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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인터넷전문은행, 주담대 편중...혁신·포용과 거리 멀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6.13 15:54

“단기간 자산 성장, 모임통장 등 혁신서비스...절반의 성공”
중금리대출, 주담대 등 기존 은행과 경쟁...“역할 아쉬워”

일각선 “인터넷은행 특수성 고려한 별도 기준 마련해야”
“동일 잣대 적용하면서 중저신용자 확대 요구 어불성설”

당국 “제4 인터넷은행 사업계획 실현 가능성 중점 평가”
“정교한 소상공인 신용평가 모델 구축 중요 요소”

카뱅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

금융당국이 인터넷전문은행 3사 출범 후 성과에 대해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가했다. 인터넷은행 3사 모두 짧은 기간에 압축적으로 성장했고, 실적 측면에서도 양호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인터넷은행들이 금융거래 이력이 적은 이른바 '씬파일러' 고객들을 포용하기보다는, 기존 중금리 대출 시장을 두고 시중은행, 저축은행과 경쟁을 벌이는 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특히나 인터넷전문은행의 영업이 타행들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뺏어오는데 편중된 점은 포용, 혁신과 거리가 먼 만큼 영업 방식에 대해 다시 고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우현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장은 13일 한국금융연구원 주최로 은행회관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성과 평가 및 시사점' 세미나에서 “인터넷전문은행 3사는 은행 산업에 대해 깊은 이해도를 갖고 있고, 짧은 기간 압축적으로 자산을 성장시키며 모임통장 등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 중"이라며 “(출범 이후 지금까지 행보를 보면) 절반의 성공"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포용적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많다"고 지적했다. 정 국장은 “당초 금융당국은 기존에 제도권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지 못하는 씬파일러 고객들을 인터넷전문은행이 새로운 신용평가기법으로 포용해주길 원했다"며 “그러나 현재는 기존 중금리대출 시장을 시중은행, 저축은행과 서로 경쟁하는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인터넷은행의 영업이 주담대에 편중된 점도 다시 고찰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정 국장은 “인터넷전문은행은 신용대출을 취급하면서 생기는 연체율, 신용리스크 등을 감당하기 위해 안전판으로 안전자산인 주담대를 늘리고 있다"며 “타행들이 대출 심사를 완료하고, 이자를 받고 있는 대출을 좀 더 좋은 조건으로 뺏어오는 식의 영업은 혁신, 포용과는 거리가 멀다"고 비판했다.




인터넷은행의 경우 소비자 민원을 처리할 대면창구가 부족해 고객들이 전세사기와 같은 외부 리스크에 노출된 점도 불안 요인이라고 지목했다. 정 국장은 “이는 인터넷은행이 전산시스템에 대한 내부통제를 강화해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세미나

▲13일 한국금융연구원 주최로 은행회관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성과 평가 및 시사점'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나유라 기자)

금융위원회도 인터넷은행이 기존 은행과 유사한 영역에서 수익을 내는 행보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이진수 금융위원회 은행과장은 “인터넷은행 3사는 대안신용평가 모델을 활용해 중저신용자, 씬파일러를 대상으로 대출을 공급하겠다고 스스로 전략을 세웠다"며 “그러나 대안신용평가 모델을 구축하기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고, 이제 성과를 내기 위해 준비 중인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인터넷은행이 주담대 등 기존 은행들과 유사한 영역에서 수익을 내고 있는데, 이것이 당초 (인터넷은행) 취지와 부합하는지 의문"이라며 “기존 인터넷은행에게 기대하는 역할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제4인터넷전문은행을 인가하는 과정에서 사업 계획 실현 가능성, 건전성 관리 등을 주의깊게 보겠다고 했다. 이진수 과장은 “현재 제4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 중인 컨소시엄들이 소상공인 특화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힌 걸 언론을 통해 봤다"며 “소상공인 신용평가모델은 모든 과정이 비대면으로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비대면 심사의 한계를 넘어서는, 정교한 모델 구축이 (인터넷은행 심사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넷전문은행에 포용금융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은행의 특수성을 고려한 별도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도 있었다. 이정민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 연구위원은 “인터넷전문은행에 포용금융 역할을 강조하려면, 은행이 아예 사회적 은행, 포용금융 전문 은행으로 발전돼야 하지 않나"라며 “일반 은행과 동일한 요건을 적용하면서 중저신용자 대출을 확대하라고 하지 말고, 사회적 가치 실현 등 인터넷은행 특수성을 고려한 별도의 기준을 수립하는 식으로 접근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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