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친환경차를 앞세워 일본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모터스포츠 대회가 열리는 서킷에 차량을 제공하거나 현지 기업과 제품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2022년 재진출 이후 아직 판매 성과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지는 않지만 전기차 등 상품경쟁력을 연이어 인정받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는 분석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의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 5 N'은 최근 일본 시즈오카현 '후지 스피드웨이' 서킷 공식 차량으로 선정됐다.
후지 스피드웨이는 F1 등 국제 모터스포츠 이벤트를 개최할 수 있는 서킷이다. 길이는 4.56km에 달하며 16개 코너를 구비한 점이 특징이다. 이 곳에서 공식 차량으로 전기차를 선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이오닉 5 N은 내년 7월31일까지 서킷에서 리드 차량으로 사용된다. 후지 스피드웨이 주최 이벤트 선도 주행, 서킷 방문 고객을 위한 레이싱 택시 등 다양한 목적으로도 활용될 계획이다.
현대차는 이번 기회를 통해 일본의 모터스포츠 팬들에게 고성능 전기차의 매력을 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지에는 아이오닉 5 N의 마땅한 경쟁 차량이 없는 상태다. 토요타 등이 상대적으로 현대차보다 전동화 전환을 늦게 추진한 결과다.
전기버스를 앞세워 상용차 시장도 공략한다. 현대차는 지난달 일본 가고시마현을 중심으로 운수·관광 서비스업을 영위하고 있는 이와사키그룹과 무공해 전기버스 '일렉 시티 타운' 공급을 내용으로 하는 구매의향서 체결식을 열었다. 이 차는 현대차가 현지 상황에 맞춰 특화 개발한 9m급 전장의 중형 저상 전기버스다. 145kWh 용량의 배터리와 최고출력 160kW를 발휘하는 모터가 탑재됐다.
구매의향서는 본 계약에 앞서 일부 구체적인 계약 조건을 제외하고 큰 틀에서 계약 체결과 관련된 상호간 합의 사항을 정한 것이다. 현대차는 이와사키그룹과의 구매의향서 체결에 따라 올해 4분기 출시되는 전기버스 일렉 시티 타운 1호차 전달을 시작으로 내년 1분기까지 총 5대를 공급한다.
이와사키그룹은 현대차로부터 구매하게 될 일렉 시티 타운을 야쿠시마에서 노선 버스로 운영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정비나 수리로 인한 운행 중단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95%이상의 부품을 2일 안에 납품할 수 있는 재고 관리 체계도 갖출 예정이다.
현대차는 지난 2022년 아이오닉 5를 앞세워 일본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 2009년 판매 부진으로 철수했던 아픔을 딛고 절치부심한 것이다. 재진출 이후에는 넥쏘 수소전기차, 코나 일렉트릭,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 5 N 등 현지 승용차 시장에서 100% 전동화 모델만을 선보이고 있다. 내년에는 새로운 콤팩트 전기차 모델 등도 선보일 계획이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오는 10월 니혼게이자이신문 주최로 열리는 '세계 경영자 회의' 강단에 오른다. 매년 가을 세계 주요 경영인들을 초청해 이틀간 세계 경제 현안을 논의하는 행사다. 업계에서는 토요타의 나라로 자동차 기술력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한 일본에서 현대차 최고경영자(CEO)를 초청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