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8일 병의원 집단 휴진과 의사 총궐기대회를 앞두고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실제 '의료대란' 발생 가능성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우선 현실적으로는 휴진 참여율이 저조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의료계 내부에서도 집단휴진에 불참하겠다는 선언이 잇따르고, 정부가 집계한 휴진 신고율도 4%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반면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집단행동에 대한 회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확인한 만큼 유례없는 대규모 집단휴진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1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돌입하고, 하루 뒤인 오는 18일에는 의협이 전면 휴진과 함께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개최한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진료가 완전히 멈추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비대위는 중증·희소질환 환자에 대한 진료와 응급실, 중환자실, 신장투석실, 분만 진료 등은 유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저희가 말씀드린 전체 휴진이란 다른 병의원에서도 진료가 가능하거나, 진료를 미뤄도 당분간 큰 영향을 받지 않는 환자들의 외래 진료와 수술 중단을 뜻하는 것"이라며 “신장투석실도 열고 분만도 당연히 한다"고 말했다.
의대 교수들과 의협이 전면 휴진을 준비하고 있지만 의료계 안팎에서는 실질적인 참여율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적지 않다. 의료계 곳곳에서 집단행동 불참을 선언하거나 의협과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분만병의원협회와 대한아동병원협회, 뇌전증지원병원 협의체는 의협의 집단 휴진에 불참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대한응급의학회와 대한마취통증의학회는 의협을 지지하지만 의료현장에서 필요한 진료는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고, 분만병의원협회와 대한아동병원협회, 뇌전증지원병원 협의체는 의협의 집단휴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응급의학회는 교대로 돌아가는 근무 특성상 남아있는 인력이 응급실을 지키겠다고 했고, 마취과 의사들 역시 응급·중증 환자 등 수술에 필요한 마취 지원은 지속하겠다고 했다.
의료계에서는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른 선택을 인정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도 진료를 이어갈 수밖에 없는 교수들의 상황을 이해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강 위원장은 “서울대병원 안에서도 환자 때문에 절대 (휴진) 못한다는 분도 계신다"며 “분만병의원협회, 대한아동병원협회가 진료를 유지한다고 밝혔는데 당연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역시 어린 환자를 돌보는 소아청소년과 교수들의 휴진 참여율이 저조한 편으로 알려져 있다.
의협의 집단휴진과 관련해 정부가 개원의 등을 상대로 집계한 휴진 신고율도 높지 않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오는 18일 당일 휴진을 신고한 의료기관(의원급 중 치과·한의원 제외, 일부 병원급 포함)은 총 1463곳으로, 전체 3만6371곳의 4.02%에 불과했다. 개원가 뿐만 아니라 의대 교수들의 실제 참여 규모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많다.
각 병원들은 교수들이 집단행동을 사유로 휴진을 신청하는 건 결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서울대병원은 김영태 병원장이 나서서 집단휴진을 불허한 뒤 내부에서 진료예약 변경 등 업무 협조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며 “이런 행동은 우리 사회 전체에 큰 상처를 남기고, 의료계와 환자들이 수십 년에 걸쳐 쌓은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모든 대화에 열려 있고 항상 준비가 돼 있으며, 어떤 형식이든 의료계가 원하면 만나고 논의하겠다"며 “집단휴진을 하는 대신, 의료개혁의 틀 안에 들어와 의료개혁의 브레인이 되길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정부는 이번 집단휴진이 현실화하지 않도록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의료계를 설득하는 한편, 집단 휴진이 발생하더라도 환자분들이 병의원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