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 투자 열기에 더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에 따른 국내 기업의 미국 내 직접 투자까지 늘어나면서 지난해 대미(對美) 금융투자 잔액이 8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한국은행이 25일 '2023년 지역·통화별 국제투자대조표(잠정)'을 보면 지난해 말 준비자산을 제외한 우리나라 대외금융자산 잔액은 1조9116억 달러로 전년 말보다 1244억 달러 늘었다.
투자지역별로는 미국(8046억 달러)에 대한 금융자산이 가장 많았다. 이어 EU(2528억 달러), 동남아(2485억 달러) 순이었다.
대미 금융자산 잔액은 2002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을 뿐 아니라 전체 대외금융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42.1%)도 최대 기록이다.
2022년 말과 비교해 대 미국·EU 금융자산은 각 1138억 달러, 103억 달러 불었는데, 대 중국·중동·동남아는 91억 달러, 42억 달러, 40억 달러씩 줄었다.
특히 대미 금융자산 증가 폭은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 등의 영향으로 역대 두 번째로 컸다.
한은 관계자는 “대미 금융자산이 2019년 4000억 달러, 2021년 6000억 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지난해 8000억 달러를 웃돌았다"며 “금융자산 내 비중이 가장 큰 증권 투자가 주식을 중심으로 꾸준히 늘고 미국 주가 상승률도 상대적으로 높았을 뿐 아니라 IRA 등의 영향으로 삼성전자 등 대기업의 미국 내 해외공장 투자도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 중국·중동 금융자산이 감소한 것에 대해서는 “2년 연속 대중 금융자산이 줄어든 것은 중국 내 외국인 투자 여건이 나빠진 데다 중국 주가 하락, 대중 수출 부진 등의 결과"라며 “중동의 경우 국내 은행 계좌에 예치돼 있던 이란 자금이 빠져 나간 영향"이라고 했다.
지난해 말 우리나라 대외 금융부채 잔액은 1조5214억 달러로 전년 대비 1116억 달러 증가했다. 미국(3714억 달러), 동남아(3295억 달러), EU(2460억 달러) 순으로 비중이 컸다. 국내 주가 상승 등에 따라 전년 말과 비교해 중동·중국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의 대 한국 투자(우리나라 입장에서 대외 금융부채) 잔액이 늘었다.
통화별 대외금융자산 잔액을 보면 미국 달러화 표시 금융자산이 59.2%(1조1315억 달러)를 차지했다. 유로화(1857억 달러·9.7%), 위안화(1086억 달러·5.7%)가 뒤를 이었다.
2022년 말보다 달러화(+978억 달러), 유로화(+101억 달러), 파운드화(+49억 달러) 투자 잔액이 늘었는데, 위안화(-71억 달러)는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