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가 한미그룹의 경영권을 확보하며 한미사이언스 기업가치 50조를 향한 여정이 시작됐다. 하지만 형제 경영 100일간의 행보는 실망스럽기만 하다. 경영권 분쟁 기간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 및 임종윤 사장의 포부에는 물음표가 키지고 있다.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은 16일 에너지경제와의 통화에서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 교체 여부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짤막하게 답변했다. 지난 5일 본지의 취재에 대해 “임종훈 대표 교체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던 것과 다르지 않은 답변이다.
이는 형제 경영에 대한 불만과 전문경영인 선임에 대한 의지를 재차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3일 신 회장은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의 지분 일부를 매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고(총 6.5%, 444만 4187주), 공동 의결권을 행사하는 약정 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10일 임종윤 사장은 “경영권 분쟁은 종식됐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임종윤 사장이 주도적으로 홍보대행사를 통해 메시지를 낸 것이다 보니 경영권 분쟁이 100% 종식됐다고 보긴 어렵다는 의견에 지배적이었다.
처음부터 신 회장이 전문경영인 선임 체계가 필요하다고 한 건 아니었다.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 당시 신 회장은 형제의 편을 들었고, 그 결과 임종훈 대표가 한미사이언스 대표에 올랐다. 그런데 지금은 임종훈 대표를 한미사이언스 대표에서 내리려 한다는 점을 비춰본다면 그간의 행보가 실망스러웠다고 유추할 수 있다.
형제가 경영권을 잡은 100일간 한미사이언스의 주가는 하락하고 있고, 경영의 색채는 보이지 않고, 소통은 부재하다.
이달 16일 3만2350원에 거래를 마쳤던 한미사이언스의 주가는 지난 3월 28일 주주총회 있었던 당시(4만4350원)와 비교하면 25%가량 하락했다. 이준용 한미사이언스 주주연대 대표는 “주총 직후부터 주가는 오히려 크게 하락하고 소액주주 관련 대책은 실행되는 것이 아예 없었으며, 특별한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 제고 정책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동생만 문제 되는 것은 아니다. 임종윤 사장 역시 경영 성실도 측면에서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는 1분기 말 한미약품 이사회 출석률이 0%이고, 지난해 출석률은 12.5%에 그쳤다. 2022년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시 그의 이사회 참석률은 50%에 그쳤다. 다만 그는 “당시 한미약품 이사회는 경영권 분쟁의 주범이라고 할 수 있는 사모펀드 측 인사들, 그리고 이들과 공조한 기존 이사진들이 장악한 곳이었다"면서 “이사회 멤버로서 한미약품의 의사결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기 위해 불참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이번 한미약품 임시주주총회는 두 가지 측면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임종윤 사장 말대로 한미약품을 라데팡스파트너스의 인물들이 장악했다면, 그가 경영권을 잡은 이후 빠르게 정리해야 했다. 하지만 한미사이언스 경영권을 3월 말에 확보하고, 한미약품 임시주총은 6월 중순에야 열렸다.
또한 자기 사람으로 분류되는 인물들이 한미그룹 중심에 포진하는 인사가 이뤄졌다는 소식도 없다. 임 사장의 측근들은 경영권 분쟁의 공신들이다. 역전에 역전을 반복했던 주주총회였기에 마땅히 그 공을 인정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당연히 이 같은 인사가 한미약품에서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관련 인사는 없었다.
지난 3월 기자회견에서 임종윤 사장과 임종훈 대표는 한미그룹의 성공 비전을 제시했고 임 사장은 “반드시 시총 50조 기업으로의 성공을 보여드릴 것을 약속드리고, 실패할 경우엔 물러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현재 기준으로 기업가치가 20배~25배 이상은 커져야 달성할 수 있는 수치다. 쉽게 말해 5년 사이 적어도 한 번은 '텐베거'를 달성해야 한다.
텐베거 기업은 시대 흐름에 완전히 올라타거나, 독보적인 기술이나 매력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한미사이언스는 지난 3월과 말한 바와 다르게 현재 텐베거를 위한 준비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그간 형제들은 실망스러운 행보로 텐베거는커녕 경영권 확보도 고민해야 할 처지"라면서 “지금이라도 각각 리더십, 인사, 소통 등의 측면에서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