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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효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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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지고 정부 조이는데...‘분열’하는 의사들, “우린 회장 졸 아냐”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6.19 22:08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연합뉴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연합뉴스

정부 의료개혁에 맞서는 의사단체들 동력이 법원 제동과 정부 압박, 내부 분열 등으로 약화하는 모양새다.


대법원 2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19일 의대생, 교수 등이 보건복지부·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 사건 재항고심에서 원심 기각·각하 결정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정부가 2025학년도 전체 의대 정원을 2000명 증원해 대학별로 배정한 처분'의 집행을 정지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장래 의사가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 상황에서 증원배정의 집행이 정지될 경우 국민의 보건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의대 정원 증원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사실상 정부 주장을 인정했다.


아울러 “이미 2025학년도 의대 입학정원이 증원되는 것을 전제로 대학교 입학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수험생들과 교육 현장에 상당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고 했다.




반대로 의대 증원으로 교육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의료계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증원배정이 당장 정지되지 않더라도 2025년에 증원되는 정원은 한 학년에 불과하므로 의대 재학생인 신청인들이 받게 되는 교육의 질이 크게 저하될 것이라고 보기는 부족하다"고 했다.


또 “의과대학의 교육 특성상 의료인 양성에 필요한 교육은 입학 후 1~2년의 기간이 지나야 시행되는 경우가 많다"며 “증원된 수의 신입생이 입학한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해 의료인 양성에 필요한 교육이 불가능해진다거나 그 질이 현저히 떨어질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정부 의대 증원에 반발해 산발적으로 제기된 소송전은 사실상 의료계 '완패'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정부는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 전공의와 의대생 등을 포함한 의료계에 현장 복귀를 촉구했다.


복지부는 “의대생들과 전공의를 포함한 의료계의 현장 복귀를 촉구한다"며 “정부는 향후 의학교육 선진화와 의료 개혁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교육부 역시 “대법원 판결을 환영한다"며 의대생들의 현장 복귀를 촉구하고, 의대 교육 선진화 방안 마련을 위해 현장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는 대한의사협회(의협) 등에 대한 압박 강도도 높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날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 조사관을 보내 현장 조사를 실시했다.


공정위는 의협이 집단 휴진과 총궐기 대회를 주도하면서 구성 사업자의 진료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사업자단체 금지 행위'를 했다고 보고 전날 있었던 '의료농단 저지 전국의사 총궐기대회'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복지부도 그동안 국민건강 증진과 보건 향상 등 사회적 책무를 부여받은 의협이 설립 목적에 맞지 않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감독권 행사를 검토해왔다.


민법에 따르면 주무관청인 복지부는 의협을 검사·감독할 수 있으며 법인이 목적 이외 사업, 설립 허가 조건 위반, 기타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했을 때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임원 교체 요구나 해산까지도 가능하다.


그러나 정작 의협은 안팎에서 제기되는 비판에 제대로 대응치 못하는 모양새다.


이동욱 경기도의사회 회장은 이날 '27일 무기한 휴진 발표에 대하여'라는 입장문을 내고 “저를 포함한 16개 광역시도 회장들도 임현택 의협회장이 여의도 집회에서 무기한 휴진을 발표할 때 처음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사결정 회무 방식과 절차에 치명적 문제가 있다"며 “시도회장들이나 회원들은 존중받고 함께 해야 할 동료이지, 임 회장의 장기판 졸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의대 교수들도 마찬가지 반응이었다.


방재승 서울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투쟁위원장은 “어제 (총궐기대회 현장에서) 뙤약볕에서 처음 들었다"며 “옆에 앉아계시던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안석균 교수님과 서로 놀라서 쳐다봤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또다른 교수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도 모르셨을 것 같다"며 “오늘 오후 열리는 연석회의에 가서 우리도 참여해야 하는 건지 계획을 들어봐야겠다"고 말했다.


전의교협 측도 “무기한 휴진은 어제 처음 들었다"며 “오늘 논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의협이 범대위 공동위원장 자리를 제안한 전공의 대표도 의협과 계속 마찰을 빚고 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범대위 공동위원장에 대해서는 들은 바 없다"며 “현재 상황에서 협의체를 구성하더라도 대전협은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지속해서 표명했다"고 적었다.


박 위원장은 “전날 발표한 무기한 휴진 역시 의협 대의원회, 시도의사회와 상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임 회장은 언론 등 대외적 입장 표명을 조금 더 신중하게 하길 바란다"고 직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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