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이 100일도 안남은 가운데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글로벌 석유업계에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걸고 있는 친화석연료 정책이 글로벌 원유생산 확대로 이어져 국제유가가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30일 석유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에 따르면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첫 3년 동안 엑손 모빌, 셰브런, BP, 토탈에너지, 셸 등 빅오일(거대 석유기업)들의 누적수익이 4100억달러로 집계됐는데 이는 전임 트럼프 행정부 당시 같은 기간에 비해 100% 증가한 수준이다.
전·현직 대통령 집권 기간 석유기업들의 주가 흐름 또한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에너지주들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117% 급등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당시 49% 하락세를 보였다고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포함해 각종 친환경 정책을 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석유 및 가스 산업은 오히려 호황을 누린 것이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달 공화당 전당대회 후보 수락 연설에서 취임 첫날 '드릴, 베이비, 드릴'을 바로 시행에 에너지 가격을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드릴, 베이비, 드릴'은 화석연료 규제를 완화해 석유 시추를 늘리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같은 행보가 오히려 유가 하락을 촉발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트루이스트 증권의 닐 딩만 에너지 리서치 상무는 “에너지에 대한 제한이 줄어드는 결과가 즉각적으로 나올 것으로 본다"며 미국의 증산 전망만으로도 유가는 배럴당 70달러~60달러 후반대로 급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민주당이 대선에서 승리해 제한책이 유지될 경우 유가는 9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덧붙였다.
29일(현지시간) 브렌트유 10월물 선물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1.53% 하락한 배럴당 79.05달러를 기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씨티그룹의 전략가들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이 글로벌 원유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 “무역 관세, 친 석유·가스 정책, 규제 완화,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의 생산 증대 압박 등의 이유로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트위터(현 엑스·X)를 통해 OPEC측에 산유량을 늘려 유가를 내리라고 지속적으로 압박해왔다.
현재 OPEC+는 하루 366만 배럴의 공식 감산을 내년말까지 연장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 8개국이 합의한 자발적 추가 감산도 오는 9월말까지 연장됐다.
이와 관련, 미국 휴스턴대학교의 에드 히르스 선임 연구원은 “OPEC 회원국들이 다시 증산에 나서도록 트럼프가 협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곧바로 끝내겠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이 성공할 경우 글로벌 원유시장은 진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가 반드시 유가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미국의 연비 규제 완화로 원유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란산 원유 제재가 다시 강화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때인 2018년 11월 미국이 대이란 제재를 복원하면서 이란의 원유수출량이 하루 380만배럴에서 2020년말 200만배럴을 밑돌았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 이후 산유량이 하루 320만배럴 수준으로 다시 회복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