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ICT) 업계가 메타버스에 인공지능(AI)을 입히고 있다. 두 기술의 강점을 살려 플랫폼 성장 모멘텀을 만들고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와 롯데이노베이트 등 다수의 ICT 기업에서 메타버스 플랫폼 고도화에 힘을 쏟고 있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인기가 식으면서 사업 정체기를 맞고 있지만 향후 신사업 확장 발판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란 기대에서다.
통신 3사는 기존 메타버스 서비스에 생성형 AI 기능을 도입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통적으로 AI 사업에 전사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활용한 콘텐츠를 선보여 글로벌 시장 진출에 힘을 싣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SK텔레콤은 올해 안에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에 △소셜 AI 에이전트 △AI 페르소나 △AI 스튜디오 등 기능을 도입할 계획이다. 소셜 AI 에이전트는 현지 언어와 문화에 최적화한 AI NPC며, AI 스튜디오는 각국 문화에 맞는 3D 아이템-공간을 생성 AI로 제작하는 기능이다. 이를 통해 서로 다른 환경의 국가에서 접속해도 이질감 없는 글로벌 AI 메타버스 서비스로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KT는 자사 생성형 AI '믿음'을 메타버스에 접목한 '지니버스'를 앞세워 교육 산업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최근 행정안전부와 협업해 초등학생 교육 플랫폼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향후 대화·목소리·모션·이미지 기능을 복합 제공하는 멀티모달 기반 생성형 AI플랫폼을 개발해 실감형 킬러 콘텐츠를 제공할 계획이다.
LG유플러스는 최근 광주과학기술원(GIST)과 대학 특화 메타버스 플랫폼 '유버스(UVERSE)'에 AI 기술을 접목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
이들은 △AI 메타버스 캠퍼스 구현·운영 △AI 메타버스 캠퍼스 활성화 △실시간 온라인 강의 플랫폼 구성 등 연내 차세대 AI 메타버스 캠퍼스 구축을 위해 협력할 계획이다. GIST가 보유한 AI 기술과 LG유플러스의 메타버스 기술을 결합해 학생들에게 보다 효율적인 가상 캠퍼스 이용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보기술(IT) 서비스 업계에서는 롯데이노베이트가 메타버스 사업에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 초 'CES 2024'에서 선보인 초실감형 메타버스 플랫폼 '칼리버스'에 AI를 도입해 게임·쇼핑·엔터테인먼트 등 다방면에 활용 중이다.
AI 쇼핑호스트·동시통역·실사 융합 등 기술이 대표적이다. 함께 탑재된 언리얼 엔진5 및 딥-인터랙티브 기술과 결합, 극사실적인 그래픽과 고화질 3D 실사 인물의 융합을 통해 리얼리티를 강조했다. 이를 통해 이용자의 접근성을 높이고, 현실과의 연계성을 강화해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외에도 네이버제트는 지난해부터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생성형 AI를 접목한 창작툴을 도입해 크리에이터 기술을 지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메타버스가 공간컴퓨팅·AI 등 차세대 기술과 결합할 경우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콘텐츠 제작과 3차원(3D) 입체 정보 생성에 필요한 비용과 시간을 줄이고, 채팅봇(bot)과의 감성 교류를 통해 현실과 가상세계 간 상호작용을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다.
올 초 가상융합산업진흥법이 통과되면서 법적 토대가 구축됨에 따라 관련 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메타버스 산업 진흥을 위해 △플랫폼 개발 △인력양성 △기업 육성 △기술개발 △저변 확산 등에 1197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다만 메타버스가 획기적인 산업 혁신을 불러오기 위해선 XR·VR 등 기기와의 융합이 필수적인 만큼 관련 생태계 조성도 병행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상열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 가상융합연구실 책임연구원은 “기기 완제품뿐 아니라 소재·부품·장비 등에 대한 국제 경쟁력 분석을 토대로 국내 기업의 시장 진출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국내 교육 기관·병원·제조업 등 부문과 국내 디바이스 공급 기업 간 협력을 통한 산업 특화 기기 제조·확산 방안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