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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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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최저임금 노사 공방 본격화…“1만1200원” vs “9870원”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7.09 16:43

최저임금위 9차 회의서 노사 최초 요구안 제시
노동계 ”최저임금이 물가 상승 못 따라가“…경영계 ”이미 적정수준 넘어서“

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9차 전원회의

▲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9차 전원회의

내년도 최저임금 액수를 둘러싼 노동계와 경영계의 공방이 본격화됐다.


노동계는 올해보다 27.8% 대폭 오른 시간당 1만2600원을 최초 요구안으로 제시했다가 1400원을 낮춘 1만1200원을, 경영계는 '9860원 동결' 요구에서 단 10원을 올린 9870원을 수정안으로 제시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제9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앞서 1∼8차 회의에서 최저임금 결정 단위, 도급 노동자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 적용 여부 등에 대한 논의가 일단락됨에 따라 이날부터 본격적으로 액수 논의가 시작됐다.


이미 최저임금 법정 심의 시한(6월 말)을 넘겨 예년보다 논의가 지연된 탓에 노사 양측은 이날 최초 요구안 제시 후 얼마 안 가 수정안까지 내놨다.




이날 노동계의 최초 요구안은 올해 최저임금 9860원 대비 27.8% 오른 것이다. 월급 기준(월 209시간 근무)으로는 263만3400원이다.


1차 수정안인 1만1200원은 올해 대비 13.6% 많다.


노동계는 계속된 고물가와 근로자 실질임금 하락으로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계가 어려워진 점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대폭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최근 몇 년간 최저임금 인상이 물가 인상률을 따라가지 못해 노동자 실질임금 저하 상황까지 나타나고 있다"며 “소득분배지표는 다시 악화하고 있어 본격적인 불평등과 양극화가 매우 우려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류 총장은 “최근 물가가 2%대로 안정되고 있다곤 하나 여전히 실생활 물가 중심으로 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올해 최저임금 수준은 실질 생계비 부담을 덜어주고 최저임금 노동자의 실질임금을 높이는 방향으로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2022년 생활물가 상승률이 6%에 달했지만, 최저임금은 5% 인상에 그쳤다. 2023년엔 생활물가가 3.9% 올랐지만, 최저임금은 2.5% 인상됐다"며 “정말 월급 빼고 다 오른 시대"라고 말했다.


이 부위원장은 “현행 최저임금은 비혼 단신 가구의 실태 생계비인 246만원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혼자 살기에도 부족한 임금을 주면서 어떻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라는 것이냐“고 물었다.


한편 노동계는 이날 최저임금 요구 수준과 함께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 적용 규정과 수습 노동자·장애인 감액 적용 규정 등을 없애는 최저임금법 개정 요구안, 일자리안정자금 재도입 등 소상공인 지원방안도 함께 위원회에 제시했다고 밝혔다.


경영계는 4년 연속 '동결'을 최초 요구안으로 내놨다.


위원장의 수정안 제시 요구 후에는 최초안에서 불과 10원만 양보했다.


경영계는 최저임금이 그간 너무 많이 올랐다며 영세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의 지불능력 약화를 고려해 안정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사용자위원은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일반적으로 최저임금이 부작용 없이 운영되기 위한 적정 수준의 상한은 중위임금의 60%라고 하는데 우리 최저임금은 중위임금 65.8%로 이미 적정수준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류 전무는 “최근 5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이 물가 상승률의 2배를 넘었다"며 “최저임금 수준을 과도하게 높여 어려운 영세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 좌절과 고통을 줘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도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의 지불 능력이 매우 취약해진 상황"이라며 “매출은 감소하고 있으나 비용 지출은 늘어나고 있는데, 절대 수준이 높아진 최저임금이 가장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우리 사회에서 저임금 근로자보다 더 취약계층인 은퇴 고령자, 미숙련 청년, 경력단절 여성 등 노동시장 외부자도 고려해야 한다"며 “취약층 구직자들의 고용기회 확대를 위해 최저임금은 동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용자위원들은 지난 7차 회의에서 경영계가 요구한 업종별 구분 적용이 투표 결과 부결된 것에 유감을 표시하면서 구분 적용이 무산된 만큼 더욱 최저임금 수준 안정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용자위원들은 7차 회의 표결 과정에서 일부 근로자위원들의 투표용지 훼손 등에 반발해 8차 회의에 불참한 바 있다.


양측은 최초 요구안 제시 이후 논의를 거쳐 여러 차례 수정안을 제시하면서 간격 좁히기를 시도한다. 합의에 이르기가 쉽지는 않아 대체로 표결로 결정되기 때문에 공익위원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내년 최저임금 고시를 다음달 5일까지 해야 하는 일정을 고려할 때 늦어도 내주 중에 최저임금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10차 전원회의는 오는 11일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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