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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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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e+ 삶의 질] 간염→간암 막으려면…백신·조기진단·치료 ‘3박자’ 필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7.21 15:30

■ 7월 28일 '세계 간염의 날'…A·B·C형 간염별 대처 방안

A형간염 초기증세 감기와 비슷, 위생·백신으로 조기차단

B형간염 항바이러스제로 치료…無항체 고령자 접종해야

C형간염 내년부터 만56세 국가건강검진 무료 항체검사

간암의 원인과 간염에서 간암으로 전개도.

간암의 원인과 간염에서 간암으로 전개도.

▲자료=질병관리청

매년 7월 28일은 '세계 간염의 날(World Hepatitis Day)'이다. 지난 2010년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해 제정된, 전세계적인 간염 건강캠페인으로, B형간염 바이러스를 발견한 미국의 바루치 블룸버그 박사를 기리기 위해 고인의 생일인 7월 28일로 정해졌다.


간염(바이러스간염)이란 말 그대로 바이러스의 인체 감염이 간에 염증을 일으키는 질병이다. 급성 간염은 발병 후 3~4개월 이내에 회복이나 완치가 되는 것을 의미하며, 6개월 이상 지속될 때는 만성간염으로 분류한다. 1965년에 B형간염 바이러스, 1973년에 A형간염 바이러스, 1989년에 C형간염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블룸버그 박사는 1976년에 노벨의학상을 수상했다.


간염의 대부분은 바이러스가 원인이다. 간염 바이러스는 다섯 가지 유형(A, B, C, D, E)으로 나뉜다. 대표적인 것이 A형, B형, C형인데 B형간염과 C형간염은 적절히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간경변(간경화)·간암 등의 치명적 간질환으로 악화한다.


대한간학회와 대한간암학회에 따르면, A형간염은 날씨가 무더운 여름철에 환자가 늘어나고, 집단 발병이 생기기도 한다. 정부 통계를 보면 A형간염은 2009년에 1만 5000여건이 발생해 이듬해인 2010년에 1군 감염병으로 지정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진료통계를 보면, A형간염은 2019년 1만 8569명의 환자가 발생했으나 최근 크게 줄어들어 2022년 3592명, 2023년 1856명에 그쳤다. 하지만 A형간염 바이러스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물이나 날음식 등을 통해 일거에 대량으로 환자들이 발생할 정도로 전염성이 강하다. 과거에는 20∼30대 환자의 비중이 높았으나, 최근 몇 년 사이에는 30∼40대 환자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A형간염, 대부분 급성 증세…휴식·고단백 영양섭취 중요

A형간염 바이러스가 몸안에 들어오면 평균 4주 정도의 잠복기를 거친 후 증상이 나타난다. 초기에는 감기처럼 열이 나고 전신피로감이나 근육통이 생기며 식욕이 떨어지고 구역질이 나타나 감기몸살이나 위염으로 오인하는 경우도 많다. 그 후 소변 색깔이 콜라색처럼 진해지면서 눈 흰자위가 노란 황달기를 보이게 된다.


A형 간염 바이러스는 85℃ 이상으로 1분만 가열해도 완전히 사멸한다. 지하수나 약수 같은 물로도 전염될 수 있으므로 물은 끓여 마시는 것이 안전하다. 식사 전, 음식을 조리하기 전, 화장실 이용 후, 외출에서 돌아왔을 때 등등 생활 전반에서 위생 수칙을 잘 지키는 것이 예방의 첫걸음이다. 날음식을 조심하고, 특히 상한 듯한 음식은 아깝더라도 먹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A형간염은 대부분 급성 간염 양상을 보인다. 적절한 영양 섭취와 안정을 취하면서 대증적인 치료를 하는 것 외에 특별한 치료제가 없다. 증상을 완화해 환자의 불편과 고통을 완화하는 데 치료와 관리의 초점을 맞춘다.


특히, 충분한 휴식과 고단백의 영양 섭취가 중요하다. 순천향대 서울병원 장재영 교수(소화기내과)는 “개인위생과 함께 백신 접종을 통한 예방이 가장 효과적인 A형간염 관리법"이라고 조언했다.


간염의 유형별 증상과 경과, 예방법

간염의 유형별 증상과 경과, 예방법

▲자료=질병관리청

B형간염, 가족끼리도 전염…백신접종으로 조기 차단

B형간염은 바이러스가 혈액을 통해 감염되어 나타난다. 어머니와 신생아 사이에 수직감염, 성관계를 통한 전염, 수혈, 주사기 찔림 등 바이러스에 감염된 혈액에 피부나 점막이 노출 되는 경우 등이 문제가 된다.


B형간염은 성인, 어린이 관계없이 예방접종을 통해 예방할 수 있다. 예방접종 대상은 모든 영유아와 B형간염 항체와 항원이 모두 없는 성인이다.


B형간염 보유자의 가족, 수혈을 자주 받아야 하는 환자, 혈액투석 환자, 의료인 등의 경우 B형간염 바이러스에 노출될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반드시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 나이가 많더라도, 예를 들어 70세를 넘은 경우라도 항체가 없으면 예방접종을 받는 것이 이득이 많다.


만성 B형 간염은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증상이 있는 경우는 피로감이 가장 흔하다. 급성 악화기의 경우 눈의 결막이나 피부가 노랗게 변하는 황달이 오기도 한다.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배시현 교수(소회기내과)는 “B형간염 바이러스에 걸린다 하더라도 항바이러스 치료를 통해서 간경변, 간암 등의 치명적 간질환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1983년 6월 23일, 국내 최초이자 세계 3번째로 B형간염 백신 '헤파박스B'가 탄생했다. 해파박스 개발 전까지 고가의 수입 백신에 의존하던 우리나라는 효능이 우수한 국산 백신이 개발되면서 수입가의 3분의 1 가격으로 백신을 접종할 수 있게 됐다.


1970년대 초 미국에서 간염 바이러스 분리·정제 기술을 익히고 귀국한 서울대 의대 내과학교실(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정용 박사(1935∼2016)가 서울대 간연구소에 '구인의국'(사람을 살리는 것이 나라를 다스리는 것) 좌우명을 걸어놓고 B형간염 백신 개발에 매진한 것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C형간염, 손톱깎이·면도기·칫솔로도 감염…개별사용 권장

C형간염은 B형간염과 마찬가지로 혈액으로 전파되는 전염성 질환이다. 무증상 감염이 대부분(70~80%)으로,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은 없다. 하지만 경구용(먹는) 치료제의 발전으로 약제를 8~12주 투여할 경우 90% 이상 완치가 가능해졌다.


C형간염은 감염자의 혈액이나 체액이 피부나 상처에 닿았을 때 감염된다. 비위생적인 수혈·주삿바늘·피어싱 등에 의해서도 감염될 수 있다. 주삿바늘은 반드시 일회용을, 문신이나 침 시술도구 역시 철저히 소독 후 사용해야 한다.


최원혁 건국대병원 교수(소화기내과)는 “손톱깎이나 면도기, 칫솔로도 전염될 수 있어 이러한 생활도구 공유 또한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C형간염은 감염 초기에는 대부분 증상이 없고 만성으로 진행돼도 가벼운 피로감, 소화불량, 황달, 우상복부불쾌감 외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어 기본적으로 항체 검사를 해봐야 감염 여부를 알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은 조기 진단을 통한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C형간염을 2030년까지 박멸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도 국가건강검진에 C형간염 항체검사 도입이 아쉬운 대로 내년부터 이뤄진다. 만 56세에 해당되는 사람은 국민건강보험이 지원하는 건강검진 때 C형간염 항체검사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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