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 BBB급 회사채 수요예측이 줄줄이 흥행하는 가운데 효성화학만 전액 미매각이라는 결과를 맞닥뜨렸다. 영업손실 누적에 따라 신용등급이 하락하면서 효성화학에 대한 기관투자자들의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것으로 분석된다.
두산·HL D&I, 회사채 전액 매각 '흥행'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두산(BBB+)은 지난 25일 회사채 총 253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기간별로는 1.5년물 200억원 모집에 1020억원, 2년물 200억원 모집에 1510억원이 들어왔다.
두산의 회사채 흥행은 이번이 두 번째다. 두산은 지난 3월에도 회사채 발행을 통해 540억원 전액 매각에 성공해 해당 자금을 채무상환에 사용한 바 있다.
한동안 시장의 외면을 받았던 건설채도 분위기가 반전되는 양상이다. 신용등급 BBB+급인 최근 HL D&I(HL디앤아이한라)는 600억원 회사채 매각에 성공했다.
지난 21일 HL디앤아이한라가 공시한 증권발행실적신고서에 따르면 HL디앤아이한라는 회사채 600억원 발행에 성공했다. 지난 14일 1년물 600억원 모집에 56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으면서 40억원의 미매각이 발생했지만 추가청약 과정에서 미매각 물량을 모두 소진했다. 8%대 고금리를 내세운 점이 매각 성공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BBB급 기업 회사채가 잇달아 흥행한 데는 신용평가사들이 긍정적 전망과 함께 신용등급을 높이면서 투심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여기에 BBB급 채권이 A급에 비해 신용도는 낮지만 금리가 8%대로 높다는 점도 인기 요인 중 하나로 꼽혔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9일 두산에 대해 계열사 전반의 재무구조 개선 등을 이유로 회사채 등급을 BBB(긍정적)에서 BBB+(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정익수 한신평 수석연구원은 “계열 전반적으로 우수한 이익창출력을 기반으로 재무안정화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주요 계열사 이탈에도 두산그룹은 연간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시현하는 등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HL디앤아이한라도 신용등급이 상향되면서 회사채 시장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 앞서 HL디앤아이한라는 지난 2월 700억원의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에서 주문을 한 건도 받지 못한 바 있다.
하지만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가 지난달 HL디앤아이한라의 회사채 등급을 BBB+(안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반전에 성공했다. 나신평은 신용등급 상향 근거로 지난 3월 말 기준 평균 분양률이 92.6%으로 양호한 수준을 기록한 점과 운전자금 부담 해소, 영업현금흐름 개선 등을 제시했다.
효성화학, 상반된 횡보…등급 하락에 미매각
BBB급 회사채가 매각에 성공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지만 같은 BBB급 신용등급인 효성화학은 목표액 조달에 실패하며 상반된 결과를 기록했다.
효성화학은 지난 24일 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목표액을 채우지 못했다. 효성화학은 1.5년물 500억원 모집에 0원의 매수주문을 받았다. 6.8~7.8%대 금리를 제시했지만 매각에 실패했다. 지난 3월 회사채 발행 때 미매각된 데 이어 올해만 벌써 두 번째 미매각이다.
업계에서는 효성화학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면서 기관투자자들의 투심이 돌아선 것으로 보고 있다.
나신평은 지난 18일 효성화학 장기신용등급을 BBB+(안정적)에서 BBB+(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영업손실 누적에 따른 재무안정성 저하를 하향 평가 근거로 들었다.
나신평에 따르면 효성화학은 지난 2022년부터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고 올 1분기에도 적자 기조를 이어가는 흐름이다. 효성화학은 1분기 연결기준 348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1분기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3485.8%, 차입금의존도는 80%에 육박한다. 통상 부채비율이 300%를 넘어서면 재무구조가 위험하다고 여겨지는데 3400%를 넘어선 것이다.
김서연 나신평 수석연구원은 “효성화학이 최근 특수가스 사업부 매각 등을 포함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방안을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지만 재무개선안 이행에 시일이 필요한 점을 고려해 당분간 영업손실은 지속될 전망"이라며 “자본규모 감소 등 불안정한 재무구조는 심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