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대장주'로 꼽히는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 그룹이 정부와 원전업계 등 팀코리아의 체코 신규 원자력발전소 수주 쾌거의 감동을 훼손시키는 모양새다.
지난 2009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수출 이후 15년 만의 24조원 해외 원전 수출 실적이라는 대형 호재에도 연일 주가가 하락하자 K-원전을 응원하던 개인투자자들의 실망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지난 18일 두산에너빌리티 주가는 하루만에 17.65% 올랐다가 0.71%까지 내려갔다. 25일에는 19000원까지 내려갔다. 증권업계에서는 합병 이슈로 단기간에 15000원까지도 내려갈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대형 호재에도 불구하고 원전 대장주인 두산에너빌리티의 주가가 곤두박질 치고 있는 배경은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인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 이슈 때문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두산 그룹이 체코 원전 수주 확정을 미리 알고서는 두산에너빌리티의 주주들에게 불리한 양 사의 합병을 급작스레 추진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형 호재에도 불구하고 오너일가의 부도덕한 행위로 기관과 외국인들의 투자금이 대규모로 빠져나가고 K-원전을 응원하던 개인투자자들에게만 손실을 끼친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두산과 정부는 체코원전 수주 확정소식을 7월 초에 이미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두산은 윤 대통령이 체코 대통령과 악수하며 사진을 찍은 7월 11일에 이같은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을 올리려는 정치적 이해와 이번 호재를 기회로 두산밥캣을 슬쩍 때어내 돈 한 푼 쓰지 않고 캐쉬카우의 지분을 늘리려던 두산의 욕심이 맞물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물론 이같은 행위는서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정면으로 반한다는 점에서 망설였겠지만 체코원전 수주라는 국가적 경사를 틈타 넘어가려고 했던 것 같다"면서 “주식시장의 근본을 흔드는 행위를 대담하게 시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판과 논란이 커지자 금융감독원은 24일 두산로보틱스가 공시한 합병과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 증권신고서에 대해 정정신고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시장에서 나오는 얘기가 있는 것으로 인지하고 있다"며 “중요사항이 불분명하게 기재된 부분이 있어 정정신고서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두산의 지배구조 개편은 두산에너빌리티의 투자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하고 이 사업부문에 에너빌리티의 자회사인 두산밥캣을 붙이는 게 골자다. 이후 이 사업부문을 로보틱스와 합병하고, 로보틱스와 밥캣의 주식을 교환한다. 이에 따라 밥캣의 주주는 두산에 주식을 반납하고 로보틱스의 주식을 받아가야 한다. 밥캣은 상장폐지된다. 결국 합병과 교환을 동원해 밥캣을 에너빌리티에서 로보틱스로 넘기는 안이다.
두산으로서는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알짜 자회사인 밥캣에 대한 지배력을 13.8%에서 42%까지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에너빌리티와 밥캣의 주주는 이번 구조개편으로 인한 이익은 없다.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는 매해 1조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자회사인 밥캣을 잃고, 밥캣 주주는 더 이상 밥캣에 투자할 수 없게된다. 체코 원전 수주에도 주가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배경으로 풀이된다.
두산그룹의 도덕성에 대한 비판도 연일 제기된다. 지난 2020년 탈원전 논란 등으로 두산에너빌리티(당시 두산중공업)이 유동성 위기에 처하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3조원이 넘는 금액을 긴급지원하기도 했다. 사실상 국가재정으로 경영위기를 넘기고 현 정부가 원전 수출 드라이브를 하면서 적폭적으로 지원해줬음에도 정부와 국민들을 실망시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물론 미래 가치와 주가는 아무도 알 수 없다"면서도 “중동 원전 추가 수주, 뉴스케일파워와의 소형모듈원전(SMR) 수주 등 밸류의 변화를 누구도 확정적으로 얘기할 수 없지만 두산밥캣 분할 합병 이슈가 마무리 될 때까지는 체코 원전 호재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하락세를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행보는 개인투자자들로 하여금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신뢰를 더더욱 잃게 만드는 행위다. 정부와 원전업계의 노력에 찬물을 뿌리는 행위"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