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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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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누구를 위한 최저임금인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7.07 16:30
이진우 유통중기부장(부국장)

▲이진우 유통중기부장(부국장)

요즘 크든 작든 웬만한 음식점을 가면 홀서빙 직원이 서너명을 넘지 않는 곳을 흔히 목도한다. 특히, 작은 음식점은 대개 주방을 제외하곤 홀서빙 일을 식당주인이나 가족 또는 외국인 직원 1명이 들러붙어 해결하는 게 흔하다.


못돼도 테이블 5~6개인 홀을 혼자서 손님 받고, 주문 받고, 음식 나르기와 치우기, 식사 끝난 손님 계산까지 감당한다. 당연히 주문음식이 나오는 시간도 늦고, 추가 서비스 주문 대응도 지체되는 등 고객서비스 질이 떨어지고 있다.


이런 자영업 식당의 홀 풍경은 흔한 현상이 돼 버렸고,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다. 어디 음식점만 그렇겠는가. 중소 소상공인들은 업종 구분 없이 힘겨운 생업현장을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일상회복으로 전환했음에도 고금리 장기화, 그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소기업·소상공인 열에 아홉은 '5억원 미만' 금융 빚(대출)을 깔고 있을 정도로 힘들어 한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중소기업·소상공인 고금리 부담 실태조사'에서 응답자 91.7%가 '5억원 미만' 대출잔액을 보유하고, 평균 6%에 가까운 금리이자를 부담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국내 중소 사업자의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해마다 책정되는 최저임금 결정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최저임금위원회의 심의가 현재 진행 중이다. 해마다 반복하고 있지만 노사 위원간 첨예한 대립으로 올해도 심의 법정시한(매년 6월)을 이미 넘긴 상태다.


더욱이 지난 2일 전원회의 7차 회의에서 사용자위원측이 요구한 '최저임금의 사업의 종류별 구분 여부(업종별 적용)' 표결 과정에서 일부 근로자위원측 투표 방해행위와 부결 처리에 반발한 사용자위원측이 4일 8차 회의에 전원 불참하는 등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업종별 적용 도입을 놓고도 지난 2018년부터 전원회의서 사용자위원측의 요구로 상정됐지만, 합의하지 못하고 표결 처리 끝에 매번 부결됐다.


최저임금제는 최저생계의 사각지대에 놓인 임금근로자들을 보호하는 장치였지만, 1988년 시행때부터 노사간 대립, 역대 정권의 노동 정책을 반영한 공익위원의 정치적 결정에 따라 조정액 크기가 달라졌다.


현재의 최저임금위원회 회의 분위기를 보면 올해도 간극을 좁히지 못하는 노사 양측 최저임금 제시안을 절충하는 공익위원측 중재안을 놓고 노사 어느 쪽이 찬성하느냐에 따라 내년도 최저임금액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사실 최저임금제도와 최저임금위원회 운영의 기본 취지는 '근로자의 생활 안정'을 위한 최소한의 임금 보장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다만, 최저임금이 영세업종 사업주에 비용적 부담으로 과도하게 작용할 경우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보기에 노사위원간 타결 실패 시 공익위원 중재(단일안) 표결 또는 노사안 동시표결(다수결)을 거쳐 합의를 도출하도록 돼 있다.


최근 몇년간 최저임금액은 전원회의에서 매년 10차례 이상 힘겨루기를 벌이다 대개는 공익 중재안을 노사 한쪽이 찬성하거나, 노사측 개별 최종안을 동시표결을 붙여 공익쪽 다수가 찬성하는 액수로 결정됐다. 업종별 적용 도입을 놓고도 지난 2018년부터 전원회의서 사용자위원측의 요구로 상정됐지만, 합의하지 못하고 표결 처리 끝에 매번 부결됐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상승폭이 크다는 지적이 있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소비자물가지수와 최저임금 상승 폭을 2020년과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현재 정부가 소비자물가 기준시점을 2020년으로 정해 발표하는데, 올해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3.84(2020년 100)이다. 최저임금은 2020년 8590원에서 올해 9860원으로 올라 상승률 14.7%이다. 비슷한 궤적을 따라가고 있는 셈이다.


결국 최저임금을 바라보는 이해당사자들의 경기 체감도에 따라 서로 적다, 많다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본다.


주는 입장과 받는 입장에서 극명하게 대척점에 서 있는 노사의 최저임금 결정에서 최상은 없다. 어느 한쪽이 최상이면 반대쪽은 최악일테니.


관건은 최저임금 지불 능력이 열악한 중소 소상공 사업주들의 부담을 어떻게 덜어줄 수 있느냐이다. 사실 현재의 최저임금위원회 결정구조로는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차라리 국가 차원에서 최저임금 보전기금(가칭)을 조성해 매년 물가 상승률 등 제반 변동요소를 반영해 표준 인상액을 정한 뒤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액이 표준에 미달하면 근로자에, 초과하면 영세 소상공인에 보전해 주는 게 어떻겠는가.


내년도 최저임금액이 얼마로 결정날 지 알 수 없으나, 업종별 적용이 부결된 상황에서 '시급 1만원 돌파' 여부가 노사 물러설 수 없는 최대이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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