을 많이 흘려 수분 부족 등으로 이어지면서 횡문근융해증을 많이 일으킨다.
최재혁 과장은 “횡문근융해증의 진단은 주로 임상 증상과 혈액 검사를 통해 이뤄진다"고 설명하고, 무엇보다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선 임상적으로 근육 통증, 부종, 발열 등의 증상이 있는지 확인하는 한편, 소변 색깔이 갈색이나 적색 등으로 변했는지 살펴봐야 한다. 혈액 검사를 통해 근육 손상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인 혈중 크레아틴 키나제(Creatine Kinase) 수치와 마이오글로빈 수치를 확인하게 된다.
횡문근융해증으로 인한 근육 통증과 경직이 확인되면 우선 이를 완화하기 위해 찜질이나 마사지를 해주는 것이 좋다. 의료기관으로 이송 시 근육의 경직과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자세를 편안하게 유지한 채 목을 지탱하고 호흡을 돕는 것이 중요하다. 환자의 의식이 없으면 가슴압박과 함께 인공호흡을 번갈아 시행하면서 심폐소생술을 실시해야 한다.
횡문근융해증은 몸 안의 독소를 소변으로 배출시키는 수액치료와 함께, 약물을 통해 통증을 조절하고 염증을 줄인다. 횡문근융해증으로 인한 신장 기능 저하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로 신장 기능을 모니터링 해야 한다.
신장 등 장기부전은 물론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횡문근융해증을 예방하려면 과도한 운동을 피해야 한다. 특히 무더위가 지속되는 여름철에 '이열치열'로 전신 피로감이나 무력감을 다스리려는 이들이 적지 않은데, 운동의 강도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최재혁 과장은 “운동마니아들이 늘면서 과격한 운동 때문에 횡문근융해증을 일으켜 응급실을 통해 입원 치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미국에서는 연간 약 2만6000여 명, 인구 10만 명당 7명꼴로 횡문근융해증에 시달린다는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확한 통계 자료는 없지만 운동 인구의 증가와 함께 횡문근융해증 환자가 상당히 늘어나는 추세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온종합병원에서 횡문근융해증 치료를 받은 환자는 모두 9명. 그 가운데 20, 30대가 7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지난 4월 초 26세 청년이 특별한 기저질환이 없는데도 1주일간 근육통에 시달리다 응급실을 찾았다가 횡문근융해증으로 진단받았다. 그는 당시 채용 신체검사를 앞두고 무리하게 운동하다가 근육통에 시달려왔다고 한다.
최 과장은 “자신의 체력을 과신해서 갑작스럽게 과도한 운동을 하다가 이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젊은이들이 많다"며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엔 수분 섭취와 더불어 운동의 강도 조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온종합병원 인공신장센터는 무더위 속 효과적인 운동 시간대로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사이엔 햇빛이 가장 강해 열사병과 탈수증 등의 위험을 증가시키므로 이른 아침이나 저녁 시간대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제시했다. 또 운동복도 습기 흡수성이 높고 바람이 잘 통하는 소재의 옷을 입고, 몸을 편안하게 움직일 수 있는 여유 있는 사이즈를 선택할 것을 권했다.
더울 땐 땀을 많이 흘리기 때문에 탈수를 예방하기 위해 충분한 수분 섭취가 필요하다.
최재혁 과장은 “연구에 따르면, 갈증을 느끼는 것은 이미 체중의 약 3%에 해당하는 수분이 없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하고, 운동을 할 때는 갈증을 느끼지 않더라도 20분마다 150㎖(종이컵 한 컵)의 수분을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운동의 강도 역시 체온이 쉽게 상승하므로 평소보다 10∼20% 정도 낮추라고 주문했다. 몸이 뜨거워지면 휴식을 취하되, 그늘진 데나 시원한 장소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라고 최 과장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