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올초 한미사이언스의 경영권을 두고 모녀가 한 편, 그리고 형제가 한 편이 돼 치열하게 다퉜다. 그 결과, 임종윤·임종훈 형제가 주주총회표대결에서 승리, 경영권을 확보했다. 하지만 지난 3일 신동국 회장이 송영숙 회장과 공동의결권을 행사하기로 발표했다. 100일도 지나지 않아 형제의 핵심 파트너가 실망을 표현한 것이다. 국내 재계에 전례 없는 일이다. 이에 에너지경제는 기획을 통해 상속세, 그룹의 성장, 오너십 등의 관점에서 형제 경영이 준 사회적 메시지를 찾아보고자 한다.
형제가 경영권을 잡은지 100일 남짓한 시간이 지났지만 한미그룹의 경영권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 체계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명확하지 않다. 공동의결권 행사로 지배력의 우열관계가 선명해지곤 있으나 지분 관계상 구조적인 불안정성은 자칫 경영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지배력과 경영권을 분리하려 했던 지난해 초 OCI와의 공동경영이 시장으로부터 재조명받고 있다.
지난 3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은 송영숙 회장과 장녀 임주현 부회장의 한미사이언스 지분 6.5%를 추가 매입했다. 이사회 구성과 의결권을 공동 행사하기로 약정하며 경영 참여를 공식화했다. 또한 동반매각참여권도 계약서에 포함되었기에 모녀 측이 이사회의 과반수 이상을 장악한다면 신동국 회장도 경영권 프리미엄을 공유할 수 있게 된다.
이로서 항간에 돌던 외국계 사모펀드로의 매각설은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다만 경영권을 둘러싼 역학관계는 복잡해졌다. 지분 관계에서는 모녀 측이 유리하지만, 현재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형제 측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고 임성기 회장 사후 한미사이언스에 놓인 구조적인 문제였다. 4명의 상속인이 한 뜻으로 경영하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단합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경영권 확보 과정에서 변수가 생길 수밖에 없다. 아워홈 역시 유사한 케이스다. 승계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네 명의 남매에게 지분을 나눠줘 역학 관계를 생길 환경이 만들어졌다.
◇경영권과 지배력 분리, 재판부도 인정한 '공동경영'
지난 1월 한미사이언스는 OCI와 지분 교환, 현물출자 방식의 유상증자 등을 통해 '공동경영'을 시도했다. 당시 한미사이언스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기하며 스스로 중간지주사로 편입된다는 여론이 형성되며 비판의 수위는 높아져갔다.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장은 “불완전 거래"라 주장했고, 한미사이언스 주주연대에서는 이를 반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배력 측면의 구조적인 불안정성을 경영권까지 전이시키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재조명받는다. 당시 한미그룹과 OCI그룹은 공동 이사회를 구성하고,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과 임 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이 각자 대표를 맡는 경영 방식을 채택했다. 그룹 내 최고 결정 기구에 참여하면서 그룹 전반의 경영도 일정 부문 함께했다. 또한 각자 대표란 방식으로 각자의 고유 업무 영역을 보호했으며 주주 간 계약을 통해 각 그룹은 독립성을 보장받았다.
최대주주가 경영권을 갖는다는 공식을 깬 것이다. 통상적으로 경영권은 최대주주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주주총회를 통해 이사를 선임하고 이사회를 장악한다. 지주사로 외연을 확대해도 모자 관계를 통해 계열사의 이사회에 모회사 임원을 파견하면 되니 법인격이 다른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OCI와 한미사이언스의 공동경영은 '이사 추천' 과정에 변화를 줬다. 주주 간 계약을 통해 OCI그룹 관계자가 한미사이언스의 이사진을 추천할 수 없게 한 것이다. 한미사이언스는 그룹 내 재무, 인사, 투자, 배당 등과 같은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권을 배타적으로 보유해 기존의 성격을 유지할 수 있게 설계했다.
사법부 역시 '공동경영'이 경영 효율성 및 기업 경쟁력 강화 목적으로 이뤄졌다고 판시한 바 있다. 수원지방법원은 지난 1월 신주 발행 및 현물출자를 통한 지분 교환 과정에서 기각된 신주발행금지가처분 관련해 “차입금 규모, 부채비율, 신규 사업을 위한 자금수요, 특히 신약개발과 특허 등에 투여돼야 할 투자상황 등을 볼 때 운영자금 조달의 필요성과 재무구조 개선 및 장기적 연구개발(R&D) 투자기반 구축을 위한 전략적 자본제휴의 필요성이 존재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