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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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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업계, 콘텐츠 사용료 놓고 신경전 지속…가이드라인은 ‘오리무중’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7.25 15:10

유료방송-PP 갈등 깊어져…합리적 기준·제도 정비 필요 목소리 높아

협상력 기반 사용료 산정 한계 봉착…미디어 시장 환경 변화 반영 못해

과기정통부 가이드라인 제정 지연…일부 사업자 반발에 합의안 도출 난항

적정 가치 기반 산정 기준 정립 필요성 제기…“시장 신뢰도 높여야”

8면 중톱 픽사베이 이미지

▲가입자 및 광고 매출 감소 등으로 국내 미디어 산업이 고사 위기에 몰리면서 콘텐츠 사용료를 둘러싼 사업자 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가입자 및 광고 매출 감소 등으로 국내 미디어 산업이 고사 위기에 몰리면서 콘텐츠 사용료를 둘러싼 사업자 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이들은 합리적인 산정 기준과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지만, 가이드라인 및 합의안 도출이 지연되면서 업계 혼란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는 콘텐츠 제작비 증가 등을 이유로 사용료 인상을 요구하는 반면,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유료방송업계는 무조건적 인상은 어렵다며 맞서고 있다.


콘텐츠 사용료는 인터넷TV(IPTV)·케이블TV(SO)·위성방송 등 유료방송사가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PP에 지급하는 광고 수입을 뜻한다. 유료방송사는 수신료 일부를 프로그램 사용료 명목으로 배분하고 있으며, PP의 주 수입원으로 꼽힌다.


이들의 갈등은 올해 초 PP 사업자인 SBS미디어넷이 유료방송 사업자인 LG헬로비전에 블랙 아웃(송출 중단)을 예고하면서 가시화됐다. 이로 인해 SBS 스포츠·골프 채널이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가 지난 3월 가까스로 프로그램 공급 계약이 체결됐다.


문제는 현재 적용 중인 협상력에 기반한 사용료 산정 방식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것이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자의 시장 영향력이 커지면서 경쟁 양상이 변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전통적 규제 체계 및 논리에 의존하는 탓이다.




최근 SO와 위성방송을 중심으로 가입자 수가 급감, 수익성 한계에 직면하면서 유료방송 사업자 사이에서도 협상력 차이가 커지고 있다. 특히 SO의 경우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협상력을 사실상 상실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합리적 기준 없이는 비용 통제가 불가능하다고 하소연한다. 상대적으로 협상력을 가진 IPTV는 대가 지급율을 39.7% 수준으로 통제하고 있다.


정부는 협상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선공급 후계약 방식을 도입했지만, 대가 관련 이슈는 규정하지 못 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현재 시장 환경에서 협상만으로는 적정 수준의 사용료 합의가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와 관련 유료방송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사용료 지급율이 높아 한계상황에 달한 SO와 같은 플랫폼은 지급율을 일정 수준까지 인하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배려 장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예컨대 타 플랫폼과의 형평성이 맞는 일정 수준에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감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를 해결하고자 '콘텐츠 사용료 산정기준 검토위원회'를 발족하고 가이드라인 개정을 추진 중이지만 뚜렷한 합의안이 도출되지 않은 상황이다.


콘텐츠 지급 총액 산정 기준 및 배분식 요소 등 핵심 사안에 대한 사업자 간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면서 관련 논의가 지지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회 첫 구성부터 지상파 측에서 전문가 추천을 거부하는 등 가이드라인 정립에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올해 하반기 방송통신위원장 및 과기정통부 장관이 모두 교체될 예정이어서 자칫 위원회 추진 동력이 상실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향후 업계 간 갈등이 확산될 여지가 남아있는 만큼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사용료 산정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곽정호 호서대 교수는 “객관적 데이터에 근거한 산정 기준을 정립해 정확한 시장가치를 산출하고, 채널거래 시장 신뢰도를 제고해야 한다"며 “유료방송사와 PP 간 시장 성과 창출에 기여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반영한 적정 가치에 기초해 합리적 대가를 산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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