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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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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여야 대치 끝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 채택 불발…‘빵통위’만 남았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7.29 18:49

尹, 30~31일 사이 임명 강행 전망…업계 “현안 해결 요원” 토로

방통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국회의원들이 29일 오후 열린 전체회의에서 이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이 불발됐다. 여야는 보고서 채택 시한까지 극한 대립하며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은 이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전망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29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이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를 논의했다. 그러나 여야의 이견차가 좁혀지지 않으며 사실상 보류됐다.


야당은 이 후보자의 과거 MBC 노동조합 탄압과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을 들며 지명을 철횧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여당은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는 한 임명이 이뤄져야 한다며 맞섰다.


앞서 과방위는 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진행했다. 이튿날인 27일에는 야당 단독으로 대전MBC 현장 검증을 진행했다. 국회가 장관급 후보자를 대상으로 사흘 동안 청문회를 진행한 건 유례 없는 일이다.


야당은 일련의 과정을 거쳤음에도 이 후보자가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하지 않았음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여당은 청문회 과정에서 이 후보자를 향한 조직적인 폄훼와 인신공격으로 채워져 기본 취지를 망각했다며 엄호에 나섰다.




이정헌 민주당 의원은 “업무용으로만 법인카드를 썼다는 해명은 점점 거짓임이 드러나고 있다"며 “노래 주점 및 주말 골프장, 고급 호텔 등에서 마구잡이로 회삿돈을 썼다. 휴일인 일요일 새벽에 커피를 마신 게 공적 업무로 보이냐"고 지적했다.


같은 당 노종면 의원도 “증빙 없이 법인카드의 한도를 초과 사용할 수 없다. 누가 쓰더라도 수사 대상이 된다"며 “후보자의 과거 행태가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직자의 자세가 맞을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반면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청문회 제도 도입 이후 이렇게 파행적으로 운영된 적이 없다. 계산해 보니 법인카드 얘기만 30시간이 넘게 했더라“며 "그러나 사적 유용으로 가족끼리 밥 먹었다는 내용에 대해선 하나도 드러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 사적 유용에 대한 내용이 입증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 단정하면서 (이 후보자를) 마녀사냥할 수 있냐. 최소한의 예의조차 지켜주지 않은 인격 모독"이라고 비판했다.


여야는 방통위 0인 체제에 대한 공방도 이어갔다. 앞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던 이상인 부위원장이 지난 26일 자진 사퇴함에 따라 이 직무대행 단독으로 운영되던 방통위는 0인 체제로 전락했다.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의 거듭된 위원장 탄핵으로 인해 방통위는 민생 챙기기에 도움을 줄 수 없는 식물기관으로 전락했다"며 “이 후보자가 취임한다면 가장 먼저 다뤄야 사안은 위메프 관련 이용자 보호 문제 및 미디어 크리에이터 보호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에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방통위 식물 상태는 민주당이 아닌 대통령이 만든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민주당 추천 방통위 상임위원, 방송통신심의위원을 단 한 명도 임명하지 않아 발생한 문제"라고 반박했다.


이 과정에서 최민희 과방위원장(더불어민주당)이 박 의원을 향해 "전체주의 국가에서 생활하다 보니 민주주의적 원칙이 안 보이시나“라고 발언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다만 최 위원장은 회의 말미 이 부분에 대해 사과 의사를 밝혔고, 박 의원이 이를 수용하며 감정을 추스르는 모습을 보였다.


여야는 긴 공방 끝에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과방위 내에서 후보자에 대한 자료를 계속 취합하고 있는 만큼 섣불리 판단하지 않는 게 좋아 보인다"며 청문보고서 채택을 보류하는 방향으로 제시한 중재안을 받아들이며 산회했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국회는 인사청문 요청안이 제출된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청문경과 보고서 채택을 마쳐야 한다. 윤 대통령은 앞서 이달 9일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요청안을 국회에 송부했다.


만일 국회가 보고서 채택 시한을 넘길 경우 대통령은 10일 이내 기한을 정해 국회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할 수 있다. 이 기간 내에도 보고서가 제출되지 않으면 그 다음날부터 장관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은 빠르면 30일에서 31일 사이 임명 강행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과방위는 다음달 2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 후보자를 증인으로 출석시켜 방통위 파행 운영 등에 대한 현안질의를 진행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방송통신업계에서는 여야의 정쟁 속에 주요 방송 미디어 현안은 뒷전으로 밀렸다는 비판이 적잖게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 현안 해결을 최종적으로 책임져야 할 방통위원장의 적격성을 검증하는 자리인데, 성심당 말고는 특별히 기억에 남는 내용이 없다"며 “지상파를 비롯한 방송업계 전반이 시청률 및 가입자 수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방통위가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자면 참담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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