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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니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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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과 CCS](2)‘석유·천연가스 부국’ 노르웨이는 어떻게 CCS 최강이 됐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7.03 09:52

에퀴노르사 '노던라이트' 프로젝트 현장을 가다

'석유로 번 돈, 30년간 CCS 기술에 꾸준히 투자'

RE100 시대 효자 노릇, '지속가능성' 확보 무기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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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 국영 석유 및 천연가스 기업 에퀴노르 오슬로 지사 전경. 김다니엘 기자


정부는 지난해 4월 제1차 국가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공개하면서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달성의 핵심으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저장하는 기술(CCS) 고도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해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8)에서도 최초로 CCS와 함께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부가가치가 높은 유용 자원 물질로 전환하는 기술(CCUS)를 인정했다. 이후 산업통상자원부는 우리나라는 에너지 다소비 중심의 제조업 구조, 화석연료 중심의 발전과 낮은 재생에너지 비중 등의 한계 때문에 CCS기술고도화는 탄소중립을 위한 필수적 기술이라며 환영했다.

에너지경제신문은 우리나라의 CCS기술 현황과 완벽한 실증단계까지 이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알리고자 '우리나라 탄소중립 달성, CCS기술 고도화가 핵심이다' 기획기사를 연재한다.

기술 실현을 앞당기기 위해 전세계 CCS 기술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미국, 노르웨이, 호주 등의 국가에서 기술성, 경제성, 국민수용성을 어떻게 확보했는지 현장의 생생한 사례를 소개하고 국내·외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모았다. [편집자주]


[오슬로·베르겐(노르웨이) = 김다니엘 기자] “노르웨이가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탄소 배출 저감의 핵심 기술인 탄소 포집·저장 기술(CCS)의 세계 최고 선진 국가가 된 것은 국가·사회 전체가 미래를 내다 보고 과감하고 꾸준한 투자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27일부터 4박5일간의 노르웨이 현지 취재에서 얻은 결론이다. 노르웨이는 북극과 인접해 얼어붙은 국토와 부족한 천연 자원으로 빈곤을 면하지 못했다. 하지만 1970년대 북해에서 석유·천연가스가 생산됐고, 때마침 터진 오일 쇼크로 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엄청난 부를 창출, 이른바 '북유럽 모델'로 거론되는 주요 국가로 급부상했다.


노르웨이는 이 것에 그치지 않고 1990년대 중반부터 석유를 팔아 번 국부 펀드의 일부를 탄소 포집·저장 기술(CCS)에 장기적으로 투자했다. 제철, 석유화학·정유 등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포집해 저장하는 CCS 기술은 당시만 해도 '재정 낭비'로 취급받았지만, 지구 온난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2050년 탄소 제로를 목표로 각국의 탄소 배출 억제 정책과 RE100(재생에너지 100%) 프로젝트 등이 본격화되자 '선견지명'이 됐다.


특히 노르웨이의 국영 석유·천연가스 기업인 에퀴노르사는 세계적 석유 메이저 회사인 동시에 가장 최첨단 CCS 기술을 보유해 이 분야를 선도하는 첨단 기업이기도 하다. 석유·천연가스로 번 돈을 틈틈이 투자해 기술·환경 변화에 대비한 덕에 시류에 뒤처지지 않는 지속가능성을 확보한 것이다.




에너지경제신문은 지난 5월 말 노르웨이 현지를 방문해 에퀴노르사 관계자들로부터 이같은 CCS 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확인할 수 있었다.


◇ 에퀴노르 “석유 및 천연가스 기업에서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

지난 5월29일 오슬로 시내에서 버스를 타고 30분 정도 가다보니 미래지향적으로 생긴 거대한 건물이 시선을 끌었다. 에퀴노르사 오슬로 지사였다. 건물의 규모를 보자마자 에퀴노르사가 얼마나 거대한 기업인지가 실감이 났다. 건물 디자인, 인테리어 등을 보자 북유럽 국가답게 예술적인 측면에 대해서도 신경을 만이 썼다는 점이 느껴졌다.


이날 만난 에퀴노르사 관계자들도 자신들의 성과에 엄청난 자부심을 표시했다. 헨릭 아네스타드 살트 에퀴노르 아시아태평양 재생에너지 커뮤니케이션 책임자는 “우리는 탄소 포집 및 저장(CCS) 기술을 지역, 국가, 국제사회, 더 나아가서는 언론에 공개하고 알리며 이를 증명하기를 원한다"며 “CCS에 대한 기술과 시설을 공개하는 것은 노르웨이 정부로부터 받은 지원에 대한 의무와 책임의 일부다. 이를 통해 지역사회와 가까워질 수 있고, 이는 사업의 모든 측면에서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노르웨이는 CCS 사업에서 세계 최초로 경제성과 국민 수용성을 확보한 국가이며, 국영 에너지 기업인 에퀴노르사는 그 중심에 있다. 포브스에 따르면 에퀴노르사는 매출액 기준 세계에서 8번째로 큰 석유 메이저 회사이자, 전 세계 36개국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거대 기업이다. 지난해 4분기에만 86억8000만달러(약 12조27억원)의 조정 이익, 18억8000만달러(약 2조6000억원)의 세후 조정 이익을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87억5000만달러(약 12조1000억원)와 26억1000만달러(약 3조6100억원)로 나타났다.


에퀴노르사의 최대주주는 노르웨이 정부로 67%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오슬로증권거래소와 뉴욕증권거래소에도 동시 상장돼 있는 노르웨이 대표 기업 중 하나다. 석유 및 천연가스 부국인 노르웨이에 있어 천연자원 탐사·생산·판매를 담당해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기업이다.


노르웨이는 에퀴노르사를 통해 세계 최초로 CCS 프로젝트 상용화에 성공, 20년 넘게 이산화탄소(CO2)를 안정적으로 저장하고 있다. 에퀴노르사는 연간 100만톤 이상의 CO2를 포집해 해저 1000m 사암층에 저장하고 있으며 CCS 기반 탄소세 도입에도 성공했다. CCS 육성에 필요한 막대한 국가 연구개발(R&D)사업은 연기금 국부 오일 펀드(1340조원)에서 투자된다. 노르웨이 연기금 국부 오일 펀드 규모는 노르웨이 국내총생산(GDP)의 약 세 배에 달하며, 중국투자공사(CIC)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투자청이 운영하는 펀드보다 자산 규모가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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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퀴노르 오슬로 지사 내부 전경. 김다니엘 기자

기자를 마중 나온 살트와 함께 화상미팅을 통해 만난 마그누스 프란센 에이스볼드 에퀴노르사 언론대변인은 에퀴노르사가 석유 및 천연가스, 저탄소 솔루션, 재생에너지 등 3개 분야로 나뉜다며 기업의 나아갈 방향과 CCS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살트는 “석유 및 천연가스 기업에서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며 “이를 위해 기본적으로 우리가 (에너지에 대해)알고 있는 것들과 보유하고 있는 포트폴리오 및 경험 등을 통해 가능한 한 가장 적은 탄소 발자국으로 석유와 천연가스의 지속적인 생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CCS 사업과 관련한 향후 계획도 들을 수 있었다. 에이스볼드 대변인은 “노르웨이는 1996년부터 탄소를 포집해온 이 분야의 선구자이지만, 아직도 상업성에 대한 가치 사슬을 풀지 못했다"면서 “노던라이트 프로젝트를 통해 이를 해결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노르웨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CCS 활성화 계획인 '노던라이트 프로젝트'는 현재 연간 탄소 저장 용량이 약 150만톤인데, 탈탄소화를 위해 향후 연간 2000만톤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또 이들은 자신들의 '선도'로 CCS에 대한 유럽 국가들의 인식이 변화했다는 자부심도 내비쳤다. 에이스볼드 대변인은 “유럽 내 타 국가들에서는 CCS 기술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최근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다. 실제 독일과 같은 국가는 CCS를 탄소배출을 줄이고 RE100 등 기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도구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일부 국가들이 CCS에 개방적이게 됐고 편의성을 위해 더 이상 구조, 규제, 법규를 고려하지 않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탄소 포집 기술 개발과 활용은 국민들에 대한 설득과 수용성 강화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에이스볼드 대변인은 “교육을 위해 현장을 개방하고 기술을 시연하며 사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보여주는 것은 노르웨이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은 것에 대한 의무와 책임의 일부"라며 “지역사회와 가깝게 지내는 것은 우리 사업의 모든 측면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요소"라고 역설했다.


에퀴노르사는 현재 노르웨이 기반암의 탄소 저장 가능 용량이 80기가톤(800억톤)으로 예상되는 만큼 앞으로 2035년까지 연간 탄소 저장량을 3000만~5000만톤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 “CCS는 우리가 미래에 필요로 하는 산업"…노던라이트 프로젝트는 선구자

이튿날 노던라이트 프로젝트 현장이 위치한 베르겐으로 향했다. 국내선 비행기에 몸을 싣고 한 시간 가량 이동했다. 노던라이트 프로젝트 현장은 베르겐 시내에서 차를 타고 한 시간 반 정도 거리인 외곽에 위치해 있었다.


노던라이트 프로젝트는 노르웨이 정부가 탄소배출 저감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정책의 핵심이다. 2020년 9월부터 27억달러(약 3조7370억원)를 들여 추진하고 있는 롱쉽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에퀴노르사가 다국적 기업 로열더치쉘, 프랑스 토탈에너지스 등과 공동 출자해 2021년 2월 설립했다. 포집한 탄소를 액화시켜 베르겐이 속해있는 베스트란주 지역의 해안 터미널로 운반, 파이프라인을 통해 해저 탄소 저장소로 격리하는 인프라를 건설하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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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베르겐에 위치한 노던라이트 프로젝트 사옥. 김다니엘 기자

현장에 도착해 미리 약속을 잡아놨던 노던라이트 프로젝트 운용 관리자(Operations Manager·OM) 악셀 플레너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CCS는 미래에 꼭 필요한 산업이다. 모든 산업에서는 폐기물이 발생하고 우리는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 “이를 인정해야 하며, 노던라이트 프로젝트는 이를 기반해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플레너 OM에 따르면, 노던라이트 프로젝트는 노르웨이 정부의 재정적 지원을 받아 국경 간 이산화탄소 운송 및 저장 인프라를 만들고 이를 통해 유럽 내 CCS 시장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자국 뿐만 아닌 타 국가에서 발생하는 탄소도 저장해 수익을 내겠다는 것이다.


플레너 OM은 “CCS는 다른 산업처럼 가격이 표준화돼있지 않았기 때문에, 사업 초창기에는 시장뿐만 아니라 가격 또한 알지 못했다. 마진율 또한 현재로선 매우 낮다"면서도 “노던라이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기업들의 인프라를 이용해 사업을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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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던라이트 프로젝트 현장에 위치한 액화 탄소 저장 탱크. 김다니엘 기자

플레너 OM의 설명이 끝난 후, 건물 밖에 있는 현장을 둘러 봤다. 밖에는 선박에서 액화 탄소를 뽑아내는 펌프, 저장 탱크, 그리고 바닷속으로 보내는 파이프라인이 있었다.


특이한 것은 공사장 규모의 거대함에도 불구하고 현장에는 3~4명의 작업자들만이 보인다는 것이었다. 물어 보니 평소에도 5~10명 정도만 상주하고 CCS 작업 시에만 인력을 데려 온다는 설명이 돌아왔다. 작업자들이 없는 이유를 물으니 그는 “평상시 현장에는 5~10명 정도의 작업자만이 상주하고 CCS 작업 시에만 인력을 데려온다"고 설명했다. 3개의 대기업이 모여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답게 고도의 기술력과 장비, 자본력이 투입돼 가능한 일이었다. 파이프라인과 탱크 건설 현장에 기존의 주변 암석들이 그대로 존재하고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플레너 OM은 “원래 암석을 모두 없애려고 했지만 자연에서 필요한 부분만 취하는 것이 좋겠다는 신념 때문에 일부만 제거하고 남겨뒀다"고 설명했다.


노던라이트 프로젝트는 총 2단계로 1단계(2021년~2024년)에는 연간 150만톤을 운송·저장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으로 현재 마무리 단계다. 앞으로 내년부터 추진되는 2단계는 연간 500만톤까지 저장할 수 있도록 설비를 늘릴 예정이다. 현재 노르웨이 화학 기업 야라와 연간 80만톤, 덴마크 에너지 기업 오스테드와 연간 43만톤의 상업 운송 및 저장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실제 운송 및 저장은 2025년부터 이뤄질 전망이다.


향후 노던라이트 프로젝트는 디지털 기술과 접목돼 계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던라이트 프로젝트는 지난해 12월 디지털 기술을 통한 CCS 프로젝트 가속화를 위해 미국 거대 기업 마이크로소프트 및 해양 시추 기업 SLB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바 있다.


<본 기사는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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