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소비량이 좀처럼 줄지 않고 있어 탄소중립을 어렵게 하고 있다. 가장 많이 증가한 분야를 보니 친환경 대체재가 마땅치 않은 석유화학용과 항공용이다. 산업용 원전 등 과감한 신기술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7일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올해 1~5월 국내 석유제품 총 소비량은 3억9827만6000배럴로, 전년 동기의 3억8159만1000배럴보다 4.4% 증가했다.
제품별로 보면 휘발유, 납사, 항공유, 액화석유가스(LPG)가 가장 많이 늘었다.
올해 1~5월 제품별 소비량은 △휘발유 3777만3000배럴로 전년 동기보다 6.6% 증가 △납사 1억8554만6000배럴로 전년 동기보다 3.3% 증가 △항공유 1571만4000배럴로 전년 동기보다 18.5% 증가 △LPG 5831만8000배럴로 전년 동기보다 12.5% 증가했다. 반면 경유는 6391만5000배럴로 전년 동기보다 3.5% 감소했다.
휘발유 소비 증가는 경기 회복 및 경유 소비 감소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환경규제를 받는 경유차의 판매가 둔화된 가운데 최근 소비자들의 선택은 전기차나 수소차보다는 휘발유차로 쏠리고 있다. 전기차와 수소차는 충전 불편, 높은 차량 가격, 화재 안전성 논란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아직 시기상조로 판단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5월 전기차 판매량은 4만7697대로, 전년 동기의 6만876대보다 1만3179대 감소했다. 수소차 보급대수는 올해 5월 현재 3만5542대로, 작년 말보다 1284대 증가에 그쳤다.
납사는 석유화학의 대표적 원료로서, 석유화학산업의 경기 호조에 따라 소비량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LPG는 수송용, 난방용, 석유화학용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데 최근에는 낮은 가격을 강점으로 석유화학 원료로서 쓰임이 늘고 있다.
올해 1~5월 LPG의 화학제품업 소비량은 3232만1000배럴로 전년 동기의 2477만5000배럴보다 30.5% 증가했다. 이에 비해 LPG의 도로용 소비량은 1043만5000배럴로 전년 동기보다 2.8% 감소했다.
항공유 소비 증가는 코로나19 종료가 본격화되면서 우리 국민의 해외 여행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관광 데이터랩에 따르면 올해 1~4월 해외로 나간 관광객 수는 953만5921명으로 전년 동기의 647만6491명보다 47.2% 증가했다.
문제는 올해처럼 석유 소비가 증가하면 탄소중립 달성은 매우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대표적 화석연료인 석유는 국내 1차 에너지 가운데 가장 많은 37.7%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석탄 사용도 줄여야 하지만 석유 사용을 줄이는 것이 핵심 관건이다.
올해 통계에서도 드러났듯 석유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수송용, 석유화학용, 항공용에서 친환경 대체재를 마련해야 한다.
수송용은 전기차, 수소차가 친환경 대체재로 상용화까지 됐기 때문에 정책적 보급 의지가 가장 중요한 상황이다.
이에 비해 석유화학용과 항공용은 친환경 대체재에 대한 기술적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현재 논의되고 있는 기술로는 대체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아주 획기적이고 과감한 기술 도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에너지·산업 전환 분과위원인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최근 국내 전기차 보급이 둔화된 이유는 비싼 차량 가격 영향이 크다. 이 부분은 저렴한 중국산 전기차를 통해 보급을 활성화 할 수 있다"며 “탄소중립 달성이 최종 목표라면 흑묘든 백묘든 가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최근 중국이 원자력 증기를 석유화학산업에 도입한 사례를 예로 들며 “이 기술을 탄소중립 핵심기술 연구 과제로 제안했으나 후순위로 밀리면서 흐지부지된 상태다. 대안으로 거론되는 바이오납사는 턱도 없는 소리"라며 “정치적 개입 없이 가장 효과적인 기술을 과감히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