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기업 티몬·위메프의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가 정부의 대규모 피해자금 지원과 모기업 큐텐 구영배 대표의 펀딩 및 사재 출연을 통한 사태 수습 발표로 일단 '급한 불 끄기'의 계기가 마련됐다.
정부는 2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 2차 회의를 열어 티몬·위메프 미정산으로 판매대금을 받지 못할 위기에 놓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5600억원+α 규모의 유동성을 지원하는 '위메프·티몬 사태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의 경영 위기 해소를 위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을 통한 긴급경영안정자금 2000억원, 신용보증기금·기업은행 협약프로그램으로 최소 3000억원의 유동성을 각각 지원하기로 했다.
여행사 이차보전(이자차액 보상)에도 600억원(대출규모) 한도로 지원하는 동시에 피해기업의 대출·보증 만기를 최대 1년 연장하고, 종합소득세·부가가치세 납부기한을 최대 9개월 연장하는 세정지원도 포함했다.
피해 판매업자의 경영 안정을 위해 다른 온라인 플랫폼 입점을 지원하고, 항공사·여행사와 협의해 항공권 취소수수료 면제도 지원할 계획이다.
티몬·위메프를 이용한 일반구매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여행사·카드사·전자지급결제대행사(PG사)의 협조를 얻어 신속한 환불 처리와 기구매 상품권을 구매자가 정상적으로 사용하거나 환불받을 수 있도록 사용처 및 발행사의 협조도 유도할 계획이다.
이처럼 정부가 대규모 피해자금 지원에 나선 배경에는 티몬·위메프의 전체 대금정산 금액 중 이달 25일까지 정산기일이 경과된 지연금액 규모가 티몬 1280억원, 위메프 854억원 합쳐 약 2134억원에 이르는 심각성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의 긴급자금 수혈이 이번 티몬·위메프 미정산 전체 피해규모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티몬·위메프의 전체 미정산금 규모가 1조원을 웃돌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이번 정부의 자금투입은 피해의 절반을 메우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긴급지원 발표와는 별도로 그동안 행방이 묘연해 잠적설까지 나돌았던 티몬·위메프의 모기업 큐텐의 구영배 대표이사가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대국민 사과와 함께 사재를 털어 사태해결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 대표는 자료에서 “큐텐과 저는 이번 사태에 대한 경영상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제가 가진 재산의 대부분인 큐텐 지분 전체를 매각하거나 담보로 활용해 이번 사태 수습에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큐텐은 현재 그룹 차원에서 펀딩과 인수합병(M&A)을 추진 중"이라며 자체 구조조정을 통한 사태 해결 의지를 드러냈다.
다만, 구 대표가 티몬·위메프 고객 피해 규모를 여행상품을 중심으로 500억원 내외로 추산한다는 입장을 보여 업계가 추정하는 피해 규모와 현격한 차이를 드러내 향후 피해구제 범위를 둘러싼 논란을 예고했다.
한편, 티몬·위메프 사태로 피해를 본 소비자들은 28일 구영배 대표와 티몬·위메프의 대표이사, 재무이사 등 총 5명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횡령·배임 혐의로 경찰에 고소·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